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5대 기업, 3분기까지 수주 잔액 100조원 육박

장갑차 129대 3.2조원 수주 잭팟
폴란드에 이어 호주서 독일 장갑차 제쳐
미국·유럽 기업보다 가성비 압도해
세계 최대 미국 시장까지 노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국방부와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IFV)인 레드백 129대를 3조1649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 1일 맺었다. 레드백이 2019년 현지에서 호주 국방부의 시험 평가를 받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국방부와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IFV)인 레드백 129대를 3조1649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 1일 맺었다. 레드백이 2019년 현지에서 호주 국방부의 시험 평가를 받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영국, 독일 등 방산 선진국을 제치고 호주 정부로부터 장갑차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12월 4일 폴란드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에 연이어 ‘수주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방산 수입국이던 한국이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완전한 수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K-방산’은 방산 분야 꿈의 무대인 미국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한화, 장갑차 ‘레드백’ 호주 공급 계약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국방부와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IFV)인 레드백 129대를 3조1649억 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8일 발표했다. 호주 정부가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7월 레드백을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한 지 5개월 만에 최종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 129대를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한다.호주 빅토리아주에 건설 중인 현지 공장에서 장갑차를 제조할 계획이다.

호주 국방부의 장갑차 사업 규모가 기존 450대에서 129대로 줄었지만, 미국 주도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 하나인 호주에서 첫 수주를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는 호주 육군을 뚫어내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도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 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오션 등 국내 5대 방산 업체의 수주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96조4000억 원으로 100조 원에 육박한다. 2019년 60조9000억 원에 비해 58.3% 증가했다. 내년부터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 등에서 추가 방산 수주가 예상돼 수주 잔액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기적에 가까운 계약, 이젠 미국도 겨냥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에 장갑차 레드백을 수출하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로 평가된다. 회사 내부에서도 처음엔 “가능성이 작다”며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방위산업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한화’라는 회사 이름부터 익숙하지 않았다. 호주 정부 관계자가 ‘한화(Hanwha)’를 중국 기업인 ‘화웨이(Hwawei)’라고 잘못 부를 정도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도면조차 갖추지 못한 채 호주 국방부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사업 제안서 제출 마감을 반년 앞둔 시점이었다. 방산 선진 기업에 맞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은 현지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속도전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현지에서 레드백 장갑차를 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에 서식하는 붉은배과부거미인 레드백을 명칭으로 쓴 것도 호주 정부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오션 등 국내 5대 방산 기업의 장점은 가성비, 신속한 공급 능력, 고객사 요청을 반영한 주문 제작 등으로 요약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현지 지형에 맞춰 탑재 무기를 재빠르게 개조했다. 각 국가의 요청에 따라 에어컨 등 편의 시설을 갖추는 ‘디테일’도 강점이다.

한국 방산 기업의 눈은 꿈의 시장인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군비 지출의 39%를 차지하는 방산 대국이다. 매출 기준 100대 방산 기업 중 42곳이 미국 기업으로, 현지 경쟁도 치열하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이자 방산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을 뚫으면 전 세계에 ‘K-방산’의 위상을 드러낼 수 있다. 미국과 우방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러브콜’도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규 한국경제신문 기자NIE 포인트1. 방위산업 강국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2. 방위산업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3. K방산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파악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