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통화량의 결정

어떤 물건의 가격이나 거래량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만, 통화량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은행이 중심이 되어 현재 경제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 통화량을 결정하고, 그 이후에는 적정 통화량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 지속해서 관찰하며 대응한다. 통화량이 적정 수준을 벗어나게 되면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인다.
적정 통화량은 MV=PY라는 교환방정식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좌변의 M은 통화량이고 V는 화폐의 유통 속도이며, 우변의 P는 물가를, Y는 실질GDP를 의미한다. 따라서 우변은 명목GDP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통화량은 나라마다 M1 혹은 M2 같은 통화지표를 기준으로 정해서 사용한다. 처음 등장한 용어인 화폐의 유통 속도는 1년 동안 한 단위의 화폐가 거래에 얼마나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국가경제 전체에서 행해진 거래의 총액이 10억 원이고 현재의 통화량이 5억 원으로 유지된다면, 10억 원의 거래를 매개하기 위해 화폐 한 단위가 1년 동안 평균 2번의 거래에 사용되어야 하므로 화폐의 유통 속도는 2가 된다. 화폐의 유통 속도는 나라마다 화폐를 사용하는 국민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수치가 나온다. 화폐의 유통 속도는 교환방정식을 통해 명목GDP를 통화량으로 나눈 값과 언제나 같게 된다. 따라서 이 식은 방정식이라는 명칭이 붙기는 했지만, 좌변과 우변이 항상 같아지게 스스로 조정하므로 항등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실물경제에서 한 나라의 물가와 실질GDP가 결정되면서 명목GDP가 나오게 되고, 국민의 화폐 사용 습관에 따라 화폐의 유통 속도가 정해지면 교환방정식을 통해 한 나라의 현재 필요한 적정 통화량이 결정된다. 중앙은행은 본원통화의 공급과 통화승수의 조정을 통해 적정 통화량을 유지한다. 중앙은행이 적정 통화량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 항등식에 따라 물가나 화폐의 유통 속도가 스스로 변하게 된다. 만약 물가나 화폐의 유통 속도가 아니라 실질GDP까지 변한다면 통화량이 물가나 화폐의 유통 속도뿐 아니라 생산수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환방정식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경제가 성장해 실질GDP가 늘게 되면 적정 통화량의 수준도 증가하게 되므로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늘려야 할 것이다. 생산이 증가하게 되면 교환의 매개 수단인 화폐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산이 증가하지만, 화폐가 적절하게 증가하지 못하면 결국 물가나 화폐의 유통 속도뿐 아니라 더 나아가 실질GDP의 감소까지 초래해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통화량을 조절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통화량 변동을 통해 생산의 증가나 물가의 하락을 유도해 경기침체가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생산량의 변동에 맞게 통화량을 조절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통화량을 조절해서 경기침체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매우 중요하면서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다음 주부터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