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제학계를 대표하는 남성일 서강대 명예교수는 10년 전 논문에서 “특별한 이민정책이 없을 경우 2010년대 후반부터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소비·투자 등 총수요가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엔 1%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로 전망되는데요, 남 교수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기엔 세계적 금리 인상, 미·중 공급망 갈등의 영향이 컸겠죠. 그러나 0%대 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저성장의 근본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인 건 분명합니다.



이민 확대는 경제 안정의 보증수표

남 교수는 당시 논문에서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력을 키우고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정주형 이민정책으로 점진적 이민자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안정적인 거시경제 지표 개선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에 맞서 경제활동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년 연장, 고령자 고용, 여성 경제활동 참가 확대 등도 있습니다. 생산 자동화와 디지털 컨버전스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대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선진 각국이 경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쓴 대책이 바로 이주민 유입을 늘리는 정책이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남 인구로 늘어난 국내 외국인

선진국들은 전체 인구 중 이민자 비율이 14%를 웃돕니다. 이민 확대 정책에다 세계화가 가속된 결과인데요, 2019년 UN 자료를 보면 호주가 30.0%, 캐나다 21.3%, 독일 15.7%, 미국 15.4%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말 3.4%(175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주민등록 외국인에 장단기 체류 외국인까지 합하면 이 숫자가 지난 9월 말 현재 251만 명, 4.9%로 늘어납니다. 충청남도 인구와 비슷합니다. 이게 내년엔 5%를 넘고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되게 됩니다.

국내 외국인 인구는 1990년대 초부터 국제결혼이 늘고,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시작되면서 증가해왔습니다. 이제는 중소기업, 음식점, 시골 농가 등이 외국인 일손 없이 돌아가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외국인 유학생을 흔히 볼 수 있고, 귀화해 국회의원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제조업 인력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 비전문 취업비자(E-9)의 취업 가능 업종을 크게 늘리기로 했습니다. 통계청은 2040년이 되면 외국인 인구가 32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회불안 요소 줄일 방안 고민해야

이런 인구의 변화는 경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주민으로 인한 범죄 증가, 내국인과의 종교·일자리 갈등, 사회적 따돌림, 거주지역 슬럼화 등 적지 않은 사회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토종 한국인과의 정서적 통합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민 2세에 이르면 기존 사회에 동화하긴 하지만, 하위계층으로 남아 사회통합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동화되긴 해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분절적 동화’, 다양한 민족이 하류층을 형성한다는 ‘무지개 하류 계층’ 등 용어는 이런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제 한국도 다인종 국가로서 미국의 ‘멜팅 포트(melting pot)’, 캐나다 ‘샐러드볼’처럼 다문화 현상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사회통합을 이뤄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회균등과 차별 배제, 다문화주의라는 사회정책도 모든 법률과 제도에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국민도 외국인을 저임금 노동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이주민 확대 속에서 인구 위기 극복의 이익을 공유하고, 사회적 혼란과 같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 공용화 등 다중언어 정책, 미국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과 같은 한국식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지지부진한 이민청 설립 논의도 재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