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시장과 정부
정부는 빈곤 문제 해결이나 소득격차 해소뿐만 아니라 시장실패 해결을 위해서도 시장에 개입한다. 그렇다고 시장실패를 정부 개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입의 효과가 시장실패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번 주에는 정부가 시장실패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정부가 공공서비스 직접 공급이 방법은 정부가 시장실패와 관련된 상품의 생산과 공급을 직접 담당해 시장실패가 발생할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즉 정부가 민간기업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시장실패가 발생한 상황은 민간기업에 의해서도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경우이므로 정부가 개입해 비효율성을 완화한다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상품은 시장에 맡기면 공급이 전혀 안 되는 것들이다. 여기에는 국방·경찰 서비스, 도로·공원 등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과 전력· 우편처럼 국민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직접 생산이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국방·치안·우편 서비스처럼 정부 내 특정 부처가 직접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기업을 세워 생산하는 것이다. 공기업이 공급하는 것에는 도로와 전력 등이 있다.규제는 의도치 않은 결과 낳기도시장 실패에 대한 또 다른 정부 개입은 상품의 생산과 공급은 민간기업에 맡기되, 시장실패가 발생하면 정부가 규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환경오염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규제를 하게 된다. 소비자나 생산자의 활동에 일정한 제약을 가해 시장실패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는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어 시장실패의 해결 방안으로 여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규제는 그러나 시장실패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자의적으로 시행될 위험이 있다. 한번 만들어진 규제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그대로 남는 경직성도 띤다. 규제라는 행위는 정부가 면밀히 조사해 실시해도 실제 효과가 원래 의도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규제 대상자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정부가 규제를 받는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끌려다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또한 문제다.인센티브를 통한 해결이 효과적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접근법도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 방법은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줘 시장에 비효율이 나타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이 지닌 문제를 줄이기 위해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이와 같은 개입 방식은 기본적으로 시장기구에 의존해 정책효과를 거두려 한다는 의미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인센티브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기 때문에 직접적 개입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자원배분상 비효율을 줄이게 된다. 정부가 민간에 줄 수 있는 인센티브는 주로 조세나 금융상 혜택 또는 불이익이다. 예를 들어 세금 감면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기업에 스스로 공원을 조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간기업으로서는 세금 혜택도 받고 자신이 기부한 공원을 통해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 결과 기존 시장을 통해서는 공급될 수 없었던 공원이라는 상품이 공급된다.정부 정책 능력이 관건정부 개입이 성공하려면 발생한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동일한 시장실패에 동일한 정책을 사용해도 정부 개입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정책이 ‘최적이냐 아니냐’보다 정부의 정책집행 능력이나 부정부패 등 문제가 성과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실패가 나타난 초기에는 시장실패를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신중한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데 공감하는 이가 많다. 정부 개입이 오히려 시장을 잘못 작동시킬 수 있으므로 시장실패가 발생해도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정부 개입의 효과에 대해서는 다음주 ‘정부실패’라는 주제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기억해주세요 정부 개입이 성공하려면 발생한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동일한 시장실패에 동일한 정책을 사용해도 정부 개입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정책이 ‘최적이냐 아니냐’보다 정부의 정책집행 능력이나 부정부패 등의 문제가 성과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처음엔 시장실패를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신중한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데 공감하는 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