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공정한 분배

득점의 문제는 실력이 같은 두 참가자가 게임을 하다 중단되었을 때, 두 사람의 점수에 근거해 상금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파촐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실생활의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느껴보기 바랍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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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팀마다 144경기씩 치른 페넌트레이스가 끝나고, 페넌트레이스 1위부터 5위까지의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겨루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A팀이 B팀에 2승 1패로 앞서고 있는 모습을 보며 A팀이 7차전에서 최종 우승할 확률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수학에서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이탈리아의 수학자 루카 파촐리(Luca Pacioli, 1445~1517)의 ‘공정한 분배’ 이야기가 있습니다. 파촐리는 회계학의 기초를 세웠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와 함께 기하학을 연구하면서 알파벳 서체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파촐리의 책에 수록된 문제입니다.

이길 확률이 같은 두 사람이 게임을 하여 6번 먼저 이기는 사람이 상금을 전부 갖기로 했다. 그런데 7번의 게임에서 A가 4번, B가 3번 이겼을 때, 사정이 생겨 게임을 중지했다면 상금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

파촐리는 이제까지의 경기 결과에 따라 상금을 4:3으로 분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상금을 4:3으로 분배하는 것이 옳을까요?

이 문제는 확률론의 발단으로 여겨지는 ‘득점의 문제(problem of the points)’입니다. 파촐리는 이 문제에 대해 게임이 중단되기 전까지 이긴 게임의 수를 기준으로 상금을 분배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한편 지롤라모 카르다노(Girolamo Cardano, 1501~1576)는 상금은 게임이 중단되기 전까지 이긴 게임의 수가 아니라 우승하려면 필요한 게임의 수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일치된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과 피에르 드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1~1665)가 게임을 계속했을 때 두 사람이 이길 확률을 계산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했습니다. 파스칼과 페르마의 방법으로 파촐리의 문제를 해결해 보겠습니다.

게임을 계속한다고 가정할 때 A가 모든 상금을 가지려면 2번을 더 이겨야 하고, B가 모든 상금을 가지려면 3번을 더 이겨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최대 4번의 게임에서 승패가 결정됩니다.

(ⅰ) A가 9번째 게임에서 상금을 모두 가지는 경우는 다음 표와 같이 A가 8회, 9회 모두 이기는 경우입니다.
[재미있는 수학] 게임상금 배분 고민하다 확률론 기초 확립
따라서 구하는 확률은
[재미있는 수학] 게임상금 배분 고민하다 확률론 기초 확립
입니다.

(ⅱ) A가 10번째 게임에서 상금을 모두 가지는 경우는 다음 표와 같이 A가 8회, 9회 중에서 1번만 이기고 10회에 이기는 경우입니다.
[재미있는 수학] 게임상금 배분 고민하다 확률론 기초 확립
따라서 구하는 확률은
[재미있는 수학] 게임상금 배분 고민하다 확률론 기초 확립
입니다.

(ⅲ) A가 11번째 게임에서 상금을 모두 가지는 경우는 다음 표와 같이 A가 8회, 9회, 10회 중에서 1번만 이기고 11회에 이기는 경우입니다.
[재미있는 수학] 게임상금 배분 고민하다 확률론 기초 확립
따라서 구하는 확률은
[재미있는 수학] 게임상금 배분 고민하다 확률론 기초 확립
입니다.

이상에서 A가 상금을 모두 가질 확률은
[재미있는 수학] 게임상금 배분 고민하다 확률론 기초 확립
입니다. 한편 B가 상금을 모두 가질 확률은 여사건의 확률에 의해
[재미있는 수학] 게임상금 배분 고민하다 확률론 기초 확립
이므로 두 사람 A와 B에게 상금을 11:5의 비율로 나누는 것이 타당합니다. 파스칼과 페르마는 이를 통해 확률론의 기초를 확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A팀이 B팀에 2승 1패로 앞서고 있고, 총 7경기 중 먼저 4승을 거둔 팀이 최종 우승을 한다고 합시다.

홍창섭 경희여고 교사
홍창섭 경희여고 교사
매 경기 무승부는 없고, 두 팀이 이길 확률이 서로 같을 때, A팀이 7차전에서 최종 우승할 확률은 어떻게 될지 각자 계산해보기 바랍니다. 혹시 관련 개념이 궁금한 학생은 고등학교 <확률과 통계>에서 ‘독립시행의 확률’을 찾아보고, 더 심화된 내용을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생은 ‘공정한 분배’에서 슈발리에 드 메레(Chevalier de Mr, 1607~1684)의 편지 이야기를 찾아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