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논술주제 - 환경과 생태의 문제(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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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다양한 최근 기출문제 중 좋은 문제를 엄선하여 같이 풀어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서강대학교에서 출제한 23학년도 인문논술 문제 중 일부입니다. 각 제시문은 지면 분량상 윤문하거나 의도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 축약하였습니다.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해보세요.

[문제] 제시문 [가]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나]에서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의 두 가지 관점에서 각각 [라]의 사례를 설명하시오.

[가] 자연 개발과 자연 보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생태 지속 가능성의 범위에서 환경 개발을 추구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개발과 보존을 양자택일이 아니라 균형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지속 가능한 개발 운동이 펼쳐지는 것이다. 오늘날 환경문제는 인간의 무분별한 행위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생태계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생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나] 모든 사람의 삶은 경제생활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경제 활동을 하면서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선택의 상황에 직면한다. 희소성이란 사람의 욕구는 무한한 데 비해 욕구를 채워줄 재화나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생산하기에는 자원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희소성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깨끗한 물이 희소하지 않아 누구든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재화인 무상재였지만, 이제는 희소해서 대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재화인 경제재가 되었다. 한편, 사람들은 선택할 때 일정한 욕구의 충족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자원 중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수단으로 최대의 욕구를 충족하려고 한다. 이를 경제 원칙 혹은 효율성이라고 하며, 이러한 경제 원칙에 따른 의사 결정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할 때는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고 가정한다.

[다] ‘환경’은 말 그대로 주변을 뜻하며 중심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변이란 자연을 말하고 중심에는 인간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환경보호란 결국 인간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과거의 경제학은 환경과 경제를 별개의 것으로 취급했다. 환경 시스템이 제공하는 토지와 천연자원은 별도로 경제 체제에 투입되는 생산요소로만 보아왔다. 그러나 맑은 공기, 물 등이 아무런 경제적 비용 없이 관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미 이러한 것들은 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재화가 아닌 경제재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상한 환경경제학은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인간이라는 주체의 행위를 연구하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제한된 자원인 환경을 효율적으로 소비, 관리, 분배하는 개인 및 사회적 행위에 관한 연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생태’의 개념에서 중심이란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종들이 각자 동등한 위치에 존재하게 된다. 생태계에서 인간은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 생태 사상에서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자체에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을 훼손할 자격이 없게 된다.

생태학은 살아 있는 유기체와 유기체 사이의 관계, 유기체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무기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구성요소의 개체 수 혹은 생물량 균형과 구성요소의 다양성을 통한 안정을 연구하는 생태학과,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과 가격을 통한 안정을 연구하는 경제학은 유사한 듯하면서도 매우 다르다. 경제학은 인간 중심적 혹은 기술 중심적으로 사고하지만, 생태학은 인간도 다른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요소에 불과하다는 생태 중심주의를 취한다. 생태경제학은 생태학에 기반을 두고 생태계의 일부로서 경제학을 생각하는 학문 분야다.

[라]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간척 사업을 통해 갯벌이 농경지나 공장 부지, 주거 단지 등으로 바뀐 곳이 많다. 그런데 최근 간척 사업을 통해 육지로 만든 땅을 간척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역간척’ 사업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충청남도가 역간척 사업을 시행하는 이유는 수천억 원을 들여 갯벌을 없애고 간척지를 조성했지만, 환경오염만 심각해졌고, 갯벌이 생태계의 보고로서 그 경제적 가치가 훨씬 더 크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충청남도는 역간척 사업을 통해 바닷물의 순환을 유도하고 갯벌을 복원하여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생태 체험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답안]

제시문 [나]에 따르면, 깨끗한 물이나 모래와 같은 자연 자원은 더 이상 무상으로 사용할 수 없고 희소성을 가지고 거래되는 경제재다. 따라서 [가]의 자연의 개발과 보전의 필요성은 [나]에 설명된 경제적 관점에서도 논리적 타당성을 얻는다. 기본적으로 환경문제는 [가]에 제시된 바와 같이 인간의 물질에 대한 지나친 욕망 추구와 같은 무분별한 활동으로 일어나게 되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자원분배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므로, 환경문제에 책임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효율적인 자원분배를 위한 노력이며 경제적 관점에서도 합리적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환경적 협력은 환경이라는 경제재를 중심으로 개인과 정부의 경제주체가 적절한 생산, 소비와 분배를 결정하는 합리적 선택의 연장선에 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합리성의 관점을 융합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점은 없을까? [다]는 [가]와 [나]를 통해 설명된 개발과 보존의 균형적 실현 방법으로 경제학의 한 분야인 환경경제학과 경제학과 생태학을 아우르는 생태경제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라]에서는 인간 욕망 충족을 위한 갯벌의 간척은 환경오염을 일으켰고, 이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이 갯벌을 복원하여 얻게 될 생태적 가치보다 작으므로 복원이 결정된다. 이는 생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인간을 중심에 두지 않고 갯벌이라는 희소한 생태 자원 복원을 위해 경제적 관점인 비용 개념을 도입한 것이므로 생태경제학적 측면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한편, 갯벌 복원을 통해 생태 체험 공간을 만들면, 방문자들은 즐거움이나 배움과 같은 욕망을 충족할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와 정부의 수익원이 창출되어 분배 활동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환경경제학의 입장에서 인간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가치를 만들어내면서도 제한된 환경적 자원인 갯벌을 무분별하지 않게 활용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