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민간인 우주비행 시대
스페이스X(SpaceX)가 민간 우주 시대의 가능성을 또 한번 확장했다. 9월 12일,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 두 명이 우주 유영에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우주 유영을 포함한 다양한 우주 임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기관의 영역으로만 여겨져왔다.
스페이스X(SpaceX)가 민간 우주 시대의 가능성을 또 한번 확장했다. 9월 12일,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 2명이 우주 유영에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우주 유영을 포함한 다양한 우주 임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 기관의 영역으로만 여겨져왔다.‘폴라리스 돈(Polaris Dawn)’으로 명명된 이번 임무는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이 이끄는 민간 우주여행 프로젝트다. 재러드 아이작먼과 퇴역군인, 스페이스X 엔지니어 2명이 참여했으며, 9월 10일 우주선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을 타고 우주로 향했다. 이들은 지상을 떠난 지 약 16시간 후에 1400km(870마일) 상공에 도달했는데, 이는 1972년 미국의 마지막 달탐사선인 아폴로 17호 이후 인간이 우주에서 여행한 가장 먼 거리다.
이후 이들은 지구 상공 730km까지 고도를 낮춘 다음, 시속 2만5000km로 움직이는 우주선에서 나와 우주 유영을 시도했다. 재러드 아이작먼이 먼저 크루 드래건 꼭대기의 해치를 열고 나와 난간을 한 손으로 잡고 몸을 내밀었다. 아이작먼은 그 상태로 10분가량 우주에 머물렀다. 아이작먼은 우주 유영을 하며 “지구에서는 우리 모두 할 일이 많지만, 여기서 보는 지구는 확실히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고 소감을 남겼다. 아이작먼의 우주 유영이 끝난 뒤,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 중 한 명인 세라 길리스도 나와 10분가량 우주 유영을 수행했다.
이번 우주 유영의 목적은 단순히 관광만은 아니었다. 핵심 목표는 스페이스X가 만든 새로운 슈트를 시험하는 것으로,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선내나 우주선 밖에서 유영할 때 모두 착용할 수 있는 우주복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우주복은 새로운 단열재를 사용해 보호 기능을 강화했고, 헬멧과 카메라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 우주비행사들이 입는 슈트는 개발한 지 약 40년이 지나 개선이 필요하지만, 스페이스X가 NASA에 새로운 우주복을 공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슈트 테스트 외에도 탑승객은 우주여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우주여행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높은 ‘밴 앨런대(Van Allen Belt)’를 통과했는데, 밴 앨런대를 몇 차례 통과할 경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3개월 동안 지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탑승객은 지구로 돌아와 우주 방사선 노출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검사할 예정이다.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연구하는 미국 트리시 연구소 리하나 보카리 교수는 “보통 우주비행사들은 최고의 건강을 지닌 소수의 사람이지만, 민간인은 평범한 건강 상태를 지니고 있다”라며 “우주여행을 다녀온 민간인의 건강 변화를 체크하는 것은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우주에서 살고 일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간’이 우주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 외에도 이번 우주 유영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크루 드래건 우주선은 국제우주정거장과 달리 에어록이 없다. 우주는 진공이기 때문에 아무런 장치 없이 우주선 문을 열면 기체가 다 빠져나가버린다. 그래서 우주선과 진공 상태인 외부 사이에 ‘에어록’이라는 공간을 두어 우주비행사가 들어오고 나올 때 기체 압력을 조절한다.
반면 에어록이 없는 크루 드래건에서는 우주선 해치를 열면 우주선 내부가 순식간에 진공 상태가 된다. 그래서 우주 유영을 하지 않는 나머지 2명 역시 우주복을 완전히 갖춰 입고 있었으며, 탑승자들은 우주여행 첫날부터 미리 기내 압력을 낮추고 산소 농도를 높이는 ‘사전 호흡’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우주선 내부가 진공 상태로 전환될 때 혈액 속 질소가 거품을 일으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크루 드래건은 우주 유영을 위한 우주선 압력 조절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우주 유영을 마치고 서서히 우주선 내부의 기내 압력을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크루 드래건은 발사된 지 5일 만인 9월 15일, 지구로 귀환했다. 약 10년 전부터 크루 드래건 개발에 자금을 지원한 NASA 국장 빌 넬슨은 “이번 민간 우주 유영은 상업 우주 산업과 활기찬 미국 우주 경제를 구축하려는 NASA의 목표에 부합하는 거대한 도약”이라고 평했다. √ 기억해주세요 이번 우주 유영의 목적은 단순히 관광만은 아니었다. 핵심 목표는 스페이스X가 만든 새로운 슈트를 시험하는 것으로,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선내나 우주선 밖에서 유영할 때 모두 착용할 수 있는 우주복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우주복은 새로운 단열재를 사용해 보호 기능을 강화했고, 헬멧과 카메라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 우주비행사들이 입는 슈트는 개발한 지 약 40년이 지나 개선이 필요하지만, 스페이스X가 NASA에 새로운 우주복을 공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