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분이 과도한 음식료에 물리는 세금인 설탕세는 요즘 대세가 됐다. 2000년만 해도 17국에 불과하던 도입 국가가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 도입 권고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늘어났다. 현재 영국, 이탈리아 등 120여 개국에 설탕세가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설탕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세금을 통해 국민 건강을 지키고 세수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찬성] 청소년 당분 섭취량 위험수위…비만 감소 등 건강 증진에 도움한국인의 당분 섭취량은 위험 수준이다. 국민 4명 중 1명(25.6%)이 WHO 권고 기준(성인 하루 50g)을 초과하는 당분을 먹고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정도가 더 심하다. 10명 중 4명(40.3%)이 과다 섭취자로 분류된다. 최근 10년 사이에 국내 청소년 당뇨 환자가 두 배가량 늘어난 배경이다. 비만에 시달리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단맛이 강한 가공식품과 배달 음식,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 등으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당분을 과하게 섭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탕세 도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일찌감치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세금 부과 후 당분이 많이 들어간 음료 매출이 30% 넘게 줄었다. 그 결과 비만, 당뇨병 등 당분 과다 섭취가 초래하는 질병도 함께 감소했다. 긍정적 결과에 고무된 영국은 최근 설탕세 적용 품목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커피나 밀크셰이크 등이 설탕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수 확보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설탕세를 활용하면 건강보험료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를 돕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도 설탕세 도입에 대체로 우호적이다.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9%가 설탕세 부과에 찬성했다. 담뱃갑에 흡연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이나 문구를 넣는 것처럼, 당분이 많은 청량음료 제품에도 경고문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엔 82.3%가 찬성했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628조 원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이 비용이 15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개인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로 치부하기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한국도 본격적으로 설탕세 도입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반대] 국민 건강 내세워 세수 확보 '꼼수', 저소득층 피해 집중…외식업계 타격설탕세는 질병을 유발하는 식품 소비를 줄여 공공 의료비용을 낮추자는 의도로 정한 세금이다. 시행 국가에 따라 비만세, 설탕세, 콜라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세금이 비만이나 당뇨병 감소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당분 섭취량을 줄여 국민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도 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경우도 적지 않다. 예컨대 멕시코는 2014년 설탕세를 도입했지만, 비만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여러 나라가 앞다퉈 설탕세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조세저항이 낮기 때문이다. 건강 증진을 내세우면, 손쉽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계산이 세목 신설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설탕세의 가장 큰 문제는 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데 있다. 소득이 적은 계층일수록 값싼 고열량 식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전 세계가 똑같다. 이런 고열량 식품은 대부분 당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세금 부과로 제품 가격이 오르면 저소득층이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강을 내세우며 저소득층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세 기준을 정하는 것도 만만찮다. 앞서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들은 주로 음료수 제품군에 세금을 매기고 있는데, 음료 업체의 반발이 상당하다. 똑같이 당분이 많이 들어가는 케이크나 과자, 빵 등에는 왜 세금을 매기지 않느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세금을 피하려고 성분을 살짝 바꾸는 편법을 쓰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설탕세를 광범위하게 부과하면, 공산품을 만드는 식음료와 외식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과 식당 등의 매출 감소가 고용 축소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설탕세 도입을 주장하기에 앞서 보이지 않는 부작용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생각하기 - 취지 좋지만 부작용도 커…장단점 세밀하게 분석해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국민 건강 지킨다는 설탕세, 도입해야 하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508/AA.41471583.1.jpg)
한국도 설탕세 도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하지만 덮어놓고 세금부터 매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고용이 줄어드는 등의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당분 소비를 줄이는 한편, 앞서 설탕세를 도입한 나라들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