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차별과 갈등에 관한 논술 문제
차별과 갈등은 사회현상의 한 종류입니다. 이러한 사회문화 현상을 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사회를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는 관점이 존재합니다. 이를 기능론이라고 하지요. 유기체(생명체)의 내부에 있는 모든 요소는 기능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사회를 이와 같다고 생각하는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다양한 부분이 사회 전체의 존속과 통합을 위해 상호 연관되어 있으므로, 각 부분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사회 안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사회에서 차별과 갈등 같은 사회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사회 구성 요소가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생긴 병리적 현상이겠죠? 따라서 사회의 정상적 복원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이는 사회 질서와 조화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기득권층의 논리로 이용될 우려가 있습니다.차별과 갈등에 관한 논술 문제
한편 다른 관점으로는 갈등론이 있습니다. 갈등론에서는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가 아니라 두 집단의 갈등과 대립으로 이해합니다. 지배 집단은 자기 권력을 유지하려 하나 피지배 집단은 이에 도전하므로 갈등과 대립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갈등론에서 갈등은 비정상이 아니라 모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본질적이며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또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변화하고 발전한다고 이해합니다. 갈등론은 지배와 피지배의 구도를 이해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현실의 협력이나 조화, 안정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문제를 풀어보세요. 아래의 각 관점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맞춰보세요. 두 제시문은 같은 사건에 대한 두 신문사의 보도 내용입니다.
[제시문 1]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끝내 결렬되었다. 대타협이 깨진 이유는 노사정 모두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눈앞의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 노총은 협상 막판에 5대 불가 사항을 들고 나왔다. 재계도 해고 요건 완화 등 그동안의 숙원 사항을 해결하는 데만 집중했다. 기업의 준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년 연장을 법제화한 정부 역시 부처 간 의견 조율도 못 해 혼선을 더했다. 노동시장 개혁에 실패한 스페인·이탈리아의 20대 고용률은 20%에도 못 미친다. 지금 개혁하지 못하면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가 더 암울해진다. 정부는 그동안 노사 간에 제시된 의견을 수렴해 법 제도를 새롭게 정비해 밀고 나가야 한다. 국회도 갈등을 증폭시키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며 타협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중앙일보, 2015년 4월 9일).
[제시문 2] 노동개혁이 실패한 것은 애초부터 논의의 틀이 잘못 짜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올바로 된 논의를 할 새판 짜기에 나서야 한다. 우선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행 노동시장 구조의 핵심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 구조다. 소수 대기업에만 성장의 결실이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엄단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의 이해를 반영하도록 협상 틀도 다시 짜야 한다. 기존 협상에는 노동계 대표로 대기업·사무직 조합원 비율이 높은 ○○ 노총만 참여했다. 국내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경영계 대표 역시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다(한겨레, 2015년 4월 10일)
[해설] (1)은 기능론적 관점입니다. 정부, 기업, 재계와 노총 등이 각각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 갈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기능론적 관점인 이유입니다. 반면 (2)는 갈등론적 관점으로 동일 문제를 다르게 이해합니다. 이에 따르면 노동개혁의 논의 핵심은 강자와 약자로 나뉜 이중구조의 전환입니다. 즉 두 집단 간 대립으로 이 현상을 이해하고 있기에 지배 집단과 피지배 집단 간 대립으로 해석하는 갈등론의 주요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차별, 갈등과 관련해 자주 출제되는 문학작품도 다루어보겠습니다. 바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입니다.
줄거리: 수도 파이프 수리공으로 생계를 잇는 난쟁이 아버지와 인쇄소 제본 공장에 나가는 어머니, 수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우등생이었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소에 나가는 두 아들 영수와 영호, 그리고 막내 영희. 이렇게 다섯 식구로 구성된 난쟁이 가족은 철거 계고장을 받는다. 물론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지만 가난한 철거민에게 그것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입주권을 팔아 변두리나 시외로 세를 얻어나갔지만, 영수네는 세 든 사람의 전세금을 내주려고 명희네에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입주권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오를 때까지 버티는 중이다. 명희는 동생 영희의 친구이자 영수와 미래까지 약속한 사이였으나, 가난에 쪼들려 다방 종업원, 버스 안내양, 골프장 캐디를 맴돌다가 임신까지 하게 되어서 자살해 버린다.
마침내 난쟁이네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는지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입주권이 팔려 빌린 돈 15만원을 갚고도 10만 원이나 남아서 철거민이 대부분 몰리는 성남으로 이사 가기로 결정한다. 그날 난쟁이 아버지와 막내 영희는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다. 아버지는 체력이 떨어져 일을 나갈 수 없게 되면서 친구를 따라 서커스 무대에 선다는 환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집을 빼앗겨야 한다는 충격으로 표면화되어 집을 나가게 된 것이다. 영수와 영호는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은 세 식구만 이사를 떠났다.
한편 영희는 자기네 입주권을 사 간 부동산 업자이자 사업가인 젊은이를 따라간다. 영희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담보로 그의 비서로, 동거인으로 같은 아파트에 머물며 입주권을 되찾을 기회를 엿본다. 그는 그녀에게 옷 여러 벌을 사주며 그녀의 젊고 순수한 육체와 영혼을 마음껏 유린한다.
그러던 중 영희는 그의 금고를 뒤져 입주권과 약간의 돈을 꺼내 그 집에 들어갈 때 복장으로 도망쳐 나온다. 그길로 그녀는 주택공사로 달려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모든 수속을 마치고 집에 왔으나, 가족들은 이미 떠난 뒤였다. 아버지는 굴뚝에서 떨어져 돌아가셨다는 것과 가족들은 성남으로 이사 갔다는 말을 신애 아주머니에게서 듣고 영희는 쓰러진 채 깊은 잠에 빠진다. 꿈속에서 가족들을 만난 영희는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어버려”라고 큰오빠에게 이른다.
[해설] 줄거리를 읽어두고 흐름을 이해하면 이 작품이 나왔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와 그러지 못한 자의 갈등이 주를 이룹니다. 산업화와 도시 재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 후반기, 서울의 어느 재개발 지역에서 도시 빈민의 가난한 삶과 처참한 패배의 한, 소외된 사람들의 성실한 삶과 철거 대책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지요. 아래 문제를 생각해봅시다.
[문제 1]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상징적 의미를 말해보자.
→ ‘난쟁이’는 신분적 열세를 의미하며, ‘공’은 비상의 꿈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구조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하층민이 품은 낭만적 열망을 표출한 말이다.
[문제 2] 주소를 ‘낙원구 행복동’이라 한 데서 읽을 수 있는 작가의식은 무엇인가?
→ 반어적 표현인데, 그들이 사는 이 땅은 ‘낙원’ ‘행복’과는 완전히 대칭적인, 지옥과 불행의 삶이라는 것을 냉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문제 3] 이 소설의 주된 대립 구조는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나?
→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빈부의 격차가 바로 신분적 차별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그림으로써 하층민의 가난한 삶은 역사적 조건과 결부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