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부작용은 없을까.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추진하고 나섰다. 바로 전면 적용은 아니고 유급휴가, 휴일·야간 수당 지급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하자는 것이지만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노조의 불법 등에 대해 강경 대응만 하는 게 아니다”라는 차원에서 노동시장 취약 계층 껴안기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소규모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단순히 인건비 상승으로 그치지 않는다. 300만 명이 넘는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에게는 일단 희소식이 될 수 있지만, 일자리 소멸을 재촉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들에게도 장기적으로는 도움 되기 어렵다. 소규모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해야 할까.[찬성] 법 보호 사각지대 근로자 처우 개선 필요…단계적 시행으로 '노동계 껴안기'많은 이가 한국 일자리 시장의 양극화를 걱정한다.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대 노조가 자리 잡은 기업과 영세 사업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형 원청 기업과 소규모 협력·하청 업체 등으로 근로자 그룹이 나뉜 것은 어제오늘 지적이 아니다. 기본은 수입(급여) 격차가 크게 나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 외에도 근로시간, 복지, 노조의 보호 여부와 사회적 위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최악은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이다. 노조가 없는 데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비롯된 측면이 크다. 모두 걱정하지만 우려만 한다고 풀릴 사회적 고민거리가 아니다.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313만8284명(2021년)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의 17%가량 된다. 이런 양극화는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근로자 권익 향상을 주장해 온 한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도 취약 계층 보호와 권리 제고를 외치지만 말뿐이다. 민노총 산하 일부 대형 사업장에서는 원청(대기업 본사) 노조의 반대로 같은 사업장에 파견 나온 하청(중소 협력 기업) 직원들이 같은 회사 내 식당 이용까지 막힌 적도 있다. 노동운동을 벌이는 노조 세력에만 이 문제를 맡겨 둘 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2023년 신년 업무 발표 때 포함된 정책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국제 기준으로도 영세 사업장 근로자 처우 개선은 필수다. 일거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자는 게 아니라, 야간·주말 근로 때 그에 맞는 임금을 지불하자는 것과 유급휴가로 휴식권을 주자는 정도다. 고용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나 발전 수준을 감안할 때 이 정도는 수용해야 선진 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 언제까지 노동 약자의 고충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을 계기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등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앞당겨야 한다.[반대] 위기의 자영업자·소상공인 현실 도외…임금 부담 키워 일자리 줄일 수도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체는 123만9760개(2021년)로 전체 사업장의 62%에 달한다. 이런 사업장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같은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연장·휴일·야간 수당을 다 주고, 유급휴가에다 부당 해고 구제 신청권까지 법으로 모두 보장하면 소규모 사업장 가운데 얼마나 살아남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4인 고용 사업장에 야간·휴일 등 가산 수당을 지급할 경우 사업자는 연간 16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33만원(2021년)으로 근로자 월평균 임금 327만원보다 훨씬 적다. 이런 현실에서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면 사업장 대표의 상당수는 법 위반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사업장은 문을 닫을 게 뻔하다. 이런 이유로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 때도 시행을 서두르지 않았다. 역시 친노조 성향으로 21대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법제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잖아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강성 노조의 임금 투쟁이 겹쳐 인건비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임금 상승은 속성상 바로 전 산업계로 퍼진다.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영세 사업자들은 더 힘들어진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이런 악순환을 악화시킨다. 사업주는 폐업하거나 키오스크·로봇 도입으로 인력 채용을 피하는 자구책을 도모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용주인 영세 사업자와 피고용자인 영세 근로자 사이에 갈등만 키우게 된다. ‘을(乙)’끼리의 전쟁이 일어나며, 약자를 더 어렵게 하는 ‘약자 보호의 역설’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 같은 정책이 대개 선의로 포장됐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등 정반대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노동 약자만 힘들어진다.√ 생각하기 - '을'들의 전쟁 유발…고임금,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상황도 많아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6·25전쟁 통에 제정됐다. 근로자가 절대 약자일 때 만들었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근로기준법은 필요하지만, 많이도 변한 노사 관계 등 여러 가지를 새로 담을 필요가 있다. 