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은 '갈수록 더 좋거나 재미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부분 이와 다르게 쓴다. 동일한 낱말이 시대 변화에 따라 의미가 확장하거나 축소 또는 이동하는 것을 '의미변화'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부분 이와 다르게 쓴다. “그들 사이의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자 보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문장에 쓰인 점입가경은 본래 의미와 거리가 멀다. 이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부정적 의미로 바뀌었다. 요즘은 ‘점입가경’을 이렇게 더 많이 쓴다.
국어사전에도 이런 용법이 반영돼 있다. <연세한국어사전>(1998년)은 기술(記述)적 관점에서 편찬한 사전이다. 규범적 관점에서 사전을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1999년)에 비해 현실 어법을 많이 수용했다. 이 사전에서는 ‘점입가경’을 두 번째 의미, 즉 부정적 의미로만 다루고 있다. 이미 단어 쓰임새가 완전히 바뀌어 첫 번째 의미는 잃은 것으로 봤다는 뜻이다. 하지만 1957년에 완간된 <조선말 큰사전>(한글학회)만 해도 ‘점입가경’은 본래 용법인 긍정 의미로만 쓰였다. 이후에 의미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다. ‘가관’도 같은 경로로 의미 변화 이뤄우리말에는 이런 특이한 용법을 보이는 단어가 꽤 있다. 같은 말이 긍정과 부정 양쪽으로 쓰이는 것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동일한 낱말이 시대 변화에 따라 의미가 확장하거나 축소 또는 이동하는 것을 ‘의미변화’라고 한다. ‘점입가경’도 그런 현상 중 하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예문에서 ‘점입가경’이 자연스럽지 않은 까닭을 생각해보자. 점입가경의 바뀐 의미 용법의 핵심은 ‘꼴불견’ ‘볼썽사나움’을 비꼬는 데 있다. “민생경제는 어려운데 특별감찰관을 둘러싼 여당의 내홍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 양상이다.” 이렇게 쓰는 게 제격이다. 예문에서처럼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말하면서 꼴불견이라거나 볼썽사납다고 하면 의미 연결이 잘 안 된다. 점입가경이 어색한 까닭은 그래서다. 그보다는 자영업자들의 영업이 갈수록 힘들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한 대목이니, “자영업자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정도면 무난한 표현이다.
‘점입가경’과 의미 용법이 비슷한 단어가 또 있다. ‘가관’이 그것이다. 이 말은 ‘옳을 가(可), 볼 관(觀)’으로 구성됐다. 경치 따위가 꽤 볼 만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요즈음 내장산의 단풍이 참으로 가관이다”라고 한다. 이게 본래 용법이다. 이 말도 요즘 현실 어법에선 상당히 변형돼 쓰인다. “잘난 체하는 꼴이 정말 가관이다” 식이다. 본래 용법보다 오히려 부정적 의미로 더 많이 쓴다. 이는 꼬락서니가 볼 만하다, 즉 남의 언행이나 상태를 반어적으로 비웃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실 어법을 많이 수용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2009년)에서는 이 두 번째 용법을 이 말의 주된 쓰임새로 다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