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조앤 K. 롤링 <크리스마스 피그>
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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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왔으나 캐럴을 부르며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이럴 때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그린 〈크리스마스 피그〉를 보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질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 내놓은 가슴 뭉클하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라는 타이틀대로 이 소설은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어린이를 위해 쓴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작품이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가슴 뭉클한 모험
‘해리포터’ 시리즈 집필 이후 처음으로 쓴 어린이 소설이지만 조앤 K. 롤링의 상상력과 문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성인 독자에게도 독서의 즐거움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조앤 K. 롤링은 독보적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인물로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해리포터’ 시리즈 7편이 출간되는 동안 전 세계적 인기를 누렸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이브, 어떤 일을 기대하는가. 〈크리스마스 피그〉의 주인공 잭은 최악의 사건과 마주한다. 이혼한 엄마를 따라 외할아버지 동네로 이사 온 잭은 작은 돼지 인형 디피와 대화를 나누는 게 유일한 낙이다. 새 학교에 익숙해질 무렵 엄마가 재혼해 새아빠 브렌던과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브렌던이 데리고 온 딸 홀리와 사사건건 충돌하고 만다. 전학 온 잭에게 친절했던 홀리는 잭이 남동생이 되자 못살게 굴기 일쑤다.디피와 작별한 잭의 슬픔크리스마스이브, 가족들과 트리에 장식할 천사 인형을 사 오는 길에 차창을 내린 홀리와 찬 바람 들어오니 차창을 올리라는 잭이 말다툼을 벌인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심통이 난 홀리가 돌연 잭의 무릎에 있던 디피를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두 살 때부터 디피와 함께 한 잭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집 안의 물건을 던지며 난리를 피운다.

홀리가 디피와 똑같이 생긴 피그를 구해 오지만 잭의 소동은 멈추지 않는다. 그날 밤, 피그가 잭에게 중대한 사실을 말해준다. ‘기적과 잃어버린 것들을 위한 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물건들이 말을 할 수 있고 다른 때 못했던 걸 할 수 있다”며 “분실물 나라에 있는 디피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단,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피그처럼 20cm로 줄어든 잭이 피그를 따라나서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9부 58장으로 구성된 소설을 읽으며 조앤 K. 롤링의 예상을 뛰어넘는 발상과 ‘나의 상상력’을 비교해보라. ‘아, 이렇게 생각을 확장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오는 장면이 줄줄이 이어진다.

‘분실물 나라’는 별로 안 찾는 물건 마을, 찾고 싶은 물건 마을, 간절히 찾는 물건 도시, 사랑받는 물건 섬들로 구성된다. 내 물건 중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해보면 마을의 특성을 바로 알 수 있다. 잭과 피그는 분실물 나라에 대해 잘 모르니 당연히 디피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각 마을을 찾아갈 때 ‘슬퍼하는 이 없는 황야’를 통과해야 하는데 황야에는 무시무시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물건이 아닌 사람은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이니 잭은 발견되는 즉시 험악한 루저에서 잡아먹히게 된다.위험한 곳에 남기로 한 피그잭과 피그는 엄청난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거짓말에 속아 죽을 위기를 맞기도 한다. 갖은 고생 끝에 사랑받는 물건 섬에 있는 디피와 만난 잭은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피그가 보이지 않는다.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치여 망가져버린 디피를 대신해 피그가 위험한 곳에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온갖 고생을 함께한 피그가 죽을 운명에 처했다는 사실을 안 잭과 디피는 어떤 선택을 할까.

〈크리스마스 피그〉에 다이아몬드부터 마구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까지 수많은 물건이 등장한다. 그뿐 아니라 코딱지, 깎은 손톱같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들이 함부로 날아다니며 나쁜 짓을 일삼는다. 주인이 실의에 잠겨 놓친 아름다움과 행복 같은 좋은 감정은 물론 욕심이 그득한 야망과 권력 같은 딱딱한 감정도 분실물 나라의 일원이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물건과 감정까지, 내가 가진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피그〉를 읽으면 매사 신중해질 듯하다. 대단히 재미있으면서 상상력이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내용이어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읽으면 개운한 기분과 함께 생각이 풍부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