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32) 민물·짠물 경제학
여름 휴가철이 되면 우리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갈까? 숲속 계곡으로 갈까? 물론 가족 사이에 선호가 달라 목적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경제에서도 주장하는 바에 따라 학파 간 갈등이 존재합니다. 호수와 바닷가 경제학자들의 대립
[테샛 공부합시다] 국부 증진을 위한 경제학자들의 논쟁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경제학자들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에 일어나는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대중에게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 메커니즘을 중시하는 하이에크(그림 왼쪽)와 밀턴 프리드먼 등의 경제학자들과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케인스(그림 오른쪽)가 주장한 불황기 정부의 경제 개입을 중시하는 경제학자 사이의 논쟁이 치열했지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 국가가 되면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학의 주류가 바뀌었습니다.

이때 미국에서 주류 경제학의 대학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민물 경제학’과 ‘짠물 경제학’으로 나뉘었지요. 시카고대, 미네소타대 등 ‘민물’ 오대호 근처에 있는 대학 소속의 경제학자들은 작은 정부, 규제 완화 등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국가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고 주장했어요. 반면에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비롯해 ‘짠물’ 바닷가에 있는 대학에서는 보조금이나 세금 정책, 그리고 재정지출 등 정부가 개입해 경제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통 경제가 호황이면 민물 경제학의 견해가, 불황이면 짠물 경제학의 견해가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정부의 실패냐 시장의 실패냐이들이 논쟁할 때 ‘정부의 실패’와 ‘시장의 실패’를 언급합니다. 정부의 실패를 주장하는 민물 경제학자들은 단기에 경기변동이 있을지라도 장기에는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다시 제자리를 찾기 때문에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오히려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오히려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가 발생하고, 가격이나 이자율 규제 등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부작용만 늘린다는 것이죠.

반면, ‘시장의 실패’를 주장한 짠물 경제학자들은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그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므로 정부가 개입해 경기 변동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지요. 기업 파산과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면 국민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케인스도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라는 말을 하며 불황기 정부 개입의 당위성을 설명했지요.

하지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아지고 다양한 학파가 존재하기에 어느 한쪽의 주장이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부를 더 향상할 수 있도록 경제 상황에 맞는 정책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끝없는 숙제이자 임무겠지요.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