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 외 <기억함의 용기>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미움보다 사랑, 수용자 자녀들의 속마음 이야기](https://img.hankyung.com/photo/202508/AA.41542560.1.jpg)
<기억함의 용기>는 수용자의 자녀 10명이 마음을 담담하게 털어놓은 고백서다. 다행히 10명의 저자는 아픈 시간을 잘 견뎌내고 대학에 진학해 꿈을 키우거나,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 빛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은 (사)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의 인권 인식 개선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집필되었다. 세움은 수용자의 자녀를 돕기 위해 2015년에 설립된 단체로, 뜻있는 사람과 단체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세움의 이경림 대표가 쓴 프롤로그의 “왜 범죄자의 자녀를 돕느냐는 의문과 비난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바로 제 앞에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문장이 눈을 찔렀다. ‘죄 없는 아이’를 돕는 걸 비난할 정도면 실제 수용자의 자녀들은 얼마나 큰 핍박을 당했겠는가.
하루아침에 부모가 수감되면서 겪는 자녀의 혼란이 <기억함의 용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제까지 당연하던 일을 누릴 수 없게 된 아이들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친척 집에서 눈칫밥을 먹거나, 받아주는 친척이 없어 노쇠한 할머니와 함께 산 자녀도 있었다. 아빠가 감옥에 가면서 생활이 어려워져 아르바이트에 나선 중학생의 돈을 새엄마가 갈취하기도 했다.수용자의 자녀는 죄인이 아니다<기억함의 용기>는 부모는 자녀에게 매우 필요한 존재이며, 특히 남은 부모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성민 작가는 아빠의 수감에 충격을 받고 가출해 ‘제어장치가 고장이라도 난 듯’ 일탈을 마구 일삼다가 소년분류심사원까지 가게 되었다. 심사원에서 ‘부모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깨진 상태’의 친구들을 통해 ‘부모 또한 구속된 자식을 기다려주지도 믿어주지도 않는 상황’을 확인했다. 성민 작가는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엄마의 사랑을 깨닫고 다시 일어났다. 비행을 저지를 때 사귄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열심히 공부해 현재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수용자의 자녀들은 분명 죄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다이애나 작가는 “나는 수용자의 자녀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다. 조용히 숨죽이고, 자신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일이 당연하다고 믿었다”고 고백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그들을 내리눌렀지만 그게 스프링처럼 일어나는 힘이 되기도 했다. 10명의 저자는 자신을 북돋아 좋은 대학에 진학해 지금 큰 꿈을 꾸고 있다.
부모가 교도소에 간 사실을 주변에 밝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기복 작가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다름’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생활했다. 가면이 점점 자신을 짓누르던 어느 날 친구들에게 사실을 말했고, 소중한 친구 2명이 아픔을 공감해주었다. 고등학교 담임선생님도 “압박감에 힘들어하지 말고 너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소중하고 행복해야 할 존재수감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부모가 재기하지 못해 생활수준이 나빠지거나 관계가 더 악화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견디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 저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10명의 저자가 힘을 낼 수 있었던 바탕에는 ‘세움’이 있었다. 경제적 도움뿐 아니라 몽골 봉사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일들을 쏟아놓으면서 수용자의 자녀들은 서로 공감하고 보듬어주는 사이가 됐다.
동수 작가는 부모의 수감으로 힘든 사춘기를 보내는 청소년에게 “제발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이고 행복해야 하는 존재”라는 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