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유리 아웃도어 전문 디자이너

제품 기획 단계부터 기능성 신기술 접목
레포츠 좋아해야 시제품 장단점 잘 보여

디자이너 되려면 패션디자인 전공 필수
컴퓨터 드로잉 자격증도 업무에 큰 도움
대학 산악부 경험이 일하는데 밑거름돼
[직업의 세계] "디자인 감각과 소재에 대한 전문 지식 갖춰야죠"
최근 일상복과 등산복의 경계선을 허문 ‘고프코어(gorp core) 룩’이 인기를 얻으면서 아웃도어 브랜드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아재 패션’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아웃도어 트렌드를 이끄는 아웃도어 전문 디자이너를 만났다. 대학 시절 산악부 경험을 밑거름으로 아웃도어의 기능성과 스타일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 이유리 블랙야크 디자이너에게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아웃도어 전문 디자이너들은 가을이 가장 바쁜 시기 아닌가요?

“바쁜 시기라기보다 중요한 시기죠.(웃음) 보통 패션기업들은 한두 시즌을 앞당겨 일하고 있어서 올 F/W(가을/겨울) 시즌 아이템은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태예요. 지금은 내년 아이템을 기획하고 있어요.”

▷일반 패션 디자이너와 아웃도어 전문 디자이너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옷을 만드는 건 같지만 저희는 기능성 소재나 신기술을 접목한다는 점이 특징이죠. 대부분 기능성 소재로 제작하기 때문에 기획 단계 때부터 이 점을 생각하고 만들어야 해요.”

▷구체적으로 아웃도어 전문 디자이너가 하는 일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말씀드린 대로 아웃도어 아이템은 기능성 소재를 활용한 의류입니다. 디자인 단계에서 눈과 바람, 추위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야외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직업이에요. 가을·겨울에 주로 입는 패딩부터 이너웨어, 팬츠 등 다양한 아웃도어 아이템을 디자인·개발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옷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시즌 전 디자인실, 기획팀 등 상품개발 관련 팀들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합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죠.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추려지면 각자 담당할 제품을 기획하는데, 이때 어떤 소재를 사용할지, 어떤 활동에 적합할지 구체적으로 제품을 기획·디자인하게 돼요. 이후엔 디자인한 제품의 샘플링을 위해 ‘작업지시서’를 작성합니다.”

▷작업지시서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

“작업지시서에는 도식화, 사이즈 스펙, 디자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 아트워크 사이즈 등을 담아야 해요. 말이나 글로 설명이 어려울 땐 사진이나 샘플을 첨부하기도 해요. 이에 따라 샘플이 제작되고, 이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준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작업지시서에 디자이너의 생각이 다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맞아요. 디자이너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해요. 기본적인 사이즈도 일반복과 달라서 디테일하게 명시를 해주고, 소재부터 부자재 컬러 등 아주 세세하게 현장 용어로 담아내야 해요.”

▷그 이후엔 어떤 작업을 거치나요?

“작업지시서가 나오면 패턴실에서는 종이로 패턴을 만듭니다. 원단으로 옷을 먼저 만들 수 없으니 종이로 하는 건데요, 패터너(patterner)가 뜬 종이 패턴을 원단에 맞춰 재단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공제가 들어가고, 기획한 부자재들을 넣어 옷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샘플이 나오면 사내 품평회를 통해 제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집니다.”

▷품평회 시간이 되면 디자이너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들었어요.

“제가 디자인한 아이템이 품평회 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개인적으론 아쉽죠. 하지만 디자이너뿐 아니라 블랙야크의 모든 직원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려고 모인 자리인 만큼 오히려 다른 분야 직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옷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뭔가요?

“어떤 옷을 만들지를 결정하는 기획 단계예요. 특히 아웃도어는 목적이 분명한 의류에 속하잖아요. 그 목적에 맞는 소재와 스타일에 맞는 기획을 잘해야 좋은 옷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패션 디자인학 전공은 필수예요. 요즘 현장에선 일러스트로 드로잉을 하기 때문에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도움이 되죠. 특히 Clo나 v-sticher 같은 3D 디자인 프로그램을 할 줄 알면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아웃도어 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라면 패션 트렌드를 잘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지만, 아웃도어 디자이너는 트렌드뿐 아니라 아웃도어를 직접 즐길 줄 알아야 해요. 자신이 만든 옷을 직접 입어보고 활동해보면 옷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거든요.”

▷직업의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신상품을 가장 먼저 입어보고 필드 테스트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특히 우리 회사에는 아웃도어 커뮤니티 플랫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의 명산 100 프로그램이 있어요. 명산이라고 등록된 산을 오르면 그 산의 높이만큼 BAC 코인을 적립해주거든요. 코인은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 저같이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회사 복지를 쏠쏠하게 챙겨 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웃음) 반면에 단점은 늘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어요.”

▷직업병이 있나요?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돼요. 개인적으로 등산을 취미로 즐기고 있기 때문에 의류뿐 아니라 용품도 직접 사용하고 있어요. 의류나 용품의 디테일은 어느 하나 이유 없는 디자인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이건 왜 이렇게 디자인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그 질문을 토대로 저의 디자인에도 반영하는 편이고요.”

▷아웃도어 전문 디자이너의 비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다운, 냉감 등 아웃도어의 기술력은 곧 패션 시장 전체의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해요. 아웃도어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은 어느 시장에도 접목할 수 있어 앞으로 몸값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