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물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10)
‘분류 요약’은 다수의 제시문을 대상으로 특정한 기준에 맞게 두 입장으로 나눈 후, 입장별로 요약을 전개하는 유형입니다. 이 유형은 성균관대학교의 오래된 물음 방식이었으며, 다른 학교에서는 간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4년 전부터 이 유형이 확산해 현재는 한국외대, 경희대 등에서도 고정 유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분류 요약은 기본 요약만큼이나 중요한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유형의 본질은 ‘요약’과 ‘비교’의 결합으로, 비판적 사고나 해석 등을 요구하는 다른 유형과 비교하면 제시문을 바탕에 둔 능동적 사고의 필요성이 낮아 쉬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난점을 갖고 있습니다. 분류 요약형에서 수험생들의 답안을 모아 보면 주제나 입장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내용의 논리적 골조 이해나 결론 파악, 제시문 간 관계 통합에서 여러 난점과 마주치곤 합니다. 작은 실수만 해도 ‘오답’이 나오게 되는데, 잘 쓰는 학생도 기복이 커서 반복 연습이 필요합니다.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난도가 높은 기출문제의 유형으로, 4회 정도 연속 반복해야 평균적으로 기술 요령의 감을 잡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수시 지원 후에 2~3회 정도 풀어 보고 고사장에 가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은 성균관대학교 문제입니다. 원래 문제의 지문은 각각 2~3배 길지만, 지면 공간상 대폭 축약하고 논지만 살렸습니다. 자유로운 분량이므로 줄 노트에 21줄을 최대 선으로 잡아 쓰거나, 원고지 기준 1000자 이상 1200자 미만의 답안을 구상해 보세요. 답은 다음 호에서 상세히 풀어 보겠습니다.

[논제]
<보기>를 바탕으로 할 때, <제시문 1> ~ <제시문 4>는 죽음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담고 있다. 이를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분량 자유)
<보기>
심신일원론은 정신과 육체가 원래 하나로 작용하는 주체(主體)의 양면이며, 이것을 두 개의 실체로 갈라 놓고 그것을 통합해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구체적인 인간은 심신이 일체적·일원적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을 말한다. 한편 심신이원론은 데카르트에서 유래한다. 이는 마음과 몸의 관계를 제각기 독립한 별개의 실체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으로 영혼 존속을 믿는다.
<제시문 1>

오오 심미아스, 참 철인(哲人)은 늘 죽는 일에 마음을 쓰고, 따라서 모든 사람 가운데 죽음을 가장 덜 무서워하는 자일세. 이렇게 생각해 보세. 그들이 늘 육체와 싸우고, 영혼과 더불어 순수하게 되기를 원했다면 말일세. 그들의 소원이 성취되어 하데스(사후 세계)에 도착하면 그들이 이 세상에서 바라던 지혜를 얻게 될 희망이 있고 동시에 그들의 원수와 함께 있지 않게 될 걸세. 그런 곳으로 떠나려 할 즈음에 기뻐하지 않고 도리어 떨고 싫어하는 것처럼 모순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많은 사람이 거기에 가면 지상에서 사랑하던 이나 아내나 자식을 만나 그들과 함께 지내게 되리라는 희망에서 죽기를 원했던 것이 사실이야. 그렇다면 참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이로서, 그리고 저 하데스에서만 지혜를 보람 있게 향유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죽음을 싫어하겠는가? 오히려 큰 환희 속에 저승으로 떠날 것이 아니겠는가? 오오 나의 벗이여, 만일 그가 참 철학자라고 하면 그럴 것일세. 그는 저세상에서, 그리고 거기에서만 순수하게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굳은 확신을 가지고 있으니 말일세. 사리가 이렇다고 하면, 내가 말한 것처럼 그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당치 않은 소리일 거야.

