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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희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전희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요즘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급증하고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엠폭스(MPOX) 바이러스가 재창궐하고 있어요. 역대급 폭염에다 때아닌 감염병 공포로 인해 개학을 맞은 학교 분위기도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코로나의 확산세는 지난 2월 겨울철 정점을 찍을 당시 유행 속도를 훨씬 웃돕니다. 지난달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코로나 입원 환자 수는 이달 둘째 주 1366명을 기록하며 2월의 875명을 뛰어넘었습니다. 전체 감염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에 정부는 병원과 요양병원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감염 증상을 보인 학생은 등교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리카에서 엠폭스가 확산하자, 지난 14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습니다. PHEIC는 WHO의 최고 수준 경보 단계인데요, 스웨덴에서 변종 엠폭스에 감염된 여행자가 나오면서 발령됐습니다. 지난 21일엔 태국에서도 의심 환자가 발생했어요.

작년 5월 코로나19의 PHEIC가 해제된 이후에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이어질 바이러스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습니다. 누리엘 루비니 등 많은 저명 학자들도 세계를 불황에 빠뜨릴 충격 중 하나로 치명적 팬데믹을 꼽았습니다. 팬데믹의 일상화는 인류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과 감염병 일상화 시대의 사회경제적 의미에 대해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잊어선 안 될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
'상시 유행 <엔데믹>감염병'도 안심할 수 없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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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할 때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 터널을 빠져나온 듯 기뻐했습니다. 이후 회복된 안전한 일상은 그 무엇보다 달콤했죠. 그런데 다시 코로나19가 유행한다고 하니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입니다. 또 다른 팬데믹이 계속 출현할 수 있다는 경고가 빈말이 아니었나 봅니다.

코로나19 치료제 모자란 현실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오미크론의 후속이라 볼 수 있는 새로운 변이 ‘KP.3’가 등장하고, 지난 겨울 백신 접종률이 낮았던 게 계기가 됐습니다. 여기에 여름철 폭염을 맞아 사람들의 실내 활동이 늘고 에어컨 사용으로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환경, 즉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이 불을 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3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번 변이는 과거에 비해 전파력은 강하고 치명률은 낮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이젠 독감과 같은 ‘상시 유행 감염병’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란 뜻의 엔데믹이 되기도 했죠. 그렇더라도 팍스로비드(화이자), 라게브리오(머크) 등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들이 약 재고가 없어 처방해주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신종플루나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공급과 유통은 민간이 맡고 있는 데 반해 코로나19 치료제는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못해 정부가 직접 약을 구매해 공급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6월 넷째 주 1272명분이던 코로나19 치료제 사용량이 7월 다섯째 주 4만2000명분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수급에 미스매치가 생긴 거죠.

하지만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의료진의 사투 등 코로나19 사태 당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약이 없다고 하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감염병 위기에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지 않으면 손쓸 수 없는 지경에 몰린다는 사실을 국민은 많이 경험했습니다. 이런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렸나 싶어 걱정입니다.

2020년 1월 30일부터 3년 4개월간 이어진 코로나19 비상사태(WHO 발령 기준)는 사회·경제·문화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국민 삶의 질도 많이 변화시켰죠. 예를 들어, 국내 우울증 환자가 2019년 대비 2021년에 약 15% 증가했고,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비만율은 2019년 33.8%에서 2020년 38.3%로 높아졌어요. 아플 때 집안일 부탁할 사람이 없다거나 힘들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인 사회적 고립도(통계청 조사)도 2019년 27.7%에서 2년 뒤 34.1%로 크게 올랐습니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고교 2년생의 수학·영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2019년 대비 2021년 각각 5.2%포인트, 6.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국민 삶을 피폐하게 한 팬데믹이 자꾸 생겨나지 않도록, 그래도 발발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엠폭스, 다른 대륙 번질까

WHO의 엠폭스 비상사태 선언은 엔데믹이 팬데믹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고여서 주목됩니다. 이 감염병은 원래 2022년에 처음 발병한 아프리카 풍토병이었습니다. 이후 116개국으로 확산하며 세계적으로 약 10만 명의 감염자, 200명가량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165명의 엠폭스 환자가 발생했죠. 그런데 이번에 변이가 생겼고 다른 대륙으로 확산할 위험성에 WHO가 경고하고 나선 겁니다.

