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인간은 왜 전쟁할까
세상 질서 바꾸는 것이 목표인 사람
'희망'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선동
냉전 시기 형편 어렵던 소련
동맹국 큰형 체면 지키려 전쟁도
전쟁은 노인이 결정하고, 젊은이가 싸우고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피해를 봐
세상 질서 바꾸는 것이 목표인 사람
'희망'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선동
냉전 시기 형편 어렵던 소련
동맹국 큰형 체면 지키려 전쟁도
전쟁은 노인이 결정하고, 젊은이가 싸우고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피해를 봐

이들은 세상의 질서를 바꾸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며 교묘한 선동으로 그가 바꾸려는 질서가 얼마나 이익인지를 ‘희망’이라는 단어로 포장한다. 물론 이들은 옆집 김 씨나 회사 박 부장 같은 범인(凡人)이 아니다. 대부분 정치가와 군인이 직업인 이들은 인간을 지배하는 일에 쾌감을 느끼는 야심가들이다. 그럼 남자만? 야심이 성별을 가려가며 깃들 리 없다. 원폭 실험을 강행한 인도 총리도, 중동전쟁에서 한때 원자폭탄 사용을 결정한 이스라엘 총리도, 포클랜드전쟁을 강행한 영국 총리도 모두 여자였다. 이 야심가들에게는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큰 의미가 없다. 이들은 모두 ‘전쟁형 인간’이다. 그리고 이들이 벌인 전쟁은 전부 ‘개인적 의지’가 발휘된 결과였다. 이게 ‘그 책’이 설명하는 인간이 전쟁하는 이유다. 자, 그럼 실전 문제. 한국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간단하다. 김일성의 의지다. 그의 개인적 의지가 3년 1개월 동안 한반도를 피비린내에 잠기게 했다. 한민족 최고의 인물을 가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5000년 역사 최고의 역적을 고르는 일은 너무나 쉽다. 김일성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떨까. 도발한 것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다. 서방의 군사적 동진(東進)은 러시아로선 뼈에 새겨진 공포다. 1812년 나폴레옹이 쳐들어왔고, 100년 좀 지나서는 히틀러가 쳐들어왔다. 1990년 나토는 러시아에 동쪽으로는 1인치도 전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계속 약속을 어기며 조금씩 경계를 동쪽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 마지막 주자가 우크라이나다. 턱밑에서 때려봐, 때려봐 약을 올렸는데 하필 러시아 대통령이 때리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인간이었다. 아무리 이죽대도 상대가 참으면 전쟁이 안 난다고 생각하면 국제정치적으로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전쟁은 가끔 체면 때문에 벌어지기도 한다. 냉전 시기 형편도 안 되는데 소련이 미국과 대립을 이어간 이유는 미국에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순간 동맹국들의 시선이 “뭐야, 소련 별거 아니었잖아”라며 싸늘해지기 때문이다.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권력 강화 차원에서 유익하기도 하고). 해서 도발자와 ‘선방’ 폭행자 둘 다 ‘전쟁형 인간’이자 전범이다. 개전 250일을 넘기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을 알면 전쟁이 보인다는 원칙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강경파인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의 핵심이다. 그는 상대국의 사회질서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인 동시에 ‘전쟁형 인간’의 특징인, 적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그러니까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쟁은 복잡하면서도 간단하다. 집주인이 방 4개짜리 집을 가지고 세입자 둘과 이중계약을 했다. 문제가 생기자 집주인은 부동산 업자를 통해 공평하게 방을 둘씩 나누어 쓰라며 타협안을 제시한다. 문제는 한 집은 식구가 10명, 한 집은 5명이었다는 사실이다. 둘 다 입이 나온 가운데 5인 가구가 먼저 입주한다. 10인 가구는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들은 5인 가구를 쫓아내기 위해 싸움을 벌이지만 패배한다. 10인 가구는 방 하나에서 살아야 했고, 친척들은 리턴 매치를 벌인다. 그러나 결과는 1라운드와 같아서 10인 가구는 그나마 지내던 방까지 내줘야 했다. 현재 10인 가구는 발코니에서 생활하는 중이다.
무슨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이 다 있느냐 하신다면 그게 바로 현재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집주인은 영국이다. 10인 가구는 팔레스타인이다. 5인 가구는 이스라엘이다. 부동산 업자는 UN. 친척들은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등 주변 아랍 국가들이다. 친척들이 벌인 전쟁이 1948년부터 1973년까지 네 차례 중동전쟁이다. 10인 가구와 5인 가구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 거주하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비율인데 이스라엘은 60여만 명, 팔레스타인인은 130여만 명이었다.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것이지만 내용은 대략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