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의 삼위일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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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 개방경제에서 경제 안정화 정책의 효과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주는 개방경제의 경제 안정화 정책과 관련 있는 ‘불가능의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라는 상황에 대해 살펴보겠다. 개방경제에서 불가능의 삼위일체는 개방경제의 트릴레마(trilemma)라고도 한다. 삼위일체(trinity)는 성경에서 유래한 단어이지만 일반적으로 3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방경제에서 불가능의 삼위일체는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을 말한다. 즉 독자적인 통화정책, 환율 결정에 대한 개입, 자유로운 자본 이동 등 이 3가지는 개방경제에서 동시에 충족할 수 없다. 하지만 개방경제 국가는 모두 이 3가지가 동시에 충족되기를 원한다. 경제가 개방된 상황에서도 국가는 경제 안정화를 위해 자유로운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싶어 하고, 안정적인 수출입을 위해 환율 결정에 개입하면서도 자금이 자유롭게 국내로 유입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개방경제에서 이 3가지 상황은 절대 동시에 달성될 수가 없는 불가능의 삼위일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독자적 통화정책과 자본이동의 자유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통화를 발행하면서 외국의 자금이 자유롭게 들어오고 나가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을 통해서만 환율이 결정되어야 한다. 국내 통화량이 변동하여 이자율이 바뀌면 이자율에 따라 자금의 유입과 유출이 발생해 환율이 변한다. 국가가 강제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고정하려 하면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불가능하게 된다. 환율을 강제로 고정하지 않고 국가가 통화량을 조절해 환율을 높이거나 낮출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외국자본의 유입상황에 맞춰 국가의 통화량을 늘리거나 긴축할 수밖에 없으므로 경제안정을 위한 독자적 통화정책은 불가능하다. 국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서 환율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이는 외환보유고가 있을 때까지만 가능하다. 따라서 국가 간 자금이동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중앙은행에 의한 통화정책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면 환율은 변동환율이 되어야 한다. 환율 결정에 국가가 개입하여 환율을 안정시킬 수 없는 것이다.독자적 통화정책과 환율개입경제 안정화를 위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사용하면서 환율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국가 간 자금이동은 정부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 어떤 나라가 자주적으로 통화를 발행하면서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자. 이때 수입품의 국내시장 경쟁력은 일정 수준을 유지한 채 해외시장의 상황변화로 자국 상품의 경쟁력이 향상돼 수출이 증가하면 더 많은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므로 고정환율을 유지할 수 없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고정환율을 유지하려 한다면 고정된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량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어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없어진다. 따라서 독자적인 통화정책과 고정환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거래를 위해 유입되는 자금뿐만 아니라 수출을 통해 더 많이 벌어들인 자금까지도 국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자본이동의 자유와 환율개입국가 간 자금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환율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중앙은행은 독자적으로 통화량을 조절할 수 없다. 외국에서 자금이 유입되면 환율은 하락한다. 하지만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원래 수준으로 환율을 고정하려면 국내 통화량이 증가한다. 중앙은행이 아무리 통화량을 긴축시키고 싶어도 환율을 고정해야 하므로 외환시장에 유입되는 달러만큼 자국의 화폐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통화량을 변동시키는 것은 환율을 고정하기 위해서만 사용되므로 중앙은행은 경제 안정화를 위한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다.현실경제의 정책 결정불가능성의 삼위일체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각 나라는 독자적인 통화정책, 환율개입, 자본이동의 자유라는 목표 중 2개만을 달성하는 극단적인 정책보다는 3가지 목표를 불완전한 수준에서라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자금이동의 자유를 추구하면 변동환율제가 되어야 하지만 투기적 자금의 유입으로 단기적이고 급격한 환율변화가 일어난다면 외환보유고를 동원하여 외환시장에 소폭으로 개입하여 환율변동을 막으면 독립적인 통화정책은 잠시 보류된다.√ 기억해주세요
김형진 중앙대 강사
김형진 중앙대 강사
경제가 개방된 상황에서도 국가는 경제 안정화를 위해 자유로운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싶어 하고, 안정적인 수출입을 위해 환율 결정에 개입하면서도 자금이 자유롭게 국내로 유입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개방경제에서 이 3가지 상황은 절대 동시에 달성될 수가 없는 불가능의 삼위일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