엠폭스는 올 들어 아프리카에서 1만8700명 이상 확진자, 500명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다행히 백신과 치료약이 이미 존재하고, 사람과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자의 옷, 침대보 등을 통해 전염되는 특성이 있어 코로나19보다는 감염성이 덜하고 확산 속도도 느립니다. 또 수포성 발진이 생겨 환자를 쉽게 구별할 수 있죠. 하지만 세계가 밀접하게 가까워지고 교류가 빈번한 초연결 시대라는 게 문제입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유럽과 미국이 엠폭스에 뚫리게 되면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라 할 수 없습니다.NIE 포인트1. 엔데믹과 팬데믹의 차이를 알아보자.

2.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며 얻은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3.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각자 얻은 교훈을 친구들과 공유해보자.세계경제에 가장 큰 위협은 팬데믹
초연결 시대에 '파편 사회' 만들어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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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시련을 3년 4개월간 경험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공부를 해야 했던 여러분도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앞으로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인데요, 팬데믹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팬데믹이 바꾼 경제법칙

먼저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은 탐욕이 만들어내는 금융위기도, 신흥국의 과도한 거품경제도 아닌, 바로 팬데믹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인 2009년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1.3%)을 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1%로 더 가파른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2020년 한 해만 놓고 보면 주요 선진국의 경제는 1920~1930년대 대공황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죠. 영국(-11.0%), 이탈리아(-9.0%), 프랑스(-7.8%)는 물론,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 역성장(-0.7%)을 했습니다. 우려를 키우는 것은 팬데믹이 세계화의 퇴조를 가져오고 각국의 보호주의 장벽이 높아져 장기간 세계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팬데믹은 고금리·고부채·고물가로 대표되는 ‘3고(高) 시대’를 몰고 왔습니다. 대략 1990년대부터 팬데믹 이전까지 세계경제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로 특징지어집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세계화 가속으로 세계경제는 저물가·저금리 속 호경기를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젠 미국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여도 물가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고 노동시장의 뜨거운 열기도 쉽게 식지 않습니다. 이런 이상 현상이 새로운 표준이 된 뉴노멀(New Normal)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들어졌어요.

팬데믹 상황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에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지출을 자극했습니다. 즉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현금 지원 등을 대대적으로 늘린 거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로선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으며 ‘그냥 쉬는’ 선택을 많이 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이렇게 일터로 돌아오지 않는 현상을 ‘대퇴직(Great Resignation)’이라고 합니다. 이게 기업의 구인난을 초래하고, 임금수준을 높게 유지하는 동시에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또 정확한 수치상으로 입증되진 않았지만 팬데믹이 소상공인·자영업자·취약계층에 더 큰 피해를 준 것만은 사실입니다.

감염병에 잘 대처하는 나라가 세계경제를 앞장서 이끈다는 점도 목격됐습니다. 대만이 대표적인 나라죠. 제조업 기반의 중요성도 재발견하게 됐습니다. 이런 기반이 있어야 그나마 방역 마스크나 진단 키트를 신속하게 만들고 팬데믹에도 경제가 굴러가게 할 수 있습니다. 산업적으로는 음식 배달 등 온라인 비즈니스의 급성장, 무인 카페·주문 키오스크 등 무인화 바람, 감염병 치료제·백신 제조와 원격진료 등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경쟁 가열을 몰고 왔습니다.

‘파편 사회’ … 협력 더욱 중요

팬데믹은 초연결 시대에 서로 끌어당기기만 하는 힘을 거꾸로 약하게 합니다. 연결된 사회에선 위험도 공유되기 때문에 비대면 경제활동은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기업이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하고, 화상회의·메신저 앱이 보편화하며,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는 이른바 ‘파편 사회’가 만들어진 겁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가 강조한 ‘위험사회’(위험이 중심이 된 사회)의 반작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팬데믹과 같은 위기를 혼자 끙끙 앓는다고 풀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역설적이게도 협력은 더 필요합니다. 작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의 주제도 ‘파편화된 세계에서의 협력’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또 다른 질병이 인류를 계속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 등으로 생태 균형을 무너뜨린 인간에게 자연이 감염병으로 보복해온다는 겁니다. 환경 파괴로 동물 서식지가 줄고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이 인간과 자주 접촉한 결과, 감염병이 새로 출현한다는 경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재유행, 엠폭스 경고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NIE 포인트1. 20세기 이후 세계경제에 나타난 위기의 역사를 훑어보자.

2. 대안정기, 뉴노멀 등 경제 용어를 경제사 속에서 공부해보자.

3. 파편화된 사회에서 협력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놓고 친구들과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