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법무법인 한별 파트너 허종선 변호사

공부 머리·일머리 모두 필요한 직업
사안의 핵심 파악·빠른 판단 필수

로스쿨 마친 후 변호사시험 합격하면
행정부·기업체·재판연구원·검사 등
다양한 직역으로 진출 길 열려 있어
[직업의 세계] "주 업무는 소송 대행·법률 자문…법률 수요 계속 늘어"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생겨났음에도 ‘변호사’는 늘 학생들이 손꼽는 희망 직업이다. 2017년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 이후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변호사는 바늘구멍만큼 통과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변호사의 세계’를 17년 차 허종선 변호사에게 들어봤다.

▷변호사가 되려면 공부를 어느 정도 잘해야 할까요?

“요즘엔 기준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저희 때만 해도 넉넉잡아 전국 상위 10% 안에는 들어야 했어요. 공부를 잘하는 것만큼 시험 운(運)도 있어야 하고요.”

▷공부나 시험운만 있으면 변호사 업무를 잘할 수 있나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공부를 잘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긴 하지만, 소통 능력이나 센스가 필요해요. 보통 변호사들은 공부 머리와 일머리 모두 있어야 잘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하거든요.”

▷‘센스’는 모든 직업에서 요구하는 부분이긴 합니다. 변호사의 센스는 뭘 말하는 건가요?

“예를 들어 의뢰인이 사실관계를 복잡하게 말할 때 쟁점이 뭔지, 의뢰인이 뭘 바라는지, 향후 대응 방안을 단계적으로 어떻게 세워나갈 것인지를 그려야 하는데 센스가 없으면 안 되죠. 순발력, 상황 대처 능력, 증거 수집이나 사건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알아채는 능력, 법정에서 재판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눈치가 중요합니다. 거기에 로펌 내에서 ‘선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채는 능력’까지 필요하죠.(웃음)”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업무로 보자면 크게 소송과 자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소송은 우리가 흔히 아는 민사·형사·행정·가사 등 소송을 대리하는 것이고, 자문은 소송은 아니지만 특정 사안이나 프로젝트에 대해 법률 검토 의견을 내거나 제반 계약서 등을 작성하는 등의 법적 조언을 해주는 일입니다. 참고로 저 같은 경우 주로 기업 관련 민사·형사·행정·공정거래·엔터테인먼트·가사 사건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17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변호사 준비 과정이 예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죠.

“제가 준비할 때만 해도 학력과 무관하게 사법시험만 합격하면 됐는데,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부터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사법시험 시절에는 합격 후 2년간 사법연수원 연수를 거쳐야 했는데, 로스쿨은 대학 졸업 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년을 마친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이후 6개월간 실무 수습을 받아야 하고요.”

▷변호사시험 자격은 로스쿨만 졸업하면 주어지는 건가요?

“로스쿨 석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3개월 이내 석사학위 취득이 예정된 사람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요. 변호사시험은 1년에 한 번 치르는데,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에만 응시할 수 있죠.”

▷변호사 시험 과목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공법·민사법·형사법의 경우 선택형이나 논술형 필기시험으로 이뤄지고, 전문적 법률 과목은 논술형 필기시험으로 구분됩니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만 할 수 있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로펌이나 법률사무소에 변호사로 취업할 수 있고, 개업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재판연구원(로클럭, 예비판사), 검사를 할 수도 있어요. 재판연구원은 서류-필기-면접을 통과해야 하고, 검사 역시 인성 검사, 실무 기록평가, 토론 설득 역량 평가 등을 거쳐 선발됩니다.”

▷변호사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은 무엇이고, 스스로에 대해 평가를 해본다면요?

“변호사는 법률 지식과 글 잘 쓰는 능력, 기본적인 센스가 꼭 필요한 직업입니다. 변호사를 하면서 ‘서면(글)을 잘 쓴다’ ‘소통 능력이 좋고 센스가 좋다’는 과분한 평가를 받아온 것 같아요. 제가 지향하는 바가 주치의 같은 변호사라는 의미의 ‘주치변’인데요, 의뢰인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응 방안이 무엇인지, 소송 전략은 무엇인지를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주치의처럼 디테일하게 안내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변호사들은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론 어떤가요?

“당연히 일반 직장인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긴 하죠. 반면 최근 들어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입도 달라집니다. 변호사라고 으스대며 목에 힘주고 다니는 시절은 끝난 지 오래죠.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에요.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가 없으면 힘든 직업입니다.”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직업적 비전은 어떻게 보나요?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변호사의 직업적 비전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행정부나 기업체는 물론 사회의 모든 직역에 진출할 수 있어요. 법률 컨설팅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없거든요.

다만 전형적인 모습의 변호사 영역에서는 남들과 차별화되는 디테일한 전략과 정확한 법률 지식, 신속하고 센스 있는 대응과 같이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