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신공항 건설 사업이 대거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항 붐이라도 일어난 것 같다. 새로 짓겠다는 공항만 전국적으로 10개에 달한다.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10개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이런저런 이유로, 여기저기에서 공항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10개에는 부산의 신관문이라는 가덕도신공항부터 울릉·백령공항까지 포함된다. 비수도권 개발 등 균형정책 차원에서 각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무리하다고 싶을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지방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국토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문제는 막대한 자금이다. 공항 특성상 전액 국비에서 지원해야 하기에 지방자치단체에선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공항이 대표적 SOC(사회간접자본)라지만 10개씩이나 더 짓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찬성] 대표적 SOC인 공항, 국가가 세워야…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필요성 있어공항은 한 나라의 대표적 SOC다. 이런 초대형 SOC 시설을 세우는 데는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민간자본이 쉽게 투입되기도 어렵다. 도로·교량·철도처럼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일도 쉽지 않은 시설이다. 손익계산도 용이하지 않거니와 단기적 관점에서의 투입 비용 대비 수익 효과를 생각하면 세울 수 없는 게 공항이다. 국가 재정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돈이 나갈 때 예비타당성조사라는 경제성분석 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공항은 이것으로도 신설 목표와 효용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 오직 국가만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공항은 한번 건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시설이다. 섬이나 외딴 지역에서는 공간을 바로 뛰어넘는 게 항공교통이다. 더구나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항공 이용은 급증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제발전 과정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탑승객으로 사람의 이동만이 아니라 고급 화물 수송에도 항공은 요긴하다. 한국의 안보 특성상 여러 곳의 공항은 유사시 국방용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23년 말 현재 10개라는 ‘합계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추진 중인 공항을 하나하나 떼어놓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국가정책으로 먼저 결정 났다. 제주 제2공항은 포화 상태인 기존 제주공항의 혼잡도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새만금의 간척지 활용과 전북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여기에도 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있다. 포천과 경기권 국제공항도 수도권 내 균형발전과 혼잡 분산용으로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산공항은 공항시설이 없는 충청권 개발용이다. 울릉·흑산·백령공항은 관광자원 개발과 현지 주민들의 외부 접근권 강화 차원에서 필요하다. SOC에는 대규모 공적자금이 들어가지만, 그 자체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건설산업이다.[반대] 만성 적자 "고추 말리는 공항"은 곤란…건설 비용 엄청나고 유지비도 블랙홀국내 15개 중 10개가 만성 적자라는 사실이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 공항 건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공항은 이미 ‘부도’ 난 상태다. 무안국제공항과 양양국제공항을 가리켜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개탄이 나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더 짓겠다는 것은 법적·행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핵심 교통 인프라인 공항에 대해서는 건설부터 운영까지 중앙정부 예산으로 조달된다. 지자체로서는 자체 자금이 나가는 것이 아니니 일단 건설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자 국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요구에 바로 응하면서 이렇게 공항 건설 붐이 일어났다. 한마디로 ‘브레이크 없는 예산 퍼주기 폭주’다.
들어가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부산의 가덕도신공항 사업비는 13조8000억 원으로 알려졌지만, 수십 m 바다를 메꾸는 대역사에는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이 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울릉공항 같은 소형 건설에도 1조5000억 원의 재정 자금이 소요된다. 공항은 건설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 부실 공항으로 꼽히는 전북 무안국제공항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2조3000억 원을 들여 이 공항과 연계되는 고속철도 공사를 추진 중이다. 공항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일반 비용은 별도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공항은 건설 이후에도 적지 않은 시설 유지 및 효율화를 위한 연계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재정의 블랙홀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나랏빚은 늘어나고 징수 세금은 줄어든다. 한정된 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재정 지출을 해야 할 곳은 널렸다. 나라 살림을 집행하는 데는 선후가 있어야 한다. 만년 적자 공항을 만들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행정 풍토를 개혁해야 할 때다. 진정 지역 균형발전을 꾀한다면 막대한 공항 건설비용으로 좀 더 현실성 있는 체감형 SOC 투자에 나서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생각하기 - 경제성 평가 견제 장치 없어…'정부에 전적 의존' 제도적 맹점도 공항을 건설하려면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한정된 평지인 농경지를 전용해야 하거나 산을 깎고 바다를 메꿔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용객 없는 공항을 보면 건설비만 문제가 아니다. 