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은행의 예금창조
Getty Image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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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에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지폐와 동전 외에도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나 장기금융 상품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시중은행도 한 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중은행의 이러한 역할은 예금창조라는 기능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번 주에는 시중은행의 기능과 화폐의 공급에서 예금창조가 발생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은행이라는 명칭에 대해 살펴보자. 시중은행은 ‘일반은행’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러한 명칭은 중앙은행과 구분해야 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은행 하면 시중은행(이하 은행)을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은 금을 세공하는 사람들에게서 비롯했다. 앞서 화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며 태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과 은을 보관하고 있다는 증서가 화폐의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는데, 금세공업자들이 세공업 이외에 금을 보관하고 금 보관증을 발급하는 일을 전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금 보관증을 발급해도 금으로 교환해 가는 사람이 많지 않고 대부분의 금을 금고에 보관하자 금세공업자들은 보관 중인 금을 원하는 사람에게 대여하고 수수료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금을 대여할 필요 없이 금 보관증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금을 대여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처럼 은행은 금세공업자가 금 보관증을 발급하는 일에서 시작해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한 것이다.

금세공업자가 은행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는 은행의 대표적 기능은 금융중개와 예금창조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모으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융통해주는 기능이 바로 금융중개다. 은행은 금융중개 업무에 특화함으로써 대규모로 자금을 조성하는 동시에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를 효과적으로 발굴해 금융의 거래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은행은 단순히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뿐 아니라 자금 수요자의 수익성과 안전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성된 자금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자금의 흐름을 조정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은행은 금융중개 기능 외에 화폐를 창조하는 예금창조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일단 모든 은행에는 요구불예금만 있다는 가정하에 한 나라에서 M1의 양이 결정되는 단계를 통해 예금창조 과정을 살펴보자. 한국은행이 1만원의 화폐를 발행해 시중에 유통 중인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상황을 통해 M1의 양과 예금창조 과정을 설명할 것이다.

일단 한국은행의 발권으로 시중에는 본원통화가 1만원 증가하게 된다. 한국은행에 금융상품을 팔고 현금 1만원을 갖게 된 사람이 이 돈을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의 요구불예금에 입금한다고 가정하면 이 은행의 보유 현금은 1만원 증가한다. 은행에서는 이를 ‘지급준비금(reserve)’이라고 부른다. 지급준비금은 예금자들의 현금인출에 대비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은행은 늘어난 지급준비금을 모두 현금으로 보유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대출해주거나 다른 곳에 투자할 것이다.

은행은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지급준비금인 법정지급준비금 이상을 보유해야 하지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법정지급준비금만 두고 나머지는 모두 대출하거나 투자한다고 이번에도 가정할 것이다. 이처럼 대출한 현금도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서 모두 은행에 예금된다고 가정하고, 예금을 받은 은행도 법정지급준비금만 남기고 나머지 현금은 다시 대출한다고 가정하면, 은행이 예금의 일부만 법정지급준비금으로 남겨놓고 나머지를 대출해줌으로써 예금이 창출되는 과정이 끝없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예금창조 기능이 나오는 것이고, 이 기능으로 인해 현금과 요구불예금의 합인 M1의 크기가 정해지는 것이다.

앞서 은행으로 현금이 모두 예금되고, 예금된 돈 중에서 법정지급준비금 이외에는 모두 대출된다는 가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현실에서는 모든 현금이 예금되지 않고 은행도 때로는 법정지금준비금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예금되는 현금의 양과 은행이 보유하는 현금의 양에 따라 예금창조의 크기가 정해지고, 이에 따라 M1의 크기도 변하는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김형진 중앙대 강사
김형진 중앙대 강사
은행은 법정지급준비금만을 두고 나머지는 모두 대출하거나 투자한다고 가정하자. 대출된 현금도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서 모두 은행에 예금된다고 가정하자. 예금을 받은 은행도 법정지급준비금만 남기도 나머지 현금은 다시 대출한다고 가정하면, 은행이 예금의 일부만 법정지급준비금으로 남겨놓고 나머지를 대출해줌으로써 예금이 창출되는 과정은 끝없이 반복된다. 이 기능으로 인해 현금과 요구불예금의 합인 M1의 크기가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