<제시문 2>

장자의 아내가 죽어서 혜자가 문상을 하였다. 장자는 마침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질그릇을 두들기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아내와 함께 살고 자식을 키워 함께 늙은 처지에 이제 그 아내가 죽었는데 곡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무정하다 하겠는데, 하물며 질그릇을 두들기고 노래하다니 이거 심하지 않소!” 하고 말했다. 그러자 장자가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 않소. 아내가 죽은 당초에는 나라고 어찌 슬퍼하는 마음이 없었겠소. 그러나 그 태어나기 이전의 근원을 살펴보면 본래 삶이란 없었던 거요. 그저 삶이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도 없었소. 비단 형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시 기(氣)도 없었소. 그저 흐릿하고 어두운 속에 섞여 있다가 변해서 기가 생기고, 기가 변해서 형체가 생기며, 형체가 변해서 삶을 갖추게 된 거요. 이제 다시 변해서 죽어 가는 거요. 이는 춘하추동이 되풀이하여 운행함과 같소. 아내는 지금 천지라는 커다란 방에 편안히 누워 있소. 그런데 내가 소리를 질러 따라 울고불고한다면 하늘의 운명을 모르는 거라 생각되어 곡(哭)을 그쳤단 말이오.”

<제시문 3>

그 -오질헐 놈의 주치의가 선고하듯 말한 지난주- 이래로 그의 마음은 잔뜩 헝클어져 창문 밖의 세계가 반짝이는 만큼 그의 마음은 문드러졌으며 불쑥불쑥 밀려드는 자기도 모를 감정을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태세였다. 그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부짖고 싶었으나 그러한 의식을 아무도 모르게 하기가 어려워 마음속의 울음만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왜 옆집 달순이네 삼촌, 건넛마을 혁준이네, 그리고 그 시부럴 통장의 마을 일을 도와주면서 때마다 돈 하루 못 벌었을꼬. 왜 그랬을까, 용석아, 용석아, 이 어리석은 놈아. 돌아보면 나를 위해 살기에도 바쁜 시간에, 이렇게 허망하게 가는데 왜 그랬느냔 말이다. 왜 남들 좋은 봉사를 한답시고 주말이면 나가서 조금이라도 자리에 몸 뉘어 쉬고 저 멀리 남들 가는 여행 한 번 가지 않고 그리 살았을꼬. 왜 그리 힘들게 스스로를 옥죄었냔 말이다. 보고 싶구나 하지만 보기 싫구나. 지금 창밖에 손에 잡힐 듯이 보이는 저 햇살도 이제는 내게 이 개월밖에 남지 않은 호사가 되고 보니, 남은 것들을 누리겠다는 생각보다 하지 못한 것들이 원망스럽고 아쉽고나. 누가 내게 와서 무슨 선물 포대기를 안겨 준다 헌들 그것으로 무슨 위안을 삼으리. 그것은 언젠가 박완서의 소설 한 구절에서 보았던 대로, 나의 맹렬한 포악(暴惡), 극치의 살의(殺意)를 건드릴 뿐이다. ..(중략)그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독이고 잠재울 만한 것은 최소한 그의 남은 삶의 기간에는 전혀 없어 보였다. 내가 가끔 그의 병실을 들여다보았으나, 두려움과 원망과 후회와 비탄에 젖어 감정 기복으로 가득한 그에게 다가설 때마다 무방비 상태로 지뢰밭에 들어가는 마음처럼 조마조마했다.

<제시문 4>

아래는 조선 단종 때의 충신이자 학자로,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의 절명 시다. 본디 시의 제목은 없으나 편의상 절명 시라 이름한 이 시는 지은이가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지은 즉흥시다.

북소리 둥둥 울려
사람 목숨 재촉하네.
고개 돌려 바라보니
해도 지려 하는구나.
황천에는
주막 한 곳 없다 하니,
오늘 밤은
어느 집에 묵고 간담? 포인트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분류 요약형에서 수험생들의 답안을 모아 보면 주제나 입장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내용의 논리적 골조 이해나 결론 파악, 제시문 간 관계 통합에서 여러 난점과 마주치곤 합니다. 작은 실수만 해도 ‘오답’이 나오게 되는데, 잘 쓰는 학생도 기복이 커서 반복 연습이 필요합니다. 평균 4회 정도 연속 반복해야 기술 요령을 체화합니다. 그때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