유지비용에 주목해보면 없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국가 예산에서 짓는다는 규정이 맹점이다 보니 각지에서 서로 건설하겠다고 나선다. 이런 상황에서 앞장서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나라의 의원인지 지방의 의원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국가 예산은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많고, 복지예산처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항목도 많다. 나랏빚은 늘어나고 경기 불황으로 걷히는 세금은 적다. 정부 재원을 배분하는 데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한다. 대체로 공항 건설은 특별법으로 추진하고 예비타당성조사도 건너뛴다. 경제성평가에서 견제 장치가 없다. 지역 균형발전은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지만 때로는 이 때문에 필요한 절차까지 무시된다는 게 함정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반면 공항은 한번 건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시설이다. 섬이나 외딴 지역에서는 공간을 바로 뛰어넘는 게 항공교통이다. 더구나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항공 이용은 급증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제발전 과정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탑승객으로 사람의 이동만이 아니라 고급 화물 수송에도 항공은 요긴하다. 한국의 안보 특성상 여러 곳의 공항은 유사시 국방용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23년 말 현재 10개라는 ‘합계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추진 중인 공항을 하나하나 떼어놓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국가정책으로 먼저 결정 났다. 제주 제2공항은 포화 상태인 기존 제주공항의 혼잡도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새만금의 간척지 활용과 전북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여기에도 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있다. 포천과 경기권 국제공항도 수도권 내 균형발전과 혼잡 분산용으로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산공항은 공항시설이 없는 충청권 개발용이다. 울릉·흑산·백령공항은 관광자원 개발과 현지 주민들의 외부 접근권 강화 차원에서 필요하다. SOC에는 대규모 공적자금이 들어가지만, 그 자체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건설산업이다.[반대] 만성 적자 "고추 말리는 공항"은 곤란…건설 비용 엄청나고 유지비도 블랙홀국내 15개 중 10개가 만성 적자라는 사실이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 공항 건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공항은 이미 ‘부도’ 난 상태다. 무안국제공항과 양양국제공항을 가리켜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개탄이 나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더 짓겠다는 것은 법적·행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핵심 교통 인프라인 공항에 대해서는 건설부터 운영까지 중앙정부 예산으로 조달된다. 지자체로서는 자체 자금이 나가는 것이 아니니 일단 건설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자 국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요구에 바로 응하면서 이렇게 공항 건설 붐이 일어났다. 한마디로 ‘브레이크 없는 예산 퍼주기 폭주’다.
들어가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부산의 가덕도신공항 사업비는 13조8000억 원으로 알려졌지만, 수십 m 바다를 메꾸는 대역사에는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이 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울릉공항 같은 소형 건설에도 1조5000억 원의 재정 자금이 소요된다. 공항은 건설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 부실 공항으로 꼽히는 전북 무안국제공항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2조3000억 원을 들여 이 공항과 연계되는 고속철도 공사를 추진 중이다. 공항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일반 비용은 별도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공항은 건설 이후에도 적지 않은 시설 유지 및 효율화를 위한 연계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재정의 블랙홀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나랏빚은 늘어나고 징수 세금은 줄어든다. 한정된 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재정 지출을 해야 할 곳은 널렸다. 나라 살림을 집행하는 데는 선후가 있어야 한다. 만년 적자 공항을 만들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행정 풍토를 개혁해야 할 때다. 진정 지역 균형발전을 꾀한다면 막대한 공항 건설비용으로 좀 더 현실성 있는 체감형 SOC 투자에 나서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생각하기 - 경제성 평가 견제 장치 없어…'정부에 전적 의존' 제도적 맹점도 공항을 건설하려면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한정된 평지인 농경지를 전용해야 하거나 산을 깎고 바다를 메꿔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용객 없는 공항을 보면 건설비만 문제가 아니다. 유지비용에 주목해보면 없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국가 예산에서 짓는다는 규정이 맹점이다 보니 각지에서 서로 건설하겠다고 나선다. 이런 상황에서 앞장서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나라의 의원인지 지방의 의원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국가 예산은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많고, 복지예산처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항목도 많다. 나랏빚은 늘어나고 경기 불황으로 걷히는 세금은 적다. 정부 재원을 배분하는 데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한다. 대체로 공항 건설은 특별법으로 추진하고 예비타당성조사도 건너뛴다. 경제성평가에서 견제 장치가 없다. 지역 균형발전은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지만 때로는 이 때문에 필요한 절차까지 무시된다는 게 함정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