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교사 정신질환 검사하는 '하늘이법' 도입해야 하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AA.39580626.1.jpg)
우울증을 앓던 이 교사는 작년 12월 6일 ‘6개월 질병 휴직’에 들어갔지만 20여 일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6개월 치료가 필요하다”던 병원 진단서가 불과 20여 일 만에 “일상생활 지장 없음”으로 바뀌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대구나 해당 교사는 더구나 문제의 교사는 동료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로 살인 범행 당일 오전 교육 당국의 현장 조사까지 받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법의 허점 때문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직위 해제의 이유로 형사사건 기소나 금품 수수, 성범죄 등을 들고 있다. 정신적 질환은 문제 삼지 않는다. 교육 당국의 지침상에는 존재하지만 좀처럼 적용하지 않는 규정도 여럿이다. 시도교육청의 교원 인사 업무 지침은 질병 휴직 후 복직하는 교사가 정상적으로 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교원 신분을 박탈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적용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교사가 자신이 ‘정상’이라고 우기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른바 ‘하늘이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문제 교사를 거를 수 있는 장치를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일선 학교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사건 현장에 CCTV가 있으면 교사의 범행을 막거나, 상해를 입은 학생을 빠르게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선진국의 사례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선 정신질환을 경험한 근로자가 직장으로 복귀할 때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리턴 투 워크(return to work)’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반대] 우울증 앓는 교사 범죄자 취급 곤란…정신질환 숨기는 교사 늘어날 수도‘하늘이법’의 키워드는 ‘정신질환’이다. 사건의 근본 원인을 가해 교사의 우울증으로 본 것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위험하다. 우울증 환자가 살인이나 상해를 시도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대다수 연구에선 우울증 환자와 일반인의 중범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의사들 사이에서 “범죄 가해자가 고혈압을 앓는다고 고혈압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우울증은 감기와 같다. 정상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성인 남녀 중 상당수가 수시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학교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2023년 교사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26.6%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늘이법이 제정돼 수시로 교사들의 상태를 감정하게 되면,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들이 자신의 상태를 숨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 교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교사들이 정신 건강이 한층 더 악화할 수 있다. 동료 교사나 학생을 질병 휴직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하겠다는 대목도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없는 학생이나 동료 교사가 적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럽다. 복직하는 교사와 사이가 나쁜 동료나 학생이 위원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경우 공정한 판단이 내려지기 힘들다.
사회에 충격을 주는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던 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민식이법’이 제정된 게 대표적 사례다. 이런 특별법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상당하다. 사건이 엄중하다 보니, 입법 과정에서 규제의 부작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늘이법’도 이런 과정을 밟을 소지가 다분하다.√ 생각하기 - 하늘이법 논의, 부작용 적은 최선의 대안 도출해야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다. 이번 사건으로 학교 안전에 구멍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안과 달리 하늘이법과 관련해선 여당과 야당의 의견 차이도 크지 않다. ‘위험 교사’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강제 분리하자는 총론은 여야가 똑같다.
발 빠른 제도 개선은 당연하지만,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과 싸워가며 열심히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