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동서양 역전시킨 대항해시대
항해·선박제조 기술진 모아 체계적 연구
절벽 끝 괴물 산다는 '암흑바다' 통과에 몰두
삼각돛 '캐러벨' 만들어 거친 바다 항해 성공
"황금벨트에 상아·사금 지천에 널렸다" 소문
엔히크 "조국 부유해질 것"…바다에 매달려
항해·선박제조 기술진 모아 체계적 연구
절벽 끝 괴물 산다는 '암흑바다' 통과에 몰두
삼각돛 '캐러벨' 만들어 거친 바다 항해 성공
"황금벨트에 상아·사금 지천에 널렸다" 소문
엔히크 "조국 부유해질 것"…바다에 매달려

오스만제국이 동지중해를 장악하면서 대서양 진출이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절반만 맞는 말이다. 그 전이라고 해서 대서양으로 나가면 사형시킨다는 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안 나갈 까닭이 없다. 안 나간 게 아니었다. 무서워서 못 나갔다. 뱃사람들은 보자도르곶이 펄펄 끓고 있고 심연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심지어 그 끝은 절벽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렇게 공포와 무지가 상승작용을 한 끝에 붙은 이름이 암흑 바다다. 엔히크의 목표는 이 암흑 바다를 통과하는 것이었다. 공포심만 극복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렇지가 않다. 의지와 정신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파도는 높고 해류는 강했다. 조류가 대체로 육지로 향하는 반면 바람은 대부분 먼 바다로 불었다. 노잡이에 의존해 지중해를 오가던 항해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바다인 것이다. 암흑의 바다에 괴물은 없었다해양 연구소에서는 일단 배의 개량에 집중했다. 거친 바다를 견디기 위해 내구성을 강화했고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돛대의 수를 늘려 큰 삼각돛을 달았다. 이렇게 탄생한 배가 초기 대항해시대를 주도한 캐러벨(Caravel)이다. 1420년 최초의 탐사대가 보자도르곶을 향해 출발한다. 그리고 바로 돌아왔다. 조류와 바람을 배가 이기지 못했다. 배를 개량해 내보내길 반복한 지 무려 14년, 드디어 탐사대가 보자도르곶을 돌아 생환하는 데 성공한다. 왕자라는 신분, 기사단 단장이라는 막강한 재력 그리고 신앙에 가까운 집념이 빚어낸 성과였다. 대서양을 향해 ‘한 사람’이 외롭고 꿋꿋하게 달렸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히크가 물었다. “무엇이 있던가.” 선장이 대답했다. “그냥 망망대해입니다.” 엔히크가 말했다. “다음에는 더 밑으로 내려가라.” 1441년, 포르투갈 선단은 아프리카 대륙의 극서단인 베르데곶을 통과한다. 엔히크는 자국의 배가 희망봉을 통과하는 것까지는 보지 못했다. 146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사그레스에 머물렀다. 무려 40년간,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포르투갈의 영광 위해 살다 간 위대한 중세인무엇이 엔히크를 그토록 바다에 매달리게 한 것일까. 세우타 요새에 체류하는 동안 그는 상인들에게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를 듣는다. 모로코 내륙에서 나이지리아 분지로 이어지는 황금 벨트에는 상아와 사금이 지천이고 그곳에서는 아이들도 금덩어리로 공기놀이를 한다는, 다소 허풍이 들어간 정보였다. 엔히크는 그 황금 지대가 조국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또 하나는 아프리카에서 전설의 기독교 왕국 군주 프레스터 존을 만나 그와 함께 십자군전쟁을 재개하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