그간 여러 차례 근로기준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기업계가 이 법의 전면적 정비를 촉구해 온 배경이다. 문제는 이 법을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까지 적용했을 때의 파급효과다. 세상은 선의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의도가 좋다고 결과도 좋으란 법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일자리 축소, 고용·노동 시장에서 약자끼리의 대립 부추김 같은 부작용이다. 최저임금을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하면서 영세 근로자에 대한 세금 우대를 해 주는 근로 장려 세제(EITC) 확대 같은 방식이 나을 수 있다. 인기 있는 정책과 실제 전체에 도움 되는 정책은 다를 수 있다. ‘높은 임금’은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것일 때도 적지 않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313만8284명(2021년)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의 17%가량 된다. 이런 양극화는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근로자 권익 향상을 주장해 온 한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도 취약 계층 보호와 권리 제고를 외치지만 말뿐이다. 민노총 산하 일부 대형 사업장에서는 원청(대기업 본사) 노조의 반대로 같은 사업장에 파견 나온 하청(중소 협력 기업) 직원들이 같은 회사 내 식당 이용까지 막힌 적도 있다. 노동운동을 벌이는 노조 세력에만 이 문제를 맡겨 둘 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2023년 신년 업무 발표 때 포함된 정책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국제 기준으로도 영세 사업장 근로자 처우 개선은 필수다. 일거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자는 게 아니라, 야간·주말 근로 때 그에 맞는 임금을 지불하자는 것과 유급휴가로 휴식권을 주자는 정도다. 고용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나 발전 수준을 감안할 때 이 정도는 수용해야 선진 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 언제까지 노동 약자의 고충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을 계기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등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앞당겨야 한다.[반대] 위기의 자영업자·소상공인 현실 도외…임금 부담 키워 일자리 줄일 수도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체는 123만9760개(2021년)로 전체 사업장의 62%에 달한다. 이런 사업장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같은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연장·휴일·야간 수당을 다 주고, 유급휴가에다 부당 해고 구제 신청권까지 법으로 모두 보장하면 소규모 사업장 가운데 얼마나 살아남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4인 고용 사업장에 야간·휴일 등 가산 수당을 지급할 경우 사업자는 연간 16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33만원(2021년)으로 근로자 월평균 임금 327만원보다 훨씬 적다. 이런 현실에서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면 사업장 대표의 상당수는 법 위반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사업장은 문을 닫을 게 뻔하다. 이런 이유로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 때도 시행을 서두르지 않았다. 역시 친노조 성향으로 21대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법제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잖아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강성 노조의 임금 투쟁이 겹쳐 인건비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임금 상승은 속성상 바로 전 산업계로 퍼진다.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영세 사업자들은 더 힘들어진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이런 악순환을 악화시킨다. 사업주는 폐업하거나 키오스크·로봇 도입으로 인력 채용을 피하는 자구책을 도모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용주인 영세 사업자와 피고용자인 영세 근로자 사이에 갈등만 키우게 된다. ‘을(乙)’끼리의 전쟁이 일어나며, 약자를 더 어렵게 하는 ‘약자 보호의 역설’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 같은 정책이 대개 선의로 포장됐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등 정반대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노동 약자만 힘들어진다.√ 생각하기 - '을'들의 전쟁 유발…고임금,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상황도 많아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6·25전쟁 통에 제정됐다. 근로자가 절대 약자일 때 만들었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근로기준법은 필요하지만, 많이도 변한 노사 관계 등 여러 가지를 새로 담을 필요가 있다. 그간 여러 차례 근로기준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기업계가 이 법의 전면적 정비를 촉구해 온 배경이다. 문제는 이 법을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까지 적용했을 때의 파급효과다. 세상은 선의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의도가 좋다고 결과도 좋으란 법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일자리 축소, 고용·노동 시장에서 약자끼리의 대립 부추김 같은 부작용이다. 최저임금을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하면서 영세 근로자에 대한 세금 우대를 해 주는 근로 장려 세제(EITC) 확대 같은 방식이 나을 수 있다. 인기 있는 정책과 실제 전체에 도움 되는 정책은 다를 수 있다. ‘높은 임금’은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것일 때도 적지 않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