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김진향 <내성적인 당신이 좋다>
Getty Image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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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I야, E야?”를 물어본다. MBTI 검사에서 I는 내성적, E는 외향적이라고 하니 미리 상대를 파악하자는 의도다. 예전에는 혈액형을 물어 A형은 내성적, B형과 O형은 외향적이라고 단정했다.

MBTI나 혈액형으로 분류하는 성격이 다 맞는 건 아니라지만 상대방을 미리 파악해 좋은 시간을 가지려는 노력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 남들도 나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정작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내성적인 당신이 좋다>의 김진향 저자는 지금까지 37개의 직업을 거쳐왔다. 37세 나이에 37개의 직업이라면 동시다발적으로 가진 직업이 많다는 얘기다. 단순히 큰 키와 뛰어난 외모 덕분에 모델, 배우, 가수, MC로 활동했을 거라 짐작하기 쉽지만, 사실은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그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지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 돈이 생기면 좋아하는 일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음원을 발표하고 사진작가와 작업하는 과정 등 다양한 활동을 SNS에 공유하자 여러 제안이 왔다. 그 결과 중국과 일본에서 런웨이에도 오르고, 여러 가수와 콜라보 음반도 진행했다.직업은 나를 찾는 여행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37개의 직업을 거치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
그림 솜씨가 뛰어나던 김 작가는 한때 구두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그때 경험을 담아 <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내성적인 당신이 좋다>의 챕터마다 수록한 그림도 그가 직접 그렸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 작가, 강사 등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37개 직업을 두루두루 경험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터.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깨달음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김진향 작가가 37개 직업을 거치며 부단히 노력한 이면에는 개인적 아픔이 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병상에 누우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데다 스무 살에 난치병 진단까지 받은 것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 그는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 원 없이 하고 싶은 것 다 해보자’라는 결심을 했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졌다.

내성적이지만 자신을 찾는 일에 적극적이던 김진향 작가처럼 나를 알아가기 위한 도전에 나서는 건 어떨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늘 조바심 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앞서나가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깨달음과 한 템포 뒤에서 바라보는 세상도 아름답다는 위안을 선물한다.선택하는 법, 포기하는 법“갖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깎아내리는 나쁜 습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고백과 함께 돌파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구에게나 겨울이 있고 봄이 있다. 나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눈에 띄고 싶지 않은 겨울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뿌리를 내리는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고 당부하는 김진향 작가는 앞으로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살 계획이라고 한다. “한순간 반짝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허탈해졌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서 평생 할 일을 찾은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나는 꿈이 없다”고 말한다. 꿈이 없다는 건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진향 작가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해왔다”라며 자신도 시행착오를 겪었음을 고백했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성공하기 위해선 꿈과 용기, 의지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하는 법과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37개의 직업을 거쳐온 김진향 작가가 얻은 결론이다. 내성적인 작가가 수많은 직업과 만나는 과정에서 깨달은 마음과 교감하며 나를 찾아나서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