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샷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얻었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머그샷(mug shot)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관련 혐의로 네 번째 기소됐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검찰에 출두한 그는 구치소에서 머그샷을 찍고 20분간 수감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전 세 차례 기소에선 구치소에 수감되거나 머그샷을 촬영하지 않았다. CNN은 “트럼프가 머그샷을 찍은 최초의 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라며 “역사에 길이 남을 사진”이라고 했다. 인상착의 ‘박제’ 목적…유명 인사도 예외 없어머그샷은 범죄자의 인상착의를 기록하기 위해 촬영하는 사진을 말한다. 정식 명칭은 경찰 사진(police photograph). 과거 ‘머그’라는 단어가 얼굴을 의미하는 속어로 쓰인 데서 유래했다.머그샷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이 사진을 올리고 “선거 방해” “항복은 절대 없다”라고 적었다. 이런 연출은 지지층 결집까지 고려한 계산된 전략이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모진과 논의 끝에 저항적인 머그샷을 남기기로 결정했다고 CNN은 전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피의자 머그샷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비교적 폭넓게 공개되는 편이다.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는 “미국에서 머그샷은 체포 의식의 일부”라며 “부자든 가난한 자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사례를 계기로 과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머그샷을 소개하기도 했다. AFP는 유명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 선수에서 살인 사건 피의자로 전락한 O. J. 심프슨 사례를 첫손에 꼽았다. 무면허 운전을 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코카인 소지 혐의로 붙잡힌 ‘힐튼그룹 상속녀’ 패리스 힐튼 등도 머그샷 굴욕을 당한 이력이 있다. 국내에서는 ‘흉악범 머그샷 공개’ 논쟁최근 머그샷은 국내에서도 논쟁거리다. 신상 공개 대상에 오른 흉악범들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제도를 무력화하는 일이 잇따르면서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처벌법에 따르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증거가 충분한 피의자는 수사기관이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머그샷 촬영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 대부분 신분증 사진이 공개되고 있다. 문제는 너무 오래전 모습이거나 실물과 크게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현재 ‘범죄자 머그샷 공개법’을 논의 중이며, 여론도 우호적이다. 국회에는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때 과거가 아닌 현재 인상착의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지난 6~7월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95.5%가 머그샷 공개에 찬성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인권침해 소지 등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