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 임원들이 ‘주 6일 근무제’에 돌입했다. 그간 반도체 개발 등 실적이 부진했던 부문의 일부 임원이 토요일 근무를 해왔으나 담당 분야와 관계없이 전 계열사가 하루 더 일하기에 나선 것이다. 재계 2위인 SK그룹도 최고 경영진과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하는 토요일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재가동했다. 국내외 기업 환경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한편으로 기업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내실을 기해 성과로 말하는 곳인데,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관료조직 등 공공 부문처럼 모양새 내기라는 비판이다.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오히려 주 4일제로 나아가는 기업도 있다. 비상 경영을 내세운 대기업 임원들의 주말 근무,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삼성전자·하이닉스, 적자로 법인세 0원…장기 저성장에 대기업 솔선수범미국과 중국의 경제·산업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GSC)도 재구축되고 있다. 내수 기반은 부족하고 수출에 기대어 살아가는 한국으로서는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국내 경제 여건도 자연히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산업과 실물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기업들이 앞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좀 더 긴장감을 갖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는 차원이다.
삼성과 SK 등 대기업 임원들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기업마다 핵심 전략 사업의 성과가 부진해졌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전통적 3고(高)에 고임금·고유가까지 ‘5고’ 현상이 계속되는 데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벌이는 등 중동에서 전운 고조로 경영 여건이 계속 어려워진다. 산업계 1·2위 그룹이 먼저 위기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인 만큼 바람직하다. 당장은 삼성과 SK 내부의 긴장감 공유, 허리띠 죄기로 나타나겠지만 다른 기업도 좋은 취지로 따라 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이들 대기업의 6일 근무제는 주말 토·일요일 중 하루를 선택해 일하는 방식이다. 부장 이하의 일반 직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주말 근무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흔들자는 취지도 아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반도체에서만 15조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봤다. 이 바람에 올해 이 회사가 낼 법인세는 0원이다. SK도 같은 여건이어서 2024년 납부분 법인세는 아예 없다. 한국의 법인세 납부 1·2위 기업이 적자로 세금을 못 내자 나라 살림에도 비상이 걸렸다. 법인세는 부가가치세·소득세와 함께 재정을 뒷받침하는 3대 세목이다. 주요 기업의 어려움이 개별 기업의 고충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 운영에 직결되는 것이다. 주말 하루 정도가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기술개발, 시장 개척, 업무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반대] 글로벌 기업까지 '농업적 근면' 곤란, 기업은 실질·효율 추구…'결과'로 말해야기업은 능률과 효율을 중시한다. 실질을 중시하고 실효성을 추구하는 게 기업이다. 그렇게 해서 경영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한국을 벗어나 국제무대에서 뛰는 대기업이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야 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매출의 대부분을 거대 글로벌 IT 기업을 상대로 이뤄낸다. 이런 기업의 리더들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나와서 특별히 할 일이 무엇인가? 평일에 일을 집중하면 된다. 이들이 휴일에 출근하면 기사나 비서, 일반 직원 중에도 따라 출근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보여주기 외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휴일에 사무실이나 작업장으로 나오면 물·전기도 쓰고 차량 기름값만 든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인재들은 반발할 것이다.
한국 대기업이 비효율의 상징인 관료화가 되어가는 한 단면이다. 보여주기, 명분 만들기, 형식 논리 같은 공공 부문 폐단이 효율성과 혁신이 생명인 기업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태다. 글로벌 삼성, 글로벌 SK라면 이런 전근대적 ‘농업적 근면성’에서 앞서 탈피해야 한다. 좀 더 참신한 아이디어, 스마트한 구상, 시스템으로 일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여 다른 산업과 중소기업에 보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 단위시간당 획기적으로 높은 생산성을 제시하고 다른 기업이 뒤따르게 해야 선구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의 총수가 지시해서 휴일에도 일한다면 더 문제다. 한국 기업의 한계다. 한일시멘트는 최근 주 4일제를 새로 시작했다. 열 달가량 금요일은 오전만 근무하는 주 4.5일 근무제를 해 오면서 여러 가지를 점검한 뒤 내린 결정이다. 이게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일이다. 단순히 근무시간만 늘려서는 혁신적 제품이나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어려울 것이다. 임원은 ‘기업의 별’인 만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질 좋은 신개념 상품을 내놓는 게 기업의 사회공헌이다.√ 생각하기 - 대기업 위기에 세수 비상, 나라경제 '흔들'…경각심 필요 신호 삼성·SK 그룹 임원들이 주6일제 근무제에 돌입한 것은 파장이 꽤 큰 뉴스였다. 