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국민연금 '국가지급 약속' 법제화, 문제점은 없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7010535.1.jpg)
실제로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국민연금 가입을 독려하며 가입 확대 정책을 펴왔다. 국민연금공단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나서 가입하기만 하면 어떤 경우에도 나중에 연금을 받는 것처럼 홍보해왔다. 마치 은행에 정기적금을 들어 만기가 되면 이자까지 모두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광고를 해왔다. 가입자인 다수 국민 누구도 이 연금의 기금이 거덜 나 자신이 연금 수령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2150만 명(2024년 상반기)이 넘는 가입자는 요건이 되면 무조건 가입시키는 법과 “노후를 책임져준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평생 급여의 일부를 떼어 납부해왔다.
기업 등 사용자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보험료를 납입해왔다. 1988년 국민연금이 시행된 이래 어떤 정부도 국민연금의 기금이 모자라 연금 지급을 하지 못할 경우를 상정했거나 그런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예상 수령액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왔다. 이 점은 좌파든 우파든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합법 정부였기에 ‘정부의 연속성’ 차원에서 지급보증과도 같은 이 무언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이 시점에서 만약 정부가 지급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청년들과 미래세대는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으로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반대] 지급 보장은 개혁 하지 말자는 논리…세금 동원은 '조삼모사', 형평성 문제도국민연금 고갈 예상 시기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앞당겨졌다. 급격한 고령화, 즉 수명은 급속도로 연장되는 데다 출산은 급감해 이보다 고갈이 더 당겨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입자 연령이 낮아질수록 고갈 공포는 클 수밖에 없다. 월급의 9%(4.5%는 사용자 부담)를 강제로 내는데 본인은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젊은 층의 불신과 불만이 크지만, 정부가 세금에서 이를 직접 메꿔줄 수는 없다.
국민연금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부조 시스템이다. 세대 간 부조 제도일 뿐 누구도 지급을 보장할 수는 없다. 정부가 개혁 혹은 개선에 나선다는 것은 이 공적부조제도가 지속 가능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즉 가입자가 낼 돈(보험료)을 기금 여건과 시대적 경제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그에 맞춰 당장의 수급자와 훗날의 수령자가 적절한 금액으로 받도록 제도 운용을 설계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에 대해 정부가 5년마다 재정추계를 하도록 법에 명시된 게 그렇다. 2050년대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계속 가동되게 하려면 지금 더 내는 것부터 확실히 하고, 덜 받기나 최소한 늦춰서 받도록 해서 기금을 확충해야 한다. 문제는 더 내는 것은 가입자 모두가 싫어하고 덜 받기는 더욱 싫다고 하니 정부가 그런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정부가 책무는 기피한 채 국가지급보증이라는 아주 쉽고 편한 길로 가도록 국회가 그렇게 몰아세우는 게 지금 상황이다. 한마디로 힘들다고 개혁하지 말자는 논리다.
설령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세금이다. 결국 세금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니 미래세대 부담은 이래저래 똑같다. 더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도 많다.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국가지급보장법에 앞서 수십 년 제도를 엉터리로 관리해온 역대 정부와 개혁을 외면해온 현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부터 할 일이다.√ 생각하기 - 보험료 절반 내는 기업, 논의 소외…미래세대 부담 덜기가 핵심
![[시사이슈 찬반토론] 국민연금 '국가지급 약속' 법제화, 문제점은 없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0636779.1.jpg)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