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가 기존 양대 노총의 대안 노동운동 그룹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정 정치 구호가 난무하는 양대 노총의 ‘정치투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올바른 노사관계 구축과 고용·임금·근로 조건 등 ‘순수 노동’ 이슈에서 근로자 권익을 추구한다는 전략을 세워 시선을 끈다.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의 사무직 노조를 중심으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라는 연대 조직이 그렇게 생겨났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적어도 단체 차원에서는 정부 보조금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기존 거대 노조가 수십억원 이상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이 단체의 개별 노조나 MZ 계열의 다른 대기업 사무연구직 노조는 별도로 지원금을 신청해 수천만 원씩 받게 됐다. MZ 노조의 국고 보조금 받기는 적절한가. [찬성] 대정부 투쟁하며 거액 받아온 거대 노조…이미 책정된 예산, 받고 잘 쓰는 게 중요정부 보조금은 저마다 관련법에 의해 배분되는 합법적 예산 지원금이다.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다른 정권에서도 보조금을 운용해 왔다. 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고, 2023년의 경우 639조원에 달하는 정부 지출예산의 집행 통로이기도 하다. 보조금을 받는 대상도 노조만이 아니다. 문화예술인·장애인·체육인 등 영역별로도, 지역적으로도 다양하게 배분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는 지원금은 출산과 양육, 취업과 근로 장려 등 총 1000종류가 넘는다. 노조를 특별 대우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직능단체로 보고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을 명분으로 지원한다.
고용노동부가 2023년에 집행하는 노조 지원금만 해도 총 44억7000만 원에 달한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절반인 22억 원을 신규로 참여하는 단체에 지급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신규 노조에 이렇게 큰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강성 투쟁 일변도로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비판받는 기존 양대 노총의 기득권을 깨기 위한 정책적 배려다. 그런 만큼 이 기준에 부합하는 MZ 노조가 정부 보조금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게 자연스럽다. 이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쳐 이미 책정된 것이어서 새바람을 일으키는 MZ세대의 새 노조들이 받지 않으면 기존의 구체제 노조 몫이 되거나 예산 자체가 소멸할 수밖에 없다.
보조금을 받되 좋은 쪽으로 올바르게 쓰면 된다. 대정부 투쟁이나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동조 주장을 하는 대규모 정치 집회 같은 데 쓰지 않고, 중소기업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쓰면 좋은 일이다. 당연히 집행 내역을 낱낱이 밝히고 회계도 투명하게 처리해 기존 노조에 모범을 보이면 더 돋보일 것이다. 기존 거대 노조들이 공금 처리를 투명하게 하지 않고 회계장부 공개를 거부하면서 얼마나 큰 비판을 받았나. 이것만 잘해도 노동운동의 새바람이다. [반대] 젊은 새 노조 출범 취지·명분 살려야…저비용 지향, 부족하면 조합비 올리기로새로고침 협의회가 적어도 2023년에는 이미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한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무연구직 노조 등이 고용부에 지원금을 신청해 정부로부터 ‘지원 자격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아쉽다. 새로고침 협의회가 내부 표결을 통해 정부의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편안’에 따른 보조금 사업을 신청하지 않기로 한 것은 독립성 유지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노조 운영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정부 눈치를 안 볼 수가 없고, 독립과 자율을 내세우는 노조 활동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기존 노조처럼 낯 두껍게 ‘보조금 수령 따로, 투쟁 따로’ 행동할 수는 없다. 양대 노총과 그 산하의 조직들은 정부의 노조 보조금 가운데 90% 이상을 받아 쓰면서 그동안 어떤 행보를 보여왔나. 이는 국민 혈세로 조성한 정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과연 성과는 남겼는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양대 노총이 이런 정부 보조금만 받지 않았어도 지금과 같은 과도한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령 노조가 정당처럼 정치적 행보를 해도 정치투쟁을 자체의 조합비로 움직인다면 비조합원이 간섭하고 비난할 여지도 사실상 많지 않다. 공공 자금을 받아 엉뚱한 데 써 더욱 문제가 됐다. 혁신과 독립, 노조의 제자리 찾기를 주창하며 조직된 MZ 새 노조가 이런 행태를 따라가선 안 된다.
