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수학과 문학의 만남

문학작품에서 수학적 요소는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적 요소와 잘 어울립니다. 이번 기회에 수학적 요소가 담긴 문학작품을 읽고 수학과 문학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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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노벨 문학상이자,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후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입니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다시금 조명받게 되었고, 한강 작가는 세계적 작가로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강 작가의 작품 등 문학작품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필자가 수학 교사이다 보니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수학적 요소를 담거나 수학을 소재로 한 작품에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같이 한번 살펴봅시다.

 책 표지
6차 개정판
책 표지 6차 개정판
문학작품에서 수학적 요소는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적 요소와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문학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미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플랫랜드(flatland)>는 1884년에 영국의 신학자이자 교육자이던 에드윈 A. 애보트(Edwin A. Abbott, 1383~1926)가 지은 수학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2차원과 3차원 세계 간 충돌을 다루면서 계급사회의 문제를 수학적 개념과 함께 풍자적으로 다룹니다. 소설은 2차원의 존재인 정사각형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평면의 나라에서 직선, 삼각형, 원 등의 여러 가지 도형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평면의 나라를 벗어나 점의 나라, 선의 나라, 공간의 나라를 여행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수학] 시·소설 속 수학 요소, 강력한 의미 전달 장치죠
수학의 개념을 바탕으로 계급사회의 문제를 기발하게 연결 지어 표현한 이 작품을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제1판
제1판
또 하나의 작품으로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가 쓴 소설 <걸리버 여행기>가 있습니다. 이는 1726년에 발표한 소설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한 부분에서 주인공인 걸리버는 모든 것이 보통 크기와 12분의 1인 ‘소인국’에 가게 되는데, 소인국 사람들이 걸리버에게 집과 옷과 음식을 마련해주는 이야기를 보면 작가가 닮은 도형의 성질을 잘 알고 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걸리버가 1728인분의 식사를 대접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1728’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기에 ‘닮음비’가 사용됩니다.

두 도형의 닮음비가 a:b일 때, 평면도형의 경우 도형의 넓이의 비는 a2 : b2이 되고, 입체도형의 경우에는 도형의 부피의 비가 a3 : b3이 됩니다.

걸리버의 키가 소인국 사람의 키의 12배이므로 걸리버의 식사량은 소인국 사람의 경우의 12 3배, 즉 1728인분의 식사량을 제공해야 수학적으로 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에는 이외에도 수학적 요소가 많은데, 소설책을 직접 읽으면서 수학적 요소와 그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시에도 수학적 요소를 담은 작품이 많습니다. 유안진 작가의 시 ‘곡선으로 살으리랏다’는 두 점을 잇는 최단 거리를 나타내는 선분과 같이 빠르게 사는 삶보다 곡선과 같이 다른 사람과 부대껴도 서로 돕고 사는 삶, 느리고 손해를 보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삶을 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 밖에도 이해인 수녀의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에 수록된 ‘보름달에게’, 오은영 작가의 시 ‘π’ 등 다양한 작품이 있습니다.

홍창섭 경희여고 교사
홍창섭 경희여고 교사
필자가 소개한 작품 외에도 수학적 요소를 담거나 수학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찾아보고 읽어보기 바랍니다. 그 내용을 수학의 개념과 같이 생각할 때, 문학작품 속에 담긴 의미를 깊고 풍부하게 생각해볼 수 있음을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