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산업혁명은 우연의 산물?
1750년대 들어 석탄을 태워 열에너지로 활용
석탄 '운 좋게' 보유한 英, 급속도 경제성장
中·네덜란드, 능력 있었지만 인근 석탄층 부재
1800년 세계 농업 3분의 2 담당한 중국·인도
공업 사회로의 전환 흐름 놓치며 도태
1750년대 들어 석탄을 태워 열에너지로 활용
석탄 '운 좋게' 보유한 英, 급속도 경제성장
中·네덜란드, 능력 있었지만 인근 석탄층 부재
1800년 세계 농업 3분의 2 담당한 중국·인도
공업 사회로의 전환 흐름 놓치며 도태

한때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을까’ 같은 제목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내 동양에 밀리던 서양이 불과 200년 만에 역전한 까닭을 분석했는데, 현학적 설명을 다 걷어내면 결국 서구는 인종적·문화적·정치적·경제적으로 우월하고 동양은 전 부문에서 열등하기 때문이라는 게 결론이다. 동양이 열등하다고? 정말로? 1400년대 전 세계에서 25개 대도시 중 9개가 중국에 있었다. 금·은·동메달은 중국의 난징, 인도의 비자야나가르 그리고 이집트의 카이로 순이다. 25개 중 유럽 도시는 5개뿐이었다. 문화적·정치적·경제적으로 유럽이 우월했다고 절대 말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인구와 생산성으로 전근대 세계 제패한 중국과 인도하나 더, 중세에서 근대 초입까지는 인구가 국력의 바로미터다. 더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추가적 자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1800년 세계 인구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67%였다. 그리고 그 인구로 중국과 인도는 전 세계 경제 생산의 3분의 2를 담당했다. 생산성은 더 압도적이다. 당시 인도에서 파종된 씨앗과 수확량의 비율은 1 대 20이었다. 영국은 겨우 1 대 8. 신세계에서 엄청난 금과 은이 유입됐음에도 유럽은 인구와 생산성을 앞세운 아시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여기까지가 동양의 호시절이다.런던 인근 석탄 광맥이 잠자고 있던 영국1800년부터 100년이 지나는 동안 유럽과 미국은 부의 축적에서 중국과 인도를 밀어내고 그들의 위치를 차지했다. 이 시기에 벌어진 중요한 사건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산업혁명이다. 그러나 이 성공은 노력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석탄이라는 우연’이다. 1750년 전 세계 7억5000만 명의 인구는 동일한 조건에서 생활했다. 식량, 의복, 거주지 등 모든 생필품은 토지에서 나왔다. 에너지는 태양이 뿜어내는 열에 의존했다. 보통 ‘생물학적 구(舊)제도’라 부른다. 이 상황은 1750년대에 들어 사람들이 석탄을 때 얻은 그 열에너지로 증기기관을 사용하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석탄은 수백만 년 전부터 땅속에 매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누가 그 지역에 살고 있었는지는 순전히 ‘우연’이다. 일부 석탄층은 석탄이 필요하고 그 사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묻혀 있었다. 다른 일부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중국과 네덜란드는 석탄 산업을 발전시킬 충분한 능력이 있었지만 인근에 석탄층이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엄청난 석탄층을 ‘우연히’ 혹은 운 좋게 보유하고 있던 영국은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뤘다. 1800년 영국은 전 세계 석탄 생산량의 90%에 달하는 1000만 t의 석탄을 생산했다. 이어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영국 경제를 단독으로 생물학적 구제도에서 탈출하게 만든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