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태양계 밖에서 온 성간 천체 '오우무아무아'
2017년 말, 지구로부터 3400만km 떨어진 곳으로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하와이대 팬스타스(Pan-STARRS) 연구팀이 발견한 한 천체 때문이다. 이 천체는 가로 200m, 폭 30m로 길고 넓적한 데다 보통의 천체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스스로 자전까지 해 정체가 모호했다.
2017년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성간 천체 ‘오우무아무아’. 오우무아무아는 하와이어로 ‘멀리서 찾아온 메신저’라는 뜻이다. /NASA
2017년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성간 천체 ‘오우무아무아’. 오우무아무아는 하와이어로 ‘멀리서 찾아온 메신저’라는 뜻이다. /NASA
국제천문연맹은 처음에 혜성(Comet)으로 판단해 C/2017 U1라는 분류 기호를 붙였으나 이후 꼬리가 관측되지 않자 소행성(Asteroid)으로 보고 A/2017 U1라는 분류 기호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 천체는 혜성도, 소행성도 아니었다. 태양계 밖에서 생성돼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는 성간 천체(interstellar object)로, 인류가 한 번도 발견한 적 없던 종류다. 결국 이 천체의 최종 분류 기호는 1I/2017 U1로 결정됐고, 하와이어로 ‘먼 곳에서 찾아온 메신저’를 의미하는 ‘오우무아무아(Oumuamua)’라는 별칭도 붙여졌다.

오우무아무아의 발견에 천문학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태양계 밖에 대한 비밀, 그리고 초기 우주에 관한 비밀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오우무아무아에 담긴 우주의 비밀을 얼마나 알아냈을까.

2020년 6월, 예일대 연구팀은 오우무아무아가 수소 얼음으로 이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오우무아무아가 예상치 못한 속도로 빨라지며 태양 중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가속운동을 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오우무아무아가 수소 얼음으로 이뤄져 있어 표면에서 분출되는 기체에 의해 오우무아무아가 가속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회지>에 발표됐다.

같은 해 8월, <천체물리학회지>에 예일대 연구팀의 주장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오우무아무아와 같은 성간 천체는 수소 얼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의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태양계 밖, 아직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수소 얼음이 존재한다면 우주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진 거대분자운의 중심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거대분자운은 태양보다 질량이 100배 큰 방대한 분자가스 집합체다. 그런데 거대분자운에서 수소 얼음이 생존할 수 있는 수명을 계산한 결과, 거대분자운에서 수소 얼음덩어리로 이뤄진 성간 천체가 만들어질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설령 수소 얼음 천체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거대분자운은 1만7000광년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계까지 오는 동안 오우무아무아는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티엠 황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거대분자운에서 수소 얼음덩어리가 쉽게 형성된다면 오우무아무아 같은 성간 천체가 우주에 흔하게 존재할 것이고, 암흑물질의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연구를 시작했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 같던 ‘수소 얼음 논쟁’은 올해 다시 불붙었다. 오우무아무아가 수소 얼음과 물 얼음으로 구성돼 태양계로 오는 동안 파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가설 역시 지난 9월 티엠 황 박사가 속한 한국천문연구원과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 공동연구팀에 의해 뒤집혔다. 연구팀은 오우무아무아가 태양계까지 오는 동안 우주 공간에서 겪을 수 있는 가열 및 냉각 과정을 토대로 열역학적 모델링을 진행했다.

오우무아무아가 수소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얼음이 기체로 승화하며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오우무아무아가 수소 얼음과 물 얼음으로 구성돼 있다고 가정하고 표면온도를 추정하면 매우 낮아 실제 오우무아무아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존재할 수 있는 수소 얼음도 추진력을 만들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티엠 황 박사는 “오우무아무아가 어떻게 태어났으며 본질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은 여전히 천문학자들에게 남겨진 숙제이며, 향후 베라 루빈 천문대에서 이뤄질 대형 시놉틱 관측 망원경을 통해 보다 많은 성간 물체를 탐지한다면 오우무아무아의 기원과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오우무아무아에 대해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이 성간 천체가 어떻게 태어났으며,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규명하는 것은 여전히 천문학자들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오우무아무아가 우주의 기원을 밝혀줄 단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우주 기원 밝혀줄 단서 기대속 정체 못 밝혀
오우무아무아는 보통의 천체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스스로 자전까지 해 정체가 모호하다. 천문학계는 이 천체가 초기 우주에 관한 비밀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이 성간 천체가 어떻게 태어났으며, 무엇으로 만들었졌는지 규명하는 것은 여전히 천문학자들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