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는 불경기로 세금이 눈에 띄게 적게 걷히면서 정부 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긴축재정을 내걸었지만, 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일 뿐 예산 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복지예산 등은 한 번 도입하면 줄이기가 사실상 어렵고,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경상경비)도 손대기 어렵다. 세금이 덜 걷히면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는데,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적색 지대로 들어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지방자치단체는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추경에는 불요불급 선심성 예산도 적지 않다. 지방교부금 배정 방식 변경, 지방재정 준칙 제정 같은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자체 살림을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한가.[찬성] 난맥상의 지방행정, 재정이 핵심…위기 극복하려면 지방 재정도 고삐 좨야지방행정의 난맥상이 심하다. 그 핵심이 방만한 지방재정 관리다. 재정자주도와 재정자립도는 여전히 낮은데도 돈 쓰려는 곳은 늘어간다. 모두 중앙정부에 의존하려고만 할 뿐 자체적인 재원 확보,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은 드물다. 선거 한 번 치를 때마다 반복 심화되는 선심성 지출정책은 자체 브레이크도 없다. 자치제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의 지자체가 파산 나는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 부실 지자체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은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일일 뿐이다. 이제 한국 지자체도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 자립·독립하고 자율성을 확보해야만 살아남는다. 그렇지 못하면 지방 소멸, 구체적으로는 부실한 지자체가 없어지는 극단적 상황이 앞당겨질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월 초 현재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12곳이 2023년도 예산의 추경을 짜고 있다. 정부가 지방재정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와 종합부동산세를 지방교부세로 내려주면서 비롯된 일이다. 가만히 있어도 전년도에 많이 걷힌 국세의 상당 부분이 내려가니 이를 다 써버리기 위해 예산 집행 계획을 다시 짜는 것이다. 12개 광역시가 당초 짜둔 지출예산은 총 115조원가량인데, 추경을 통해 4조5517억원(4%)을 더 쓰려고 한다. 매년 내국세의 20.79%를 각 지방교육청에 무조건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는 완전히 별개의 돈이다.
이러니 지자체나 지방교육청으로 가면 건전 재정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인구 감소 시대, 지방 인구는 더 심각하게 줄고 있다. 그런데도 지출은 그대로다. 그나마도 의미있는 사업에 제대로 사용을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기존의 통제 제도를 강화해 건전재정의 고삐를 바짝 좨야 한다. 지방재정이 부실해지면 모두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만큼 자치행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나라 살림을 총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감시를 강화하면서 제도 보완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반대] 무원칙 재정지출 남용 정부가 더 문제…재정간섭으로 자치행정 흔들어선 곤란중앙정부가 지자체 재정을 나무랄 처지가 전혀 못 된다. 과도한 지출로 국가 재정을 위험 지경으로 몰아간 것은 중앙정부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 지출이 특히 늘어 5년간 연평균 재정 증가율이 8.7%에 달했다. 이 기간에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 지출이 얼마나 과도했는지 알 수 있다. 매년 정부 예산안이 나올 때마다 초(超)·슈퍼(super)·팽창 재정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적자국채 발행도 서슴지 않았다. 지출은 현세대가, 빚 갚기는 다음 세대가 하라는 식이었다. 그 결과 중앙정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후임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 긴축재정을 외치며 허리띠를 죈다고 하지만 늘어난 지출구조는 쉽게 기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런 판에 지자체에만 긴축을 요구하고 지출을 줄이라고 강요할 수 있나. 정부가 모범을 보인 뒤에나 할 요구다. 더구나 올해 추경은 법에 따라 지방교부세가 지급되기에 이를 쓰기 위한 것이다. 지방교부세가 많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다면 먼저 법을 바꿔야 한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시·도나 시·군·구에 가는 일반 교부금이 아니라 학생은 없는데도 무작정 늘어나는 교육교부금이다. 수십조원씩 쌓여 있는 이것부터 개혁해야 한다. 지방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도 지방 탓이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세금을 국세로, 즉 정부가 징수하는 한국의 세금 제도 요인이 크다. 재정자립도를 비판하려면 주요 세목을 지방세로 돌리는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위기다. 인구는 줄고 경제도 활력을 잃고 있다. 정부든 지자체든 지방에 재정을 더 쏟아야 한다. 추경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방 재원을 더 확대해야 할 시기다. 모처럼 자치행정이 뿌리내리는 판에 정부가 또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려 해선 안 된다.√ 생각하기 - 넘쳐나는 교육교부금이 특히 문제…건전재정 정부가 솔선수범할 때 중앙정부는 세수(稅收)가 펑크 나고 있는데 지자체는 추경 편성으로 지출을 쉽게 늘려간다면 문제다. 더구나 지출 늘려 잡기 예산이 법에 따라 기계적으로 배분되는 교부금(교부세) 때문이라는 점, 특히 각 지방교육청에는 별도로 과도한 교부금이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지자체도 어느 정도 자치행정 권리는 있다. 더구나 진짜 재정 대란을 걱정할 곳은 중앙정부다.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재정 준칙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대상도 정부다. 선심성 지출, 포퓰리즘 복지 논란도 일차적으로 정부가 문제다. 물론 지자체가 이런 나쁜 행정을 따라가서는 곤란하다. 이대로 가면 중앙과 지방의 자율과 균형 행정은 어렵게 된다. 지자체의 자율적 건전재정 노력은 더욱더 기대난망이다. 지자체는 스스로 자제하지 않으면 중앙의 간섭을 자초한다는 사실, 지자체끼리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라는 점은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월 초 현재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12곳이 2023년도 예산의 추경을 짜고 있다. 정부가 지방재정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와 종합부동산세를 지방교부세로 내려주면서 비롯된 일이다. 가만히 있어도 전년도에 많이 걷힌 국세의 상당 부분이 내려가니 이를 다 써버리기 위해 예산 집행 계획을 다시 짜는 것이다. 12개 광역시가 당초 짜둔 지출예산은 총 115조원가량인데, 추경을 통해 4조5517억원(4%)을 더 쓰려고 한다. 매년 내국세의 20.79%를 각 지방교육청에 무조건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는 완전히 별개의 돈이다.
