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구도심 주요 문화재 주변의 ‘개발 규제’는 연원이 오래됐다. 대표적인 게 고도제한이다. 경복궁 창덕궁을 비롯한 고궁과 종묘 남대문 동대문 등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서울 종로와 청계천에 걸쳐 있는 ‘세운지구’ 등이 다채로운 건물, 멋진 스카이라인의 현대 도시로 변모하지 못하는 큰 이유다. 서울시가 문화재 주변에 획일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고도제한 완화에 나서 주목된다. 열쇠는 문화재청이 쥐고 있다. 주요 문화재가 지닌 역사성과 ‘권위’ 보호, 문화재 안에서의 조망과 경관, 문화재 방문객이 느낄 정서적 요소 등이 고도제한을 법제화한 주된 이유다. 반면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해 고도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은 낙후된 구도심 개발과 균형발전의 필요성 때문이다. 문화재 주변에 대한 일괄 고도제한은 계속해서 엄격하게 유지돼야 하나.[찬성] 빌딩에 포위된 사적, 보호와 거리 멀어…높이 제한은 선진국에도 흔한 규제문화재 주변에 대한 규제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주변 건물의 높이 제한은 유럽 선진국에도 흔하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만 가도 바로 느낄 수 있다. 고도제한 이유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역사문화 경관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역사적 상징물인 국가 지정 사적과 문화재를 지키려는 것이다. 고궁이나 서울의 성문 같은 문화재는 그 자체로 보존되고, 역사적 권위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경복궁 경희궁 창덕궁이 초고층 건물로 에워싸이면 어떻게 되겠나. 기업 등의 사무실로 빼곡히 들어서 도심의 작은 섬 같은 공간에서 문화재가 문화재로 계속 살아남을까. 단순히 정서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햇볕도 바람도 충분히 들지 않는다면 문화재가 손상될 가능성은 없겠는가. 높은 건물로 위압당하는 덕수궁에서 바깥을 내다본다고 가정하면 답이 나온다.
고도제한은 문화재 주변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을 예로 들면 남산 주변이나 한강변에도 있다. 아름다운 경관, 탁 트이고 멋있는 조망을 최대 다수가 두루 누리게 하려는 규정이다. 소수만 특혜처럼 누리는 경관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개방되는 조망권 개념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남산 중턱의 외국인아파트를 비싼 비용을 들여 철거하기도 했고, 한강변 아파트 건설에 대해서는 높이를 제한해왔다. 문화재가 주로 구도심에 있다 보니 도심공동화를 초래하는 인위적 장벽처럼 비치지만, 구도심 재개발을 일부러 막는다고 봐서는 안 된다.
도시에서 건물 높이 규제는 쾌적한 공간 확보를 위한 기본 장치다. 햇볕 들기, 공기 이동 장애물 제거, 단독주택 등 낮은 지역 생활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밀집된 도시에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런 원리가 문화재 주변에선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될 뿐이다. 말로만 외치는 문화재 보호가 아니라 이런 규제가 있어야 적극적인 보호가 가능해진다.[반대] 보호 필요하지만 과도한 게 문제…도심 낙후, 강남북 격차 무엇 때문인가고도제한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너무 과도하다는 게 문제다. 일본 도쿄의 왕궁 앞에는 높이 200m 건물이 들어선다. 반면 서울 종묘 인근 세운2구역에선 높이가 55m, 세운4구역에선 71.9m로 제한된다. 너무 엄격한 것이 문제다. 서울시의 현행 건축조례를 보면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100m 이내에서 개발할 때 문화재 자체의 높이와 앙각(仰角: 올려볼 때의 각도) 규정이 획일적이다. 남대문 옆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이 앞쪽은 낮고 뒤쪽은 높게 기형적인 모습으로 들어선 것도 고도 규제 때문이다. 비용은 비용대로 더 들이면서 도심의 멋까지 망치는 요인이다.
고도 규제로 인한 결과를 보면 왜 개선책이 필요한지 답이 나온다. 무엇보다 낙후된 구도심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된 걸림돌이다. 서울의 원도심인 종로 청계천 주변이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것도 규제가 재개발을 막기 때문이다. 새롭고 멋진 건물을 지을 기회를 가로막으면서 개인재산권 침해를 초래하고, 도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구도심에는 수백 년째 사람이 계속 살아와 땅을 파면 어디에서든 질그릇 조각이라도 나올 수 있다. 엄격한 문화재 관리 법규에 따라 이에 대한 규제를 받는 터에 완고하기 짝이 없는 건물 층수 제한까지 겹치니 누가 자본을 투입해 재개발에 나서겠나. 이대로 가면 국가 1번지 격인 광화문 일대도 만년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부터 번화가인 종로도 퇴락 일변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도한 고도 규제가 계속 이어지면 가뜩이나 번쩍번쩍한 강남만 발전할 것이다.
