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6)
비판하기를 세분화해 다뤄보는 시간, 오늘은 세 번째로 ‘유추를 적용해 문제를 추론’하는 유형입니다. 기본적으로 비판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유이며, 수험생들은 기준 제시문을 정확히 읽고 대상 제시문의 옳고 그름을 가린 뒤 이유를 논리적으로 쓰면 됩니다. 즉 비판의 ‘답’(예를 들면 부당하다, 한계가 있다, 타당하다 등)과 그 ‘근거’를 여러 측면에서 논술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논술은 경쟁시험이기 때문에 얕은 수준의 뻔한 답안은 변별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논리적 사고력과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비판적 사고의 아홉 가지 유형으로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적절성, 중요성, 논리성, 분명성, 정확성, 명료성, 폭넓음, 충분함 그리고 깊이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 제한된 시간 동안 여러분의 논리적 사고를 빠르게 배양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양한 실전 문제를 유형별로 반복하면서 답안 쓰기를 연습하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마지막으로 유추 적용 유형을 둔 이유는, 이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추를 적용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를 이 문제에 대입해 검토하고 논리적으로 사유해보는 것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봅시다. 식물에서의 작용을 바탕으로 유추를 적용할 때, 학생에게도 ‘다른 양분’을 공급한다고 표현해서는 안 되겠죠? 식물이 기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다른 기타 양분도 있어야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는 데서 유추해, 학생들도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수영 위주의 교과공부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움(운동이나 예술, 협업, 봉사 등)이 있어야 함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즉 ‘균형적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원료 공급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것이겠죠.
제시문의 성격에 따라 똑같은 제재도 다른 방향의 답안이 도출된다는 것을 공부해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상 제시문을 ‘경쟁옹호론’으로 잡고 기준 제시문만 달리하고 있습니다. 실전 문제 연습으로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아래 실전형 문제를 풀어보면서 지난 시간까지 공부했던 비판문과 비교해 <나> 제시문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보세요. 다음 시간에는 답을 공개하고 학생 우수 사례도 소개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응모도 기다립니다. (메일 : imsammail@gmail.com, 우편 : 서울 강남구 삼성로 61길10 3층 임재관입시논술)
[문제] 제시문 <나>를 바탕으로 <가>의 논지를 비판하시오. (600자 내외)
<가>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 지역 우수 학생들의 면접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청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빼곡한 3년간 공들인 성과들은 교사가 보아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내신이면 내신, 비교과 스펙이면 스펙, 독서활동도 어마어마하다. 모의면접, 앞에 앉은 학생에게 첫 번째 질문,
“장래 희망이 무엇입니까?”
“CEO가 되려고 합니다.”
“경영의 목표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노동자의 평등한 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은 ‘기업의 목표’ ‘경영의 목표’를 묻는 말에 천편일률적으로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답변을 쏟아냈다. 다시 질문한다.
“학생의 그간 애쓴 흔적들을 보았는데 대단한 경쟁력이더군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학생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혼자 잘하려 하지 않고 친구들과 늘 함께하려고 노력한 결과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들 모두 이곳에 오고 싶었을 수도 있을 텐데 함께 오지 못했네요? 그것은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 아닙니까?”
“… 맞습니다.”
‘경쟁력 있다’ ‘경쟁에서 이겼다’라는 말은 불편해하면서 ‘(너의) 실력’이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없는 이 아이들은 분명, ‘경쟁은 좋은 것’ ‘치열한 경쟁이 공정한 것’이라고 배운 적이 없는 듯했다. 사실 많은 교사가 경쟁은 인성을 파괴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경쟁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노력이며, 경쟁에서 선택되는 것이 바로 땀과 노력을 인정받는 순간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니 학생들은 ‘경쟁력이 있다’라는 말은 비인간적이고 몰인정하다는 말과 등치되도록 세뇌된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남보다 덜 자고, 노는 시간도 아껴가며 실력을 쌓은 아이들일수록 ‘네가 경쟁에서 이겼다’는 말에 죄책감을 느낀다면, 이 땅의 교육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가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경쟁하면 흔히들 약육강식, 강자를 대변하는 장, 인간소외, 삭막함, 비인간화 등 인성을 팍팍하게 만드는 부정적 단어들부터 연상하면서 경쟁이 마치 인성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기라도 한 양 몰아가기 일쑤다. 경쟁 자체가 문제인가, 부당한 경쟁이 문제인가? 경쟁이 사라지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한 성찰 없이 ‘경쟁과 대립의 결과가 불평등한 현상’이라고 서술한다. 경쟁은 강자만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며 경쟁에서 이기는 승자는 약자를 지배하므로 악하고, 약자는 피해자가 된다는 식의 왜곡과 오해만 남았다. 피해자인 약자를 보호할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되고, 그에 따라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처럼 마치 경쟁이 제로섬의 게임인 듯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경쟁은 사실 포지티브섬 또는 ‘윈윈’의 게임이고 그 기초는 도덕에 있다. 경쟁은 억압과 달리 다른 사람들을 강탈하지 않고 노예처럼 다루지 않겠다는 약속에 기초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존립한다.
<나> 자연선택을 경쟁을 통한 성공과 동일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문화적 편견에 가깝다. 성공을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그 목표는 상호부조와 공생을 포함하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달성될 수 있으며 이것을 우리는 협력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자연선택이 선험적으로 경쟁이나 협력 행동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투쟁도 가끔은 발생하기는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은데, 투쟁은 오히려 자연선택을 반대로 작용하게끔 할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재생산에 유리한 것은 대부분 평화적인 과정이며 여기서 투쟁은 실로 부적절하다. 평화적인 과정에는 생태 환경을 자연의 균형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며, 이용할 수 있는 식량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미성숙한 개체들을 보호하며, 재생산을 방해하는 집단 내부의 불화(투쟁)를 억제하고, 또한 경쟁의 대상이 아니거나, 다른 이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 환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자연선택은 경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을 꺼린다. 생존을 위해 일반적으로 각 개체가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협력하기를 요구하며, 여기엔 같은 종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종들과의 협력도 포함된다.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의 사례를 들어보자. 이들의 뿔은 외부 포식자에 맞서는 무기가 아니라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쓰이는 무기다. 이런 싸움에서는 뿔의 상대적인 크기가 중요하다. 돌연변이를 통해 큰 뿔을 가지게 된 수컷들은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돌연변이들은 빨리 퍼져간다. 이런 돌연변이는 여러 세대에 걸쳐 누적되면서 마치 국가 간의 군비경쟁과 같은 상황을 일으킨다. 북미 대륙에서 가장 뿔이 큰 말코손바닥사슴의 경우 뿔의 길이는 4피트(약 1.2m) 이상이고 무게는 40파운드(약 18㎏)가 넘는다. 이것은 개체의 번식 적합성은 높이지만 종족 전체에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뿔이 커지면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기동력이 떨어져 늑대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커진다. 불이 작으면 포식자를 피하는 데 유리하지만 다른 사슴과의 경쟁에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작은 뿔이 다음 세대에 전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