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매머드 이산화탄소 포집기
역대급 더위였다.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34일 연속으로 발생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할 때!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대형 포집기가 가동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이슬란드 헬리셰이디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 ‘매머드’의 모습.  climeworks
아이슬란드 헬리셰이디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 ‘매머드’의 모습. climeworks
매머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 공기를 빨아들인다. 원리는 공기청정기와 유사하다. 대기는 질소가 78%, 산소 21 %, 아르곤 0.9%, 이산화탄소 0.03%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필터를 이용해 이 중 0.03%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만 걸러내는 기술이다.

먼저 거대한 벽에 설치된 선풍기 수백 대가 작동하면서 대기 중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시설 안으로 들어온 공기는 연결된 파이프를 따라 이동해 화학 필터를 통과한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만 모이고, 나머지는 다시 시설 밖으로 내보내진다. 필터를 통해 분리된 이산화탄는 물과 섞여 탄산수로 변신한다. 우리가 먹는 탄산음료와 같은 형태다. 이산화탄소를 머금은 탄산수는 다시 파이프를 통해 이동한다. 파이프의 끝은 지하 800~2000m 현무암 지층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니까 이산화탄소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땅속이다.
아이슬란드 헬리셰이디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 ‘매머드’의 모습.  climeworks
아이슬란드 헬리셰이디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 ‘매머드’의 모습. climeworks
매머드가 위치한 헬리셰이디는 대표적 화산 지대로 이 지역의 지층은 주로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다. 현무암은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지는데, 용암에서 가스가 빠져나간 흔적 때문에 구멍이 많다. 큰 압력을 가해 탄산수를 현무암층에 밀어 넣으면 현무암의 빈 공간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이후 탄산수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현무암 속 칼슘, 마그네슘, 철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점점 암석에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무려 1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암석 속에 갇히게 된다. 이산화탄소가 녹아든 현무암은 탄산염 광물로 변한다.

매머드는 지난 5월 처음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1년에 가동된 ‘오르카’에 이어 두 번째 시설이다. 매머드는 오르카보다 10배 더 큰 규모로, 1년 동안 땅속에 묻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3만6000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내연기관차 7800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다. 클라임워크스 최고경영자 얀 부르츠바허는 2050년까지 기가톤 규모의 포집 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을 줄이고, 지구온난화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적으로 포집하는 기술을 ‘직접공기포집(DAC)’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는 본래 자연순환을 통해 나무, 바다, 갯벌 등으로 흡수 또는 포집된다. 그러나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 중에 유입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과도하게 많아지면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좀 더 자연적인 방식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지난 5월 두바이는 72km에 이르는 해안가에 나무 1억 그루를 심어 맹그로브 숲을 조성하는 ‘맹그로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로지 이산화탄소 포집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맹그로브는 주로 해안가에 사는 식물로, 땅에서 솟아 나온 뿌리가 일정 높이까지 뻗어 있고, 그 위에 가지와 나뭇잎이 자라 나무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맹그로브가 자라 숲을 이루면 해안지대가 침식돼 사라지는 것을 막아준다. 두바이는 현재 해수면 상승 위협, 해안 침식, 환경오염으로 진통을 앓고 있는 만큼 맹그로브 숲으로 자연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맹그로브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절대적으로 높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한 그루당 1년 동안 약 12.3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바이는 맹그로브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123만 톤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맹그로브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지만, 오랫동안 붙잡아두기도 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 대학교가 이끈 공동 연구팀은 맹그로브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 5000년 동안 저장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멕시코 바하 해안에 조성된 맹그로브 숲에서 맹그로브 나무 아래 20cm 깊이의 토양 샘플 4개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 샘플 토양의 성분을 분석하고, 방사성동위원소 연대측정법으로 성분들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시기를 추적했다. 그 결과 질소보다 탄소가 훨씬 많이 저장돼 있었고, 이 탄소들은 5000년 전에 흡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보다 질소가 훨씬 더 많은 것과 대조되는 결과였다.

연구를 이끈 에마 에론슨 교수는 “맹그로브 숲이 흡수한 탄소를 많이 저장하는 것뿐 아니라 아주 오랜 기간 저장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며 “맹그로브 숲이 조성된 곳은 뿌리가 위치한 토양층이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유기물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 곰팡이들이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땅속에 묻는다
이처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적으로 포집하는 기술을 ‘직접공기포집(DAC)’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는 본래 자연순환을 통해 나무, 바다, 갯벌 등으로 흡수 또는 포집된다. 그러나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 중에 유입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과도하게 많아지면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