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2022년 대통령선거 때 후보자 간 토론으로 화제가 된 에너지 전략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에서 시작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글로벌 캠페인이지만 많은 나라에서 정책에 반영해왔다. 한국도 여기에 가세했다. 하지만 한국처럼 재생에너지의 성장력과 잠재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는 비현실적이고 기업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도 만만찮았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게 CFE(Carbon-free Energy)100 혹은 CF100 캠페인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 운동의 일환으로, 2021년 유엔 고위급 에너지 회담의 결과다. 2023년 들어 한국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도 이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RE100 대신 CFE100, 타당한 전략인가.[찬성] RE100 너무 이상에 치우쳐 비현실적 유엔 주도…원전·수소 포함 CFE 이성적RE100 전략은 애당초 무리한 전략이었다. 2014년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더클라이밋그룹이 제창한 이 캠페인은 너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 구호였다.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로 늘어나는데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이를 충당하자는 것은 꿈 같은 주장일 뿐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풍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불규칙적이고, 태양광도 산지 파괴나 농지 훼손 같은 부작용이 큰 곳에서는 현실로 수용해 이행하기 어렵다. 기업에 혜택과 제재 조건을 내걸며 정책으로 반영한다 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많은 나라가 이런 주장을 지켜봐오면서도 실제 정책으로 선뜻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람은 부족하고 일조량도 계절별로 불규칙한 상황에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한 반도체 공장 등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길이 없다.

이에 반해 CFE100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말 그대로 무탄소 에너지를 지향하지만, 원자력과 청정 수소에너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유엔이라는 최고 권위의 국제기관에서 주도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원전과 수소연료전지를 각국 사정에 맞춰 제조업체에 적용하면 유엔이 기후협약총회를 통해 노력해온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 방향으로 간다고 해서 RE100 캠페인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포용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서 일반적 재생에너지 외에 원전과 수소도 청정에너지로 간주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럽도 최근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한국은 원전 비중이 높다. 원전과 수소 관련 기술도 앞서 있어 CFE100 쪽으로 가야 산업적 기회까지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산업부와 대한상의가 이 방향으로 공식 포럼을 출범하고, 기업들의 동참이 고무적이다. 에너지 장기 전략을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반대] 400여개 기업 동참으로 RE100 속도 정부 재생에너지 개발·투자 적극 나서야RE100 캠페인은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선 국제적 흐름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이케아 GM 등 4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협력업체에 RE100 준수를 납품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 자율 캠페인이지만 이 트렌드를 무시하면 수출 등 국제거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환경·에너지 무역 기준처럼 됐다. 유럽은 이미 수입에 RE100 단서를 달아 무역장벽으로 삼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수출이 어려운 ‘탄소 국경 부담금 제도’가 소리 없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기업이 힘겹게 준비해온 RE100을 외면하면 어떤 결과가 될지 잘 판단해야 한다. 기업 부담이 크다고 외면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에 한계는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전력 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전기 생산 기술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면 비용 효율성도 올라갈 것이다. 한국에서는 원자력발전-탈원전-원전 복원으로 정책 방향이 왔다 갔다 했지만, 원전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정리된 것도 아니다. 수소에너지 역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지금 기술로는 안전성이 완벽히 입증된 바 없다.

경기도가 도 산하 28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경기 RE100 정책 실천’에 나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유휴부지 옥상 주차장에서 태양광발전을 시작하고, 공공기관 평가에 RE100 이행 여부를 반영하는 식으로 RE100 실천에 앞섰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경기도가 처음이다. 경기도는 공공기관 설치 조명등 전체(31만9253개)를 LED로 교체하고,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행태 개선, 스마트에너지 관리 체계 도입으로 에너지 사용량도 줄여갈 계획이다. RE100은 한국이 외면한다고 피하기도 어렵다.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의지에 따라 RE100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생각하기 - 이상·현실, 기술·비용 '에너지 딜레마'…무역장벽 보며 CFE 포럼 내실을
[시사이슈 찬반토론] 친환경 에너지…'RE100' 대신 'CF100', 타당한 전략인가
RE100과 CFE100이 적대적이거나 대립적이지는 않다. 다만 이상과 현실성, 대안의 합리성에서는 차이점이 분명하다. 기업의 수용 가능성도 봐야 하고, 원전 비중이 높은 한국 에너지산업의 특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전통적 원전 강국의 기류도 중요한 변수다. 두 캠페인 모두 서방 선진국이 주도하는 저탄소 아젠다인 만큼 국제사회의 흐름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한 관심사는 CFE100이 현실성 떨어지는 RE100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이다. 물론 이런 기류를 한국이 주도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산업부와 대한상의의 CFE 포럼이 어떤 전략과 비전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기업 부담과 무역에서의 변수, 국제기류의 동참과 국내 여건을 지혜롭게 조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에너지 문제는 극히 현실적인 과제다. 갈지자 정책 행보도 문제지만, 지나친 이상론도 경계 대상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