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블레즈 파스칼 < 팡세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사유의 힘' 강조한 사색집](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AA.35381289.1.jpg)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읜 파스칼은 28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여동생마저 수녀원에 들어간 후 깊은 고뇌와 비통에 빠졌다. 초대 신앙의 영적 순수성과 내면적 도덕의 엄격성을 강조하는 장세니스트들이 예수회와 대립할 때 장세니스트 편에 서서 변호하기도 했다. 일련의 일을 겪은 파스칼은 자유사상가와 무신론자에게 기독교의 진리성을 변증하기 위해 <기독교 호교론〉 집필에 들어갔고, 이 호교론이 <팡세>의 주요 내용이다.
36세부터 건강이 나빠진 파스칼은 〈호교론>을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39세에 별세했다. 그가 사망한 후 몇 편의 과학 논문, <은총론>을 비롯한 수기와 소품, 그리고 <기독교 호교론>을 위한 수기들이 발견되었다. 1669년에 이 단장들을 모아 출간했지만, 파스칼의 글은 거의 2세기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그 너머를 바라보라19세기 중엽에 이르러 파스칼에 대한 관심이 차츰 일기 시작했고, 20세기 중엽 각종 연구 끝에 파스칼이 남겨놓은 상태 그대로를 복원, 널리 읽히는 고전 <팡세>가 재탄생했다.
파스칼이 병고와 싸우면서 쓴 단장들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사상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저서로 우뚝 섰다. <팡세>는 샤토브리앙, 생트뵈브에게 찬사를 받고 보들레르, 니체, 졸라에게 영감을 줬으며 실존주의자들의 선구가 된 사상이다.
<팡세>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신 없는 인간의 비참’이고 2부는 ‘신 있는 인간의 복됨’에 관한 내용이다. 신의 존재는 개인의 의견에 따라 갈린다.
파스칼은 ‘신이 있다’와 ‘신이 없다’ 중에 어느 편이 ‘수지맞는가’를 따졌을 때 수학자답게 ‘내기의 확률론’을 동원해 ‘신이 있다’가 압도적으로 이롭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파스칼은 “진리와 도덕에 있어서는 누가 그것을 정해주겠는가”라고 질문한다. 늘 병약했고 특히 <팡세>를 쓰는 말년에 더욱 쇠약했던 파스칼은 인간의 상태를 ‘불안정, 권태, 불안’이라고 규정한다.
속박을 싫어하고 풍요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자유로운 것은 좋지 않다. 필요한 모든 것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인간은 제아무리 슬픔에 넘쳐 있더라도 만약 그를 어떤 위락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그동안은 행복해진다”고 말한 뒤 “위락이 없고 권태가 번지는 것을 막아줄 열정이나 오락에 열중하지 않는다면 이내 처량하고 불행해질 것이다”라고 했다.깊이 있는 사유의 기회“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명언을 남긴 파스칼은 “논리는 멀리서 보면 우리의 시야를 한정 짓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 한계에 다다르면 우리는 그 너머를 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파스칼이 그 너머에서 본 것은 신이었고,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단정한다. “인간을 사랑스럽고 동시에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기독교뿐이다. 세속적 도덕 안에서는 인간은 사랑받으면서 동시에 행복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