고도제한 규제를 완화해 구도심 퇴락을 막고 개발이익을 적절하게 환수해 그 비용으로 문화재 보호에 제대로 쓰는 게 이성적·합리적이다. 재개발 부담금으로 문화재 지역에 폐쇄회로TV(CCTV)라도 설치해 ‘남대문 방화사건’ 같은 어이없는 인재를 막는 게 훨씬 현실적인 문화재 보호책이다. 이상적·교조적 유적 보호에 따른 결과를 봐야 한다.√ 생각하기 - 도시는 문화 문명 기술의 총체적 표상…'역사' '미래·첨단' 균형과 공존 모색해야 도시는 밤낮 없이 진화한다. 대도시는 한 사회의 문화와 문명, 기술의 총체적 표상이다. 도시의 발전 원리에 주목해야 국가 간 무한 경쟁에서 이긴다. 도시의 성장은 경제발전에도 필수다. 도시에서는 전문화 분업화 집적화 산업화가 이뤄진다. 동시에 이런 기류는 도시의 거대화와 발전을 촉진한다. 도시의 발전을 가로막는 인위적 장벽이 있다면 가급적 제거해야 한다. 이런 제한이 거의 없는 서울 강남 3구는 날로 발전한다. 123층 초고층 타워를 봐도 그렇고 초거대 지하도시가 건설되는 대로를 봐도 그렇다. 유적 보호가 미래도시 건설과 조화를 못 이룰 이유는 없다. 도시의 진화와 서울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구도심 공동화 막기와 강남북의 균형발전도 필요하다. 문화재라는 과거와 역사도 중요하지만, 첨단도시라는 미래와 문명도 중요하다. 문화재 고도제한 규제가 완고할수록 신도시로 뻗는 강남 쪽만 치솟게 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고도제한은 문화재 주변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을 예로 들면 남산 주변이나 한강변에도 있다. 아름다운 경관, 탁 트이고 멋있는 조망을 최대 다수가 두루 누리게 하려는 규정이다. 소수만 특혜처럼 누리는 경관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개방되는 조망권 개념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남산 중턱의 외국인아파트를 비싼 비용을 들여 철거하기도 했고, 한강변 아파트 건설에 대해서는 높이를 제한해왔다. 문화재가 주로 구도심에 있다 보니 도심공동화를 초래하는 인위적 장벽처럼 비치지만, 구도심 재개발을 일부러 막는다고 봐서는 안 된다.
도시에서 건물 높이 규제는 쾌적한 공간 확보를 위한 기본 장치다. 햇볕 들기, 공기 이동 장애물 제거, 단독주택 등 낮은 지역 생활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밀집된 도시에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런 원리가 문화재 주변에선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될 뿐이다. 말로만 외치는 문화재 보호가 아니라 이런 규제가 있어야 적극적인 보호가 가능해진다.[반대] 보호 필요하지만 과도한 게 문제…도심 낙후, 강남북 격차 무엇 때문인가고도제한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너무 과도하다는 게 문제다. 일본 도쿄의 왕궁 앞에는 높이 200m 건물이 들어선다. 반면 서울 종묘 인근 세운2구역에선 높이가 55m, 세운4구역에선 71.9m로 제한된다. 너무 엄격한 것이 문제다. 서울시의 현행 건축조례를 보면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100m 이내에서 개발할 때 문화재 자체의 높이와 앙각(仰角: 올려볼 때의 각도) 규정이 획일적이다. 남대문 옆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이 앞쪽은 낮고 뒤쪽은 높게 기형적인 모습으로 들어선 것도 고도 규제 때문이다. 비용은 비용대로 더 들이면서 도심의 멋까지 망치는 요인이다.
고도 규제로 인한 결과를 보면 왜 개선책이 필요한지 답이 나온다. 무엇보다 낙후된 구도심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된 걸림돌이다. 서울의 원도심인 종로 청계천 주변이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것도 규제가 재개발을 막기 때문이다. 새롭고 멋진 건물을 지을 기회를 가로막으면서 개인재산권 침해를 초래하고, 도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구도심에는 수백 년째 사람이 계속 살아와 땅을 파면 어디에서든 질그릇 조각이라도 나올 수 있다. 엄격한 문화재 관리 법규에 따라 이에 대한 규제를 받는 터에 완고하기 짝이 없는 건물 층수 제한까지 겹치니 누가 자본을 투입해 재개발에 나서겠나. 이대로 가면 국가 1번지 격인 광화문 일대도 만년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부터 번화가인 종로도 퇴락 일변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도한 고도 규제가 계속 이어지면 가뜩이나 번쩍번쩍한 강남만 발전할 것이다.
고도제한 규제를 완화해 구도심 퇴락을 막고 개발이익을 적절하게 환수해 그 비용으로 문화재 보호에 제대로 쓰는 게 이성적·합리적이다. 재개발 부담금으로 문화재 지역에 폐쇄회로TV(CCTV)라도 설치해 ‘남대문 방화사건’ 같은 어이없는 인재를 막는 게 훨씬 현실적인 문화재 보호책이다. 이상적·교조적 유적 보호에 따른 결과를 봐야 한다.√ 생각하기 - 도시는 문화 문명 기술의 총체적 표상…'역사' '미래·첨단' 균형과 공존 모색해야 도시는 밤낮 없이 진화한다. 대도시는 한 사회의 문화와 문명, 기술의 총체적 표상이다. 도시의 발전 원리에 주목해야 국가 간 무한 경쟁에서 이긴다. 도시의 성장은 경제발전에도 필수다. 도시에서는 전문화 분업화 집적화 산업화가 이뤄진다. 동시에 이런 기류는 도시의 거대화와 발전을 촉진한다. 도시의 발전을 가로막는 인위적 장벽이 있다면 가급적 제거해야 한다. 이런 제한이 거의 없는 서울 강남 3구는 날로 발전한다. 123층 초고층 타워를 봐도 그렇고 초거대 지하도시가 건설되는 대로를 봐도 그렇다. 유적 보호가 미래도시 건설과 조화를 못 이룰 이유는 없다. 도시의 진화와 서울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구도심 공동화 막기와 강남북의 균형발전도 필요하다. 문화재라는 과거와 역사도 중요하지만, 첨단도시라는 미래와 문명도 중요하다. 문화재 고도제한 규제가 완고할수록 신도시로 뻗는 강남 쪽만 치솟게 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