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에서 오일의 시대로
해군함정 연료, 석탄서 석유로 전환
전함 속도 높이고 병력 운용 효율 극대화
1차 세계대전서 석탄 쓰던 獨함대 무력화
미국, 석유산업 첫 단추 꿰다
19세기 중반 두통·치통 치료제로 쓰이던 석유
투자자들, 가연성 물질 주목해 연료 가능성 타진
530달러로 시작된 석유 연구, 인류의 삶 바꿔
해군함정 연료, 석탄서 석유로 전환
전함 속도 높이고 병력 운용 효율 극대화
1차 세계대전서 석탄 쓰던 獨함대 무력화
미국, 석유산업 첫 단추 꿰다
19세기 중반 두통·치통 치료제로 쓰이던 석유
투자자들, 가연성 물질 주목해 연료 가능성 타진
530달러로 시작된 석유 연구, 인류의 삶 바꿔

당시 영국 전함들의 평균속도는 21노트(knot)였는데, 처칠의 목표는 이걸 25노트로 올리는 것이었다. 그것만이 독일 함대를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그러자면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갈아타야 했다. 게다가 석유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빠르게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석탄 선적에만 선원 4분의 1을 투입하는 공정이 필요 없어 병력을 운용하는 데도 유리했다. 처칠의 뚝심은 결국 영국 해군을 석유 화력 전함으로 무장시켰고 제1차 세계대전의 해전에서 여전히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독일 외양 함대를 무력화할 수 있었다. 그 시기 독일제국의 강역에는 유럽 주요 석탄 산지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독일인들은 안정과 익숙함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호머의 ‘일리아드’에도 등장하는 석유석유는 인류에게 낯선 물질이 아니었다. 등장은 석탄보다 빨랐다. 중국에서는 4세기부터 석탄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북송 때에는 보편화된 연료로 자리 잡았다. 석유로 추정되는 물질은 기원전 4000년 전부터 기록에 등장한다. 중동 여러 지역에서는 ‘역청(瀝靑)’이라 불리는 반(半)고형 물질이 지각의 균열된 부분에서 새어나왔는데, 중동의 신성한 불 숭배 사상이 여기에서 기원한다. 역청은 건물의 모르타르로 사용되거나 도로 건설에 활용되었다. 1세기경 로마의 기록에 따르면 역청은 먹거나 바르는 의약품으로 쓰였으며, 주로 지혈·치통·만성기침·절단된 근육의 봉합 등에 활용되었다. 백내장, 류머티즘 치료에서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역청은 무기로도 사용되었다.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에는 트로이인들이 빠른 배에 꺼지지 않는 불을 싣고 배 위로 불을 내뿜었다는 구절이 나온다(트로이 전쟁은 동서양의 대결로 오해하기 쉬운데, 트로이전쟁은 같은 그리스 민족인 아이올리스인과 이오니아인들을 아카이아인들이 짓밟은 전쟁이다. 트로이 왕국이 있던 아나톨리아 반도에 튀르크인들이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2000년이 지나서다). 이슬람 세력에 맞서는 동쪽 방어선이던 동로마제국의 3대 무기 중 하나는 ‘그리스인의 불’이라 불리던 석유와 석회의 혼합물이었다. 이 불은 한번 붙으면 잘 꺼지지 않았고, 심지어 물속에서도 활활 타 이슬람 병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금처럼 분별증류가 가능한 원료로 석유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미국에서였다. 1850년대 미국 교수들의 봉급은 박했다. 그 때문에 실용적 기술을 익힌 교수들은 부업을 뛰는 일이 어색하지 않았고, 당시 예일대의 실리만 교수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뉴욕의 한 투자 그룹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제안받았는데, 그게 바로 석유의 앞날에 대한 가능성 타진이었다. 식물성기름이나 동물성 유지와 구분하기 위해 ‘록 오일(rock oil)’이라 불리던 석유는 펜실베이니아 서북부에서 소량으로 채취되었고, 투자자들의 욕심은 이를 대량 생산해 액체 상태로 정제한 후 램프의 광원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의약품 아닌 광원으로서 사용 가능성 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