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쓴 박민규 작가는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문예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 작가상,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이후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까지 주요 문학상을 두루 받았다.
등장인물의 표정과 교감,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많은 걸 대신하는 영화 ‘파반느’는 말과 사건이 그리 많지 않은 조용한 영화인 데 비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448쪽의 꽤 긴 소설이다. 등장인물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문장이 차분하게 이어져 수많은 독자가 공감과 감동을 쏟아 냈다.
2009년 출간된 이 소설의 무대는 1986년이다. 무려 40년 전 풍경과 대면한 2026년의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인생 소설’이라며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 속 등장인물이 현재와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이리라. 지독하게 못생긴 그녀
어릴 때부터 너무 못생긴 외모로 고민하던 ‘그녀’는 열심히 공부해 상업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다. 백화점에 취직하지만 외모 때문에 사무직에서 매장으로, 급기야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허드레꾼으로 전락하게 된다.
백화점 대표이사의 서자 요한은 19세인 우리 둘보다 몇 살 많다. 배우였던 어머니의 불행한 삶 때문에 우울하지만 멋쟁이에 풍류가 넘친다.
‘나’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못생겨서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너무 잘생긴 ‘나’가 호감을 나타낼 때 못생긴 ‘그녀’가 당황하자 요한이 메신저로 나선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지독하게 못생긴 여자를 사랑할 확률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하지만 잘생긴 남자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이 소설에서는 어쩐지 그 남자의 마음이 이해된다. 아울러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해 잠적하는 못생긴 여자를 응원하고 싶게 한다. 이런 마음이 이 소설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다.
박민규 작가는 작가의 말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말기’에서 “제가 아주 못생긴 여자여도 사랑해줄 건가요?”라고 말한 아내의 질문에서 이 소설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단언컨대, 인류는 단 한 번도 못생긴 여자를 사랑해주지 않았습니다. …… 권력과 부가 남성에게 부과된 힘이었다면, 미모는 소수의 여성만이 얻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었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은 지금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 1980년대 문화를 느껴보라소설 속에서 ‘나’는 ‘그녀’를 그린 소설을 써 출판사를 찾는다. 그러자 담당자는 “다른 건 다 용서해도 못생긴 건 용서할 수 없다”며 “여주인공이라면 우선 아름다워야 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해 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소설을 출간하지 않기로 한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으면 ‘내가 잘생기고 예쁜 걸 좋아하면서 못생긴 걸 경멸해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스스로 세상의 기준에 무작정 따랐다는 걸 각성해야 비로소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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