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논술 기본유형 다지기(17)
지난 시간에 제공한 견해논증형 문제(11월 13일 자 16면)의 답안을 풀어보겠습니다. 문제는 성과급 제도에 대해 기능론과 갈등론의 양 관점에서 찬성과 반대론을 전개하라는 것이었습니다.2024학년도 대입 논술 기본유형 다지기(17)
성과급 제도는 작업의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임금이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으므로 경쟁적 시스템을 원하는 많은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에 있다.
기능론의 관점은 차등 분배로 인한 사회 불평등에 대해 사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당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성과급 제도는 사회를 위해 필요한 제도입니다. 능력에 대한 인정과 더 나은 대가를 위한 반면 갈등론은 사회가 서로 대립하는 집단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면서 사회 불평등은 부당하고 해소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입장은 균등 분배를 지지하므로, 성과급 제도에 대해 반대할 것입니다. 성과급 제도는 개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대립을 만들 것이며 새로운 구조적 부조리를 생산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찬성과 반대의 근거들을 구상해봅시다. 우선 구체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난 시간 첫 번째 원칙으로 설명했던 부분을 기억하시나요? 어떤 학생들의 답안을 보니 “성과급 제도는 기업 내 경쟁을 촉발하여 사회 전체적인 발전을 유도할 것이다. 게다가..”와 같은 문장이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성과급 제도가 왜 기업 내 경쟁을 촉발할까요? 능력에 따라 더 많은 보수가 부여되어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왜 기업 내 경쟁적 분위기가 사회 전체적인 발전을 유도할까요? 비약으로 보이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기술해주세요.연세대학교 합격생의 답안 일부 [예시 1]를 보겠습니다.[예시 1] 성과급 제도는 공시된 급여의 차등 지급이다. 급여는 임금노동자들의 경제적 여유, 삶의 수준, 하다못해 입고 다니는 옷의 수준까지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자극이 되어 경쟁의식을 불러일으킬 것이므로, 사내 모든 사람이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빚어낼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이라는 작은 사회의 유기체적 발전을 의미하며 기능론의 주장과 동일한 맥락에서 예상되는 것이다.
어때요? 이 학생은 어떻게 경쟁해 발전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글을 읽는 사람의 생생한 상상을 돕고 공감을 일으켜 설득력을 올리는 데 일조하는 법입니다. 다음으로 성균관대 합격생의 답안 일부 [예시 2]를 보겠습니다.
[예시 2]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얻어내어 더 높은 경제적 소득을 얻어내는 것은 자기 효능감을 높일 것이다. 또한 소득의 여유는 조금 더 여유로운 경제적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변인들의 부러움을 사게 될 것이고, 직장 내 주변 동료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자극이 될 것은 당연하다. 이로 인해 성과급을 받거나 받지 못한 모든 사람이 자기 업무에서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내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답안 역시 구체적으로 기술해 설득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자기 효능감’ 등의 개념을 적절히 활용한 것도 돋보이네요.
위와 같이 구체적 기술 뿐 아니라 체계적인 구상도 필요합니다. 기능론적 관점에서 성과급 제도의 긍정적 측면을 말한다면, 개인적 측면에서 발전의 원동력과 함께 사회적 측면에서 효율성의 증진과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갈등론적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의 체계적인 구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실전에서는 이러한 글감을 체계적으로 미리 정리해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능론]: 성과급 찬성
근거 1: 개인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 각자의 발전 동력이 된다.
근거 2: 기업과 사회가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갈등론]: 성과급 반대
근거 1: 성과급은 자본가가 노동자를 통제하는 일방적 착취 수단에 불과하다.
근거 2: 성과급은 개인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체계적으로 준비한 근거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논증할지 구상한 후 아래와 같이 답안을 전개해봅시다.
[답안] 기능론적 관점은 성과급 제도에 찬성할 것이다. 우선 성과급 제도는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해 많은 보수를 받음으로써 그 능력을 인정받는 제도이므로 개인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회사에서 모든 직원이 지위, 나이, 경력, 교육 수준, 업적, 성과 등과 관계없이 같은 임금을 받는다면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열심히 일한 사람은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경력도 많고 열심히 일함으로써 조직에 많은 보탬이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직원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직원들은 자신이 투입한 만큼 산출을 얻는다고 느끼면 합리적인 방법으로 분배되었다고 여겨 더욱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즉 성과급 제도는 개개인을 서로 경쟁자로 만들어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지 않게 스스로 노력하도록 하여 개인적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회사는 더 발전한다. 직원 개인에게 기존보다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분배하는 방식을 바꾼 것임에도, 기존 노력분보다 더 많은 노력을 이끌어내어 회사의 매출 등 운영이익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 즉 운영비용을 그대로 두거나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기존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창의적 산물과 경쟁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기업 전체의 시각에서는 이익이다. 이처럼 기존보다 더 효율적인 기업문화가 조성되면 사회 전반적으로도 더 치열한 경쟁과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반면 갈등론적 관점은 성과급 제도에 반대할 것이다. 갈등론에서 말하는 대로 성과급 제도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통제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성과급을 준다고 하더라도 원래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려고 하는 임금 총액의 변화는 없다. 다만 자본가의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본가에게 유리한 성과급 보상 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할 뿐이다. 결국 직원들이 노력하는 것은 자본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과만 낳는다. 지배구조에서 지배적 지위에 있는 이들에게만 유리한 결과가 나타난다.
또한 성과급 제도는 개인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소득은 개인과 가족의 삶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핵심이다. 그런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금을 받지 못하면 단지 벌점 같은 의미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막는 것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그러한 결과가 정당한 능력주의적 보상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성과급 제도가 시행되면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상관없이 자본가의 의도에 따라 어떤 사람은 성과가 좋은 부서에 발령을 받아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낼 수 없는 부서에 발령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가의 의도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노동자는 삶의 여러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갈등론적 관점에서는 성과급 제도에 반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