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논술 출제 방식과 주제에 대한 기본이해 (4)
■ 빈출 주제(1) - 개인과 사회의 관계지난호에(5월 27일자 15면) 논술고사에서 출제되는 대표적 주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다루면서 그 관계를 규정하는 사회명목론과 사회실재론의 입장 간 대비되는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이 관계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안정 중 무엇을 중요시할 것인가(자유주의 vs. 공동체주의), 효율성과 형평성 중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 사회정의의 핵심을 과정의 공정성과 결과의 공정성 중 어디에 둘 것인가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주제들은 깊이 이해해두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이해가 비슷한 주제에서 깊이 있는 시각과 통찰력으로 드러날 테니까요. 그럼 이번에는 논술형으로 만든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 제시문 <1>~<4>를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상반된 입장으로 분류한 후 그중 적절한 것을 활용해 <자료>의 갑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갑의 관점으로 아르바이트 청소년 부당 대우 문제를 볼 때 나타날 수 있는 한계를 서술해보시오.

<1> 콩트에 따르면 비록 사회학이 위계상 그에 앞선 다른 과학들과 구분되는 특수한 방법론적 특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역시 앞의 여러 과학에 의존하는 것이다. 특히 위계상 바로 아래에 있는 생물학에 매우 많이 의존한다. 생물학이 다른 자연과학 분야와 구분되는 점은 그것의 전체론적(holistic) 성격에 있다. 각 요소를 분리시킴으로써 발전되어온 물리학이나 화학과 달리, 생물학은 유기적 전체를 연구함으로써 발달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학이 생물학과 공유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이 유기적 측면과 유기적 단위에 대한 강조다. 사회를 각 부분으로 나누어 따로따로 연구한다면 질서의 조건에 대해서든 운동에 대해서든 사회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불가능하다고 콩트는 말한다. 사회학의 유일하고도 적실한 접근 방식은 각 요소를 전체 체계라는 관점에서 관찰하는 데 있다. 콩트는 사회체계의 구성 요소를 다루는 데서 개인을 기본적 요소로 보는 것을 강하게 거부했다. 진정한 사회적 단위는 가족이다. 인간의 사회성은 이미 인간 본성 속에 내재해 있는 것이며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도출할 수 없는 것이다.

<2> 자연은 인류를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권자의 지배 아래 두어왔다. 우리가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지시하고, 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다만 고통과 쾌락뿐이다. 공리성의 원리란 어떠한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정하되 그 행동이 당사자의 행복을 증대시켰는지 혹은 감소시켰는지에 따라 판정하는 원리다. 따라서 이 원리는 한 개인의 모든 행동뿐만 아니라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어떤 사람이 어떤 행위 또는 어떤 정책에 대하여 주는 시인 또는 부인이, 사회의 행복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킨다고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경향에 의하여 결정되고, 또 그와 같은 경향에 비례하여 행하여지는 경우, 그 사람은 공리성의 원리의 가담자라고 말할 수 있다.

<3> 사람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추구하게 마련이어서, 그대로 내버려두면 서로 싸우고 빼앗고 하여 양보란 없을 것이다. 나면서부터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게 마련이므로, 그대로 내버려두면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여 진실과 믿음은 사라진다. 또한 나면서부터 귀로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눈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려는 감각적 욕망이 있는데, 이를 그대로 좇으면 무절제하게 되어 사회규범으로 지켜야 할 예의나 규범의 형식과 이치(理致)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타고난 성질이나 감정에 맡겨버린다는 것은 반드시 서로 싸우고 다투어 사회의 질서를 깨뜨리고 세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드시 군주와 스승이 법도로 교화하고 예의로 이끌어야 남에게 사양할 줄도 알고 사회의 질서를 지킬 줄도 알아 세상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성왕(聖王)이 이를 위하여 예의를 일으키고 법도를 세워서 성정(性情)을 교정하고 훈련함으로써 사회규범에 따르고 도리에 맞도록 한 것이다.
[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등 깊이 알고 있어야
<4> 일반적으로 개인이 도덕적이면 그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나 사회도 도덕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니부어는 개인이 도덕적이라 해도 사회가 반드시 도덕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개인이 양심적이고 도덕적이어도 그러한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 집단은 이기적이고 부도덕할 수 있다. 집단의 도덕성이 왜 개인의 도덕성보다 낮을까? 니부어는 개인의 이기적 충동들이 서로 결합되어 집단적으로 나타날 때에는 개별적으로 나타날 때보다 더욱 강화되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하였다. 개인적으로 행동할 경우 타인의 시선이나 책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주저할 수도 있지만,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행동할 때에는 타인의 시선에서 더 자유롭고 책임감도 분산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이타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발생하게 되면 집단의 이익을 위한 이기적인 목소리를 내며 집단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료>

여성 가족부가 내놓은 ‘2016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 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 4명 중 1명(25.8 %)이 최저 임금(시급 6,030원)보다 적은 급여를 받았다. 청소년 5명 중 3명(59.3 %)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토대인 근로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초과 근무 요구(16.9 %), 임금 체불(13.4 %), 임금을 못 받거나 적게 받음(8.8 %), 초과수당 미지급(6.6 %) 등의 부당 처우를 받았다고 나타났다.

- 세계일보, 2017. 3. 8. -

<갑> 업주들이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사례가 없어지지 않고 있어요. 이러한 문제는 업주들이 의식과 행동을 바꾸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답안] 제시문들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사회실재론적 관점을 보이는 <1>, <4>와 사회명목론적 관점을 전달하는 <2>, <3>으로 분류된다. <자료>의 갑은 개인의 특성이 사회 특성을 결정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명목론 입장에 선 제시문 <2>, <3>을 활용해 설명할 수 있다.

자료를 살펴보면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부당 대우가 심각하다. 이는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 등 제도의 허점이나 임금체불 문제를 방어할 수 있는 노동법의 취약함 등 사회구조적 문제에 기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갑은 업주들의 의식 전환이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책임을 기대한다. 이는 사회의 무질서가 개인의 악한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본성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주장한 <3>과 같은 궤도의 논리다. 또한 갑이 업주들의 개선을 주장한 바탕에는 개인의 행동원칙이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3>의 공리주의적 논리도 발견할 수 있다.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이와 같은 방식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문제 해결의 주체를 개인으로 특정하면 갑과 같은 방식으로 요구하거나 대안을 내세우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갑과 같이 사회명목론적 관점으로만 아르바이트 청소년 부당 대우 문제를 바라보면 아르바이트 청소년에게 이루어지는 부당한 대우가 개인의 잘못에 따라서만 발생한다고 보게 된다. 실제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은 개인들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법과 제도의 개선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풀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갑과 같이 사회명목론적 시각으로만 아르바이트 청소년 부당 대우 문제를 바라보면 사회문제를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만 돌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