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越俎代庖 (월조대포)
▶한자풀이
越: 넘을 월
俎: 제기 조
代: 대신할 대
庖: 부엌 포


제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음식을 만들다
직분을 벗어난 주제넘은 참견을 이르는 말
-<장자>

태평성대를 누린 요(堯)나라에 허유(許由)라는 덕이 높은 은자가 있었다. 요임금이 허유의 소문을 듣고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고자 했다.

“태양이 떴으니 등불은 이제 필요없게 됐소. 부디 나를 대신하여 이 나라를 다스려주시오.”

하지만 허유는 임금의 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임금께서 잘 다스리고 계시는데 제가 대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할미새가 제 아무리 양껏 배부르게 먹는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그 작은 배만 채우면 됩니다. 제겐 천하가 아무 쓸모도 없고 흥미도 없습니다. 요리가 서툴다고 제사를 주재하는 사람이 그 직분을 넘어서 부엌일에 뛰어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폐하의 직무를 제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설사 대신하더라도 나라가 잘 다스려질 리가 없습니다.”

허유는 이렇게 말하고 곧바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버린 후에 다시는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장자> 소요유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서 유래한 월조대포(越俎代)는 ‘제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음식을 만드는 일을 맡다’는 뜻으로, 자신의 직분을 벗어난 주제넘은 참견을 이르는 말이다.

요임금과 허유의 이야기는 노자의 사상을 철학으로 완성한 장자 사상의 일면을 잘 나타낸다. 최고 권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수단이니 권력을 탐하는 자들이 이를 단박에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허유는 세상에는 다 걸맞은 직분이 있음을 깨우쳐준다.

<논어>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공자가 종묘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이런저련 예법을 종묘지기에게 물었다. 제자들이 이를 의아해했다. “예법에는 스승님 만한 분이 없는데 어찌 제사 예법을 종묘지기에게 물으셨는지요?” 공자가 답했다. “종묘에서는 그게 예니라.”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남을 높이면 내가 절로 높아진다. 내가 맡은 직분에 최선을 다하고 남의 직분을 존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