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성경에 나오지 않는 이집트 이야기

"형들과 해와 달, 별 모두가 내게 머리 숙여"
요셉 꿈 해몽에 화난 형들, 상인에 팔아치워

이집트 노예였지만 지배층 힉소스인과 동족
파라오 눈에 띈 야곱, 총리 오르며 '승승장구'
꿈에 나온 대로 부모·형제 이집트로 불러들여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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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 첫 번째인 마태복음은 ‘낳고~’로 시작해 ‘낳고~’로 끝난다. 간단히 말해 예수의 혈통을 따라 올라가는 41명의 족보인데 제일 위가 아브라함이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들을 낳는다. 궁금증이 생긴다. 야곱의 아들이 열둘인데(이스라엘 12부족 동맹의 기원) 이 중 장자는 르우벤이고 아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요셉이다. 그런데 복음서의 저자는 왜 유다와 형제라 했을까. 르우벤은 아비의 첩을 건드렸다가 장자의 권리를 박탈당했고 그 권리는 가장 출세한 요셉에게 넘어갔지만 혈통의 최종 적통인 예수가 유다 지파 소속이기 때문이다. ‘역사 칼럼이 성경 공부로 바뀌었나?’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다.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봤다. 이집트인이 이스라엘 민족을 핍박한 이유 그리고 모세가 민족을 이끌고 탈출한 사연이다. 놀라운 해석이었다. 성경 얘기 조금 더 하자.

야곱은 늘그막에 낳은 요셉을 애지중지했다. 색동옷까지 입혀가며 아꼈는데 이게 형들의 시기와 질투를 산다. 게다가 요셉은 미움 받을 짓을 하는 데 도사였다. 요셉의 가장 큰 특기가 꿈 해몽이다. 그런데 이게 들을수록 짜증나는 내용들이다. 모두가 들에 나가 곡식을 묶고 있는데 형들의 곡식단이 자신의 곡식단에 절을 했다거나(형들 분노 게이지 상승), 해와 달과 별 11개가 자신에게 큰절을 했다거나(형들 분노 조절 한계점 돌파)하는 식이다. 격분한 형들은 재수 없는 요셉을 치워버리기로 한다. 이들은 이집트로 가는 상인에게 요셉을 팔았고 아비에게는 짐승이 잡아먹었다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요셉은 파라오의 눈에 들어 국무총리에 오르는 엄청난 출세를 하고 부모와 형제들을 이집트로 불러들인다. 꿈대로 된 것이다. 그런데 노예에 이방인이 한 나라의 재상을 한다고? 그것도 당대에? 리얼리티가 너무 떨어진다. 성경은 이 일에 대해 힌트는 주지만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이집트 역사를 알아야 이해가 가능하다. 100여년 이집트를 지배한 이방인 왕조고대 이집트를 만든 사람들은 사막의 오아시스에 거주하던 정착민이다. 기원전 4만 년 북아프리카의 기후가 변해 이 지역은 모조리 사막화되었고, 이들은 나일강 쪽으로 근거지를 옮긴다. 듬성듬성 만들어진 촌락이 도시를 형성하고 이 도시들이 경쟁하면서 나일강 유역에 두 개 왕국이 들어선다. 강 아래쪽에 있는 것은 상(上)왕국, 위쪽에 있는 것은 하(下)왕국이라고 불렀는데 나일강 상류가 남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원전 3100년경 상왕국의 왕 메네스가 하 왕국을 정복하고 통일 왕국을 세운다. 찬란한 3000년 이집트 문명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알렉산드로스에게 정복되는 기원전 332년까지 이집트는 26개의 왕조가 다스렸는데 이중 15대가 이민족 왕조다. 기원전 1680년경 힉소스인들이 지금의 탱크에 해당하는 4두마(頭馬) 전차를 몰고 와 이집트를 정복한 것이다. 이들의 이집트 지배는 100여 년 정도 이어졌는데, 이 시기가 바로 요셉이 이집트로 팔려 온 때다. 요셉은 어느 장군의 집에서 일한다. 유능해서 얼마 안 가 곳간 열쇠까지 관리하게 되는데 잘생긴 게 죄였다. 장군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했다가 거절당하자 도리어 요셉을 성추행범으로 몰았고 이 일로 요셉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이 과정에서 요셉은 언어장애를 전혀 겪지 않는다. 힉소스인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왔다. 요셉의 증조할아버지 아브라함도 메소포타미아 우르 출신이다. 힉소스인과 이스라엘 민족은 같은 혈통, 먼 친척뻘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말도 통했던 것이고 노예였지만 동족인 까닭에 수직 신분 상승이 가능했던 것이다. 참고로 힉소스 왕조의 2대 왕 이름은 야쿱이다. 요셉의 아버지 이름이 야곱인데 모음 하나 차이로 같은 이름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집트인의 보복, 출애굽의 시작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나서.” 힉소스 왕가의 사람이라면 요셉을 모를 수 없다. 새 왕이 일어났다는 말은 이집트인들이 힉소스 왕조를 무너뜨렸다는 얘기다. 기원전 1550년경의 일로 아모세 왕이 이방인 왕조를 축출한 주인공이다. 중동 왕조의 붕괴와 함께 요셉의 후손들은 적폐가 되고 이집트인의 보복에 시달린 끝에 탈출한 것이 출(出)애굽이다. 살 수가 없어서 빠져나온 것이다. 유튜브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인들의 머릿수가 늘어난 게 파라오를 자극하여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한다. 유명 유튜버라고, 조횟수 많다고 무조건 믿으면 안 된다. 반드시 크로스체크를 해야 역사를 오독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남정욱 前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남정욱 前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성경은 신화와 역사가 섞여 있는 기록물이다. 이때 신화의 세계로 오해하기 쉬운 게 등장인물들의 수명이다. 최장수자 므두셀라의 나이는 969세다. 방주를 만든 노아는 950세다. 외계인인가? 아니다. 유목민족에게는 시간을 측정하는 기준이 달의 변화이고 한 달을 1년으로 쳤기 때문에 이 숫자가 나온다. 그렇게 계산하면 므두셀라는 80세, 노아는 79세가 된다(달의 공전주기는 27일이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이보다 적다). 성경과 유대인 얘기는 여기까지고, 다음 회부터는 아라비아의 신흥 강자 이슬람과 쿠란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