이러니 지자체나 지방교육청으로 가면 건전 재정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인구 감소 시대, 지방 인구는 더 심각하게 줄고 있다. 그런데도 지출은 그대로다. 그나마도 의미있는 사업에 제대로 사용을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기존의 통제 제도를 강화해 건전재정의 고삐를 바짝 좨야 한다. 지방재정이 부실해지면 모두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만큼 자치행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나라 살림을 총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감시를 강화하면서 제도 보완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반대] 무원칙 재정지출 남용 정부가 더 문제…재정간섭으로 자치행정 흔들어선 곤란중앙정부가 지자체 재정을 나무랄 처지가 전혀 못 된다. 과도한 지출로 국가 재정을 위험 지경으로 몰아간 것은 중앙정부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 지출이 특히 늘어 5년간 연평균 재정 증가율이 8.7%에 달했다. 이 기간에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 지출이 얼마나 과도했는지 알 수 있다. 매년 정부 예산안이 나올 때마다 초(超)·슈퍼(super)·팽창 재정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적자국채 발행도 서슴지 않았다. 지출은 현세대가, 빚 갚기는 다음 세대가 하라는 식이었다. 그 결과 중앙정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후임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 긴축재정을 외치며 허리띠를 죈다고 하지만 늘어난 지출구조는 쉽게 기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런 판에 지자체에만 긴축을 요구하고 지출을 줄이라고 강요할 수 있나. 정부가 모범을 보인 뒤에나 할 요구다. 더구나 올해 추경은 법에 따라 지방교부세가 지급되기에 이를 쓰기 위한 것이다. 지방교부세가 많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다면 먼저 법을 바꿔야 한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시·도나 시·군·구에 가는 일반 교부금이 아니라 학생은 없는데도 무작정 늘어나는 교육교부금이다. 수십조원씩 쌓여 있는 이것부터 개혁해야 한다. 지방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도 지방 탓이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세금을 국세로, 즉 정부가 징수하는 한국의 세금 제도 요인이 크다. 재정자립도를 비판하려면 주요 세목을 지방세로 돌리는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위기다. 인구는 줄고 경제도 활력을 잃고 있다. 정부든 지자체든 지방에 재정을 더 쏟아야 한다. 추경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방 재원을 더 확대해야 할 시기다. 모처럼 자치행정이 뿌리내리는 판에 정부가 또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려 해선 안 된다.√ 생각하기 - 넘쳐나는 교육교부금이 특히 문제…건전재정 정부가 솔선수범할 때 중앙정부는 세수(稅收)가 펑크 나고 있는데 지자체는 추경 편성으로 지출을 쉽게 늘려간다면 문제다. 더구나 지출 늘려 잡기 예산이 법에 따라 기계적으로 배분되는 교부금(교부세) 때문이라는 점, 특히 각 지방교육청에는 별도로 과도한 교부금이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지자체도 어느 정도 자치행정 권리는 있다. 더구나 진짜 재정 대란을 걱정할 곳은 중앙정부다.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재정 준칙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대상도 정부다. 선심성 지출, 포퓰리즘 복지 논란도 일차적으로 정부가 문제다. 물론 지자체가 이런 나쁜 행정을 따라가서는 곤란하다. 이대로 가면 중앙과 지방의 자율과 균형 행정은 어렵게 된다. 지자체의 자율적 건전재정 노력은 더욱더 기대난망이다. 지자체는 스스로 자제하지 않으면 중앙의 간섭을 자초한다는 사실, 지자체끼리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라는 점은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