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중앙은행의 역할
중앙은행은 M1, M2, Lf로 측정되는 통화량의 기초를 이루는 현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현금을 발행하는 기능을 ‘발권력’이라고 부르는데, 중앙은행은 한 나라 안에서 독점적으로 발권력을 갖는다. 현대의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은 앞서 배운 것처럼 태환 능력이 없음에도 독점적 발권력을 바탕으로 발급하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얻어 각국에서 화폐로 사용된다. 독점적 발권력을 가지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현금을 ‘본원통화(monetary base)’라고도 한다. 이는 한 나라 안의 통화량 크기를 결정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금이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결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유통되는 본원통화의 양을 조정해 시중의 통화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번 주에는 중앙은행과 본원통화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지금의 역할과 유사한 최초의 중앙은행은 1694년에 설립된 영국의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이다. 물론 이 은행이 처음부터 중앙은행의 모습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재정적 위기에 처한 정부가 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고,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는 특혜를 주면서 이 은행의 은행권은 신뢰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하나의 은행이 아닌 여러 은행에서 다양한 은행권을 발행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은행은 정부의 보증을 받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은행의 은행권을 사용하고, 현금의 독점적인 발권자가 되면서 중앙은행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후 각국에서도 정부에 의해 발권력을 독점적으로 인정받은 은행이 중앙은행의 지위를 갖고, 이들 은행이 현금을 발행하는 화폐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되었다.
독점적 발권력을 바탕으로 중앙은행은 정부의 은행인 동시에 은행의 은행 역할을 했다.
중앙은행은 정부가 세금으로 거둔 돈을 관리하고, 세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현금을 발행해 정부에 대여하기도 한다. 정부에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 현금을 발행해야 하므로 시중에 현금이 증가하게 된다.
중앙은행은 또 은행의 은행이라는 역할을 통해 현금을 시중에 공급하고 통화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중앙은행은 일시적 현금 부족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일반은행이 나타나면 대부를 통해 파산을 막아주고, 이 역할을 통해 시중에 현금을 공급한다. 이런 중앙은행의 기능을 최종대부자의 역할이라고 한다. 이는 위기에 처한 은행에 현금을 공급해 은행의 파산 때문에 발생하는 금융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이다. 이 같은 기능은 독점적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만이 수행할 수 있다. 일반은행에 위기가 자주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현금 발행을 자주 해야 하므로 은행제도가 건전하게 작동하도록 만들기 위해 중앙은행이 일반은행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일까지 맡게 되었다.
본원통화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로, 시중에 공급된 현금을 의미한다. 시중에 공급된 본원통화의 양은 민간이 보유하는 현금과 은행에 보관 중인 현금을 합친 것과 같다.
은행에 보관 중인 현금은 지급준비금이라고 한다. 지급준비금은 은행에 예금을 한 사람들의 인출 요구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에 예비해둔 현금이다. 은행이 너무 많은 현금을 지급준비금으로 갖고 있으면 수익성이 낮아지게 되고, 반대로 지급준비금을 너무 적게 보유하고 있으면 경영 부실과 무관하게 파산의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일반은행에 예금 대비 일정 비율의 지급준비금을 갖도록 법정지급준비율을 지정한다. 이에 따라 일반은행은 그 기준을 바탕으로 지급준비금을 보유하게 된다. 지급준비금의 변화가 화폐공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중앙은행은 민간과 은행에서 보유할 본원통화의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M1, M2, Lf로 측정할 통화량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게 된다.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일정한 크기로 증가시키면 다음 주에 설명할 예금창조 과정을 거쳐 통화량은 그 몇 배나 되는 크기로 증가하고, 반대로 본원통화의 크기를 줄이면 통화량은 예금 파괴의 과정을 거쳐 감소한다.√ 기억해주세요 지급준비금은 은행에 예금을 한 사람들의 인출 요구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에 예비해둔 현금이다. 은행이 너무 많은 현금을 지급준비금으로 갖고 있으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반대로 지급준비금을 너무 적게 보유하고 있으면 경영 부실과 무관하게 파산의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일반은행에 예금 대비 일정 비율의 지급준비금을 갖도록 법정지급준비율을 지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