같은 시기에 전통 제조업의 한일시멘트 임직원은 격주로 주4일제 근무를 시작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초비상 경영에 돌입할 정도로 경제 여건과 기업 실적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처한 상황과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성 있게, 유기적으로 즉각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그래야 성과를 내고 살아남는다. 거대 기업들의 생존 경쟁은 그대로 국가 간 경쟁인 시대다. 미국이 천문학적 보조금을 내세워 세계의 반도체 기업이 자국에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한 곳이 전체 법인세 세수(2023년 80.4조원)의 10%가량을 내왔는데 2024년에는 전혀 내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급변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좋든 싫든 대한민국 경제는 대기업이 흔들리면 무너지는 구조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삼성과 SK 등 대기업 임원들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기업마다 핵심 전략 사업의 성과가 부진해졌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전통적 3고(高)에 고임금·고유가까지 ‘5고’ 현상이 계속되는 데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벌이는 등 중동에서 전운 고조로 경영 여건이 계속 어려워진다. 산업계 1·2위 그룹이 먼저 위기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인 만큼 바람직하다. 당장은 삼성과 SK 내부의 긴장감 공유, 허리띠 죄기로 나타나겠지만 다른 기업도 좋은 취지로 따라 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이들 대기업의 6일 근무제는 주말 토·일요일 중 하루를 선택해 일하는 방식이다. 부장 이하의 일반 직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주말 근무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흔들자는 취지도 아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반도체에서만 15조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봤다. 이 바람에 올해 이 회사가 낼 법인세는 0원이다. SK도 같은 여건이어서 2024년 납부분 법인세는 아예 없다. 한국의 법인세 납부 1·2위 기업이 적자로 세금을 못 내자 나라 살림에도 비상이 걸렸다. 법인세는 부가가치세·소득세와 함께 재정을 뒷받침하는 3대 세목이다. 주요 기업의 어려움이 개별 기업의 고충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 운영에 직결되는 것이다. 주말 하루 정도가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기술개발, 시장 개척, 업무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반대] 글로벌 기업까지 '농업적 근면' 곤란, 기업은 실질·효율 추구…'결과'로 말해야기업은 능률과 효율을 중시한다. 실질을 중시하고 실효성을 추구하는 게 기업이다. 그렇게 해서 경영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한국을 벗어나 국제무대에서 뛰는 대기업이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야 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매출의 대부분을 거대 글로벌 IT 기업을 상대로 이뤄낸다. 이런 기업의 리더들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나와서 특별히 할 일이 무엇인가? 평일에 일을 집중하면 된다. 이들이 휴일에 출근하면 기사나 비서, 일반 직원 중에도 따라 출근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보여주기 외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휴일에 사무실이나 작업장으로 나오면 물·전기도 쓰고 차량 기름값만 든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인재들은 반발할 것이다.
한국 대기업이 비효율의 상징인 관료화가 되어가는 한 단면이다. 보여주기, 명분 만들기, 형식 논리 같은 공공 부문 폐단이 효율성과 혁신이 생명인 기업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태다. 글로벌 삼성, 글로벌 SK라면 이런 전근대적 ‘농업적 근면성’에서 앞서 탈피해야 한다. 좀 더 참신한 아이디어, 스마트한 구상, 시스템으로 일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여 다른 산업과 중소기업에 보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 단위시간당 획기적으로 높은 생산성을 제시하고 다른 기업이 뒤따르게 해야 선구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의 총수가 지시해서 휴일에도 일한다면 더 문제다. 한국 기업의 한계다. 한일시멘트는 최근 주 4일제를 새로 시작했다. 열 달가량 금요일은 오전만 근무하는 주 4.5일 근무제를 해 오면서 여러 가지를 점검한 뒤 내린 결정이다. 이게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일이다. 단순히 근무시간만 늘려서는 혁신적 제품이나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어려울 것이다. 임원은 ‘기업의 별’인 만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질 좋은 신개념 상품을 내놓는 게 기업의 사회공헌이다.√ 생각하기 - 대기업 위기에 세수 비상, 나라경제 '흔들'…경각심 필요 신호 삼성·SK 그룹 임원들이 주6일제 근무제에 돌입한 것은 파장이 꽤 큰 뉴스였다. 같은 시기에 전통 제조업의 한일시멘트 임직원은 격주로 주4일제 근무를 시작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초비상 경영에 돌입할 정도로 경제 여건과 기업 실적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처한 상황과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성 있게, 유기적으로 즉각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그래야 성과를 내고 살아남는다. 거대 기업들의 생존 경쟁은 그대로 국가 간 경쟁인 시대다. 미국이 천문학적 보조금을 내세워 세계의 반도체 기업이 자국에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한 곳이 전체 법인세 세수(2023년 80.4조원)의 10%가량을 내왔는데 2024년에는 전혀 내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급변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좋든 싫든 대한민국 경제는 대기업이 흔들리면 무너지는 구조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