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 노동 약자 위하는 길일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34168303.1.jpg)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313만8284명(2021년)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의 17%가량 된다. 이런 양극화는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근로자 권익 향상을 주장해 온 한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도 취약 계층 보호와 권리 제고를 외치지만 말뿐이다. 민노총 산하 일부 대형 사업장에서는 원청(대기업 본사) 노조의 반대로 같은 사업장에 파견 나온 하청(중소 협력 기업) 직원들이 같은 회사 내 식당 이용까지 막힌 적도 있다. 노동운동을 벌이는 노조 세력에만 이 문제를 맡겨 둘 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2023년 신년 업무 발표 때 포함된 정책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국제 기준으로도 영세 사업장 근로자 처우 개선은 필수다. 일거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자는 게 아니라, 야간·주말 근로 때 그에 맞는 임금을 지불하자는 것과 유급휴가로 휴식권을 주자는 정도다. 고용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나 발전 수준을 감안할 때 이 정도는 수용해야 선진 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 언제까지 노동 약자의 고충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을 계기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등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앞당겨야 한다.[반대] 위기의 자영업자·소상공인 현실 도외…임금 부담 키워 일자리 줄일 수도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체는 123만9760개(2021년)로 전체 사업장의 62%에 달한다. 이런 사업장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같은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연장·휴일·야간 수당을 다 주고, 유급휴가에다 부당 해고 구제 신청권까지 법으로 모두 보장하면 소규모 사업장 가운데 얼마나 살아남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4인 고용 사업장에 야간·휴일 등 가산 수당을 지급할 경우 사업자는 연간 16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33만원(2021년)으로 근로자 월평균 임금 327만원보다 훨씬 적다. 이런 현실에서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면 사업장 대표의 상당수는 법 위반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사업장은 문을 닫을 게 뻔하다. 이런 이유로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 때도 시행을 서두르지 않았다. 역시 친노조 성향으로 21대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법제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잖아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강성 노조의 임금 투쟁이 겹쳐 인건비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임금 상승은 속성상 바로 전 산업계로 퍼진다.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영세 사업자들은 더 힘들어진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이런 악순환을 악화시킨다. 사업주는 폐업하거나 키오스크·로봇 도입으로 인력 채용을 피하는 자구책을 도모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용주인 영세 사업자와 피고용자인 영세 근로자 사이에 갈등만 키우게 된다. ‘을(乙)’끼리의 전쟁이 일어나며, 약자를 더 어렵게 하는 ‘약자 보호의 역설’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 같은 정책이 대개 선의로 포장됐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등 정반대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노동 약자만 힘들어진다.√ 생각하기 - '을'들의 전쟁 유발…고임금,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상황도 많아
![[시사이슈 찬반토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 노동 약자 위하는 길일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30636779.1.jpg)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