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찬 < 특별한 호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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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호두>의 주인공 김호두는 정말 특별한 환경에 처했다.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독특한 소재를 잔잔하게 풀어내며 깊은 감동을 안긴다. 우리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이혼으로 인해 한쪽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정이 매년 늘어나는 중이다. 때로는 미혼모나 미혼부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빠만 둘, 엄마만 둘인 가정도 있다. 동성애자 가정을 떠올리게 되지만 김호두를 양육하는 2명의 아빠는 그와 거리가 멀다. 호두와 방과후수업에서 글쓰기를 배우는 지우는 엄마가 재혼하는 바람에 아빠가 둘이 된 케이스다.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가족 형태가 생겨날 수 있다. 우리 가정과 다르다는 선입견보다 각자 사정이 있다는 걸 이해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특별한 호두>의 김호두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살펴보자. 엄마는 호두를 낳고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다. 이후 2명의 아빠와 함께 살게 된 호두, 초등학교 입학 후 자신의 처지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가능한 한 자신의 처지를 숨기기 위해 애썼다. 중학교 1학년이 된 지금 새 친구들이 자신의 독특한 상황을 알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 둘 중 누구와 살고 싶니?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두 아빠와 사는 호두…가족의 참모습은?
호두는 두 아빠를 큰 아빠, 작은 아빠로 구분한다. 큰 아빠는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는 실력자로 차분하고 아는 것도 많다.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작은 아빠는 장사도 잘 안되는 데다 덤벙대고 말이 많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큰 아빠는 멋있지만 좀 심심하다. 친구처럼 굴면서 피곤하게 하는 작은 아빠는 좀 귀찮지만 재미있고 만만하다.

큰 아빠는 호두를 학원에 보내 공부를 제대로 시키려고 하지만, 작은 아빠는 실컷 놀아야 한다며 학원에 다니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호두는 친구들이 학원에 갈 때 카페 귀퉁이에서 숙제만 하면 그만이다. 그 대신 큰 아빠한테 과외를 받고 예습·복습도 빼먹지 않는다.

이렇게 사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사춘기가 되니 슬슬 불만과 의문이 생긴다. 엄마 대신 사랑을 넘치게 주던 외할머니가 갑자기 병원으로 실려 가고, 두 아빠가 돌아가며 호두에게 “만약 둘 중 한 명을 택해야 한다면 누구와 살고 싶냐”는 질문을 한다. 왜 아빠가 둘인지 의문인 가운데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호두의 머리가 복잡하다.

호두가 처한 환경을 보면서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이 낳은 자녀를 학대하거나 심지어 버리는 부모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세상이다. <특별한 호두>의 두 아빠가 자신의 자식이 아닐지도 모르는 호두를 끔찍이 사랑하는 힘은 대체 어디서 비롯됐을까.

소설을 읽다 보면 유전자 검사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데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도 간단히 친자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라는 걸 두 아빠도, 호두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그 속내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물학적 관계보다 더 중요한 건 또 뭘까. 마음으로 견고한 탑을 쌓아온 이 가족이 낮고 따스한 소리로 계속 속삭이는 건 아마도 사랑이리라. 선함과 따스함대체 이 관계는 언제 어디서 시작된 걸까. 호두를 낳고 얼마 안 되어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외할머니가 손자를 돌본다. 어느 날 큰 아빠가 찾아와서 호두를 키우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진실된 모습에 감동해 허락한다. 얼마 후 작은 아빠가 찾아왔고, 자기가 호두를 키우겠다고 막무가내로 조른다. 딸에게 두 남자 친구 얘기를 들었던 할머니는 호두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둘 모두에게 양육을 허락한다.

할머니가 중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세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들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유전자 검사를 하면 모든 게 깔끔하게 판명 나는 데도 세 사람은 왜 망설일까. 호두의 마음은 글짓기반에서 쓴 ‘잔가시 선인장’이라는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두 아빠와 사는 중학생, 매우 파격적인 소재이나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감동을 유지한다. 호두의 처지를 아는 친구들도 호두를 놀리거나 다르게 대하지 않는다. 호두보다 더 철없어 보이는 작은 아빠 외에 튀는 인물이 없는 이 소설이 마음 깊숙한 곳으로 배달하는 선물은 선함과 따스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