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류석춘 <이승만 시간을 달린 지도자>
요즘 건국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다. 지난 2월 1일 개봉한 <건국전쟁>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관객 120만 명을 기록했다.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책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가운데 <이승만 시간을 달린 지도자> 1, 2권이 출간됐다. 이 책이 이전에 나온 서적들과 다른 점은 이승만 대통령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 생애를 다루었다는 데 있다.지난 4월 30일 출간한 1권은 ‘성장부터 해방까지’(1875~1945), 2권은 ‘미군정과의 대립과 UN’(1945~1948)을 기록했다. 2025년 발간 예정인 3권은 ‘건국의 시간과 죽음’(1948~1965)을 담게 된다.
<이승만 시간을 달린 지도자>를 쓴 류석춘 저자는 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2010년부터 5년간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대한민국의 발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먼저 돋보였고, 어느 날 박정희 뒤에 우뚝 서 있는 이승만이라는 더 큰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14년간 이승만 연구를 위해 수많은 기록을 찾아 헤맸고, 그 결과를 <이승만 시간을 달린 지도자>에 담았다.
이승만은 조선시대였던 1875년에 태어나 서당에서 공부하며 과거 시험을 준비했다. 1894년 갑오개혁에 따라 과거제가 폐지되자 1895년 배재학당에 입학했다. 배재학당에서 3년간 신학문을 배우면서 신문 창간을 주도하고 국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급기야 고종 폐위 음모에 가담한 죄로 1899년부터 5년 7개월간 감옥 생활을 했다. 기독교로 개종한 그는 감옥에서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썼다. 1904년 29세에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 조지워싱턴대대학교, 하버드대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1910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YMCA에서 일하다 ‘105인 사건’에 연루돼 2년 만에 다시 미국으로 도피했다.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1920년 11월부터 1921년 5월까지 상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을 지냈다. 이후 하와이로 복귀해 다시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1939년 3월 워싱턴D.C.로 독립운동 공간을 옮긴 이승만은 1941년 <일본내막기>를 펴내 일본 군국주의 침략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평화주의자들은 책을 평가절하했지만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이 일어나면서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1권이 이승만이 어떻게 국제적 안목을 지니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여정이라면 2권은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온 이승만이 미군정과 싸워서 이긴 기록을 담았다. 1945년 10월 이승만이 한국에 돌아와 1948년 8월 건국하기까지 엄청난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미군정이 좌우합작 노선을 지원하는 가운데 공산주의자들이 판을 쳤지만,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저자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자유와 번영을 누리게 된 출발점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가의 기본 운영 원리로 내세운 이승만이 1948년 국회, 헌법, 정부를 순차적으로 만들어 대한민국이란 새 나라를 세우면서부터”라고 기술했다.근대화, 항일, 반공1948년 한반도 남쪽에 새롭게 등장한 대한민국이 이승만의 주도하에 세 가지 동력을 발전의 발판으로 삼았다고 분석한 저자는 그 세 가지를 이렇게 규정했다.
“첫째는 전통 국가를 근대국가로 탈바꿈시키고자 한 ‘근대화’ 의지다. 둘째는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독립을 추구한 ‘항일’ 의지다. 셋째는 소련 공산 전체주의에 반대한 ‘반공’ 의지다. 이 세 가지 동력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졌다면 오늘날 번영하는 대한민국은 결코 세워질 수 없었다.”
<이승만 시간을 달린 지도자>는 이승만이라는 한 인물을 통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독립한 나라 가운데 대한민국만 경이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던 혼란한 시대에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이승만은 어떻게 대통령에 올랐으며 국가가 번영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았을까. 다양한 근거와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작성한 <이승만 시간을 달린 지도자>를 통해 탐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