MZ 노조도 조합원으로부터 노조 활동비를 걷는다. 모든 노조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예산으로 노조 본래의, 고유의 활동을 하면 된다. 그게 노동운동 혁신을 내건 젊고 새로운 노동운동 그룹의 올바른 모습이다. 노조비가 적다면 그에 맞춰 ‘저비용 활동’을 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조합원에게 양해를 구해 노조비를 올리는 게 맞다. 조합 전임자만 줄이거나 없애도 지출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 노조 활동의 거품을 빼는 것만도 개혁이다. √ 생각하기 - 2016~2022년 NGO에 간 보조금 31조…정부 돈 안 받아야 '독립' 10개가량 개별 노조 연합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 내부 토론을 진지하게 했다고 한다. 빠듯한 새 출발 노조의 재정 형편에서 통상 ‘눈먼 돈’ 정도로 여기는 보조금에 대한 유혹이 컸을 것이다. 그래도 정부 예산을 받게 되면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보조금을 안 받기로 했을 것이다. 바람직하다. 다소 힘들어도 멀리 갈 수 있는 길을 택한 셈이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각종 사회단체와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 NGO(비영리 민간단체)에 총 31조4000억 원의 정부 보조금이 나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많이 늘었다. 서울시에서만 한때 연간 보조금 예산이 1조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 결과 NGO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퇴색하고 특정 정치색만 짙어졌다. 정부나 지자체 예산을 넘보게 되면 ‘어용’으로 전락할 공산도 크다. 보조금은 노조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고용노동부가 2023년에 집행하는 노조 지원금만 해도 총 44억7000만 원에 달한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절반인 22억 원을 신규로 참여하는 단체에 지급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신규 노조에 이렇게 큰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강성 투쟁 일변도로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비판받는 기존 양대 노총의 기득권을 깨기 위한 정책적 배려다. 그런 만큼 이 기준에 부합하는 MZ 노조가 정부 보조금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게 자연스럽다. 이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쳐 이미 책정된 것이어서 새바람을 일으키는 MZ세대의 새 노조들이 받지 않으면 기존의 구체제 노조 몫이 되거나 예산 자체가 소멸할 수밖에 없다.
보조금을 받되 좋은 쪽으로 올바르게 쓰면 된다. 대정부 투쟁이나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동조 주장을 하는 대규모 정치 집회 같은 데 쓰지 않고, 중소기업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쓰면 좋은 일이다. 당연히 집행 내역을 낱낱이 밝히고 회계도 투명하게 처리해 기존 노조에 모범을 보이면 더 돋보일 것이다. 기존 거대 노조들이 공금 처리를 투명하게 하지 않고 회계장부 공개를 거부하면서 얼마나 큰 비판을 받았나. 이것만 잘해도 노동운동의 새바람이다. [반대] 젊은 새 노조 출범 취지·명분 살려야…저비용 지향, 부족하면 조합비 올리기로새로고침 협의회가 적어도 2023년에는 이미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한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무연구직 노조 등이 고용부에 지원금을 신청해 정부로부터 ‘지원 자격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아쉽다. 새로고침 협의회가 내부 표결을 통해 정부의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편안’에 따른 보조금 사업을 신청하지 않기로 한 것은 독립성 유지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노조 운영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정부 눈치를 안 볼 수가 없고, 독립과 자율을 내세우는 노조 활동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기존 노조처럼 낯 두껍게 ‘보조금 수령 따로, 투쟁 따로’ 행동할 수는 없다. 양대 노총과 그 산하의 조직들은 정부의 노조 보조금 가운데 90% 이상을 받아 쓰면서 그동안 어떤 행보를 보여왔나. 이는 국민 혈세로 조성한 정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과연 성과는 남겼는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양대 노총이 이런 정부 보조금만 받지 않았어도 지금과 같은 과도한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령 노조가 정당처럼 정치적 행보를 해도 정치투쟁을 자체의 조합비로 움직인다면 비조합원이 간섭하고 비난할 여지도 사실상 많지 않다. 공공 자금을 받아 엉뚱한 데 써 더욱 문제가 됐다. 혁신과 독립, 노조의 제자리 찾기를 주창하며 조직된 MZ 새 노조가 이런 행태를 따라가선 안 된다.
MZ 노조도 조합원으로부터 노조 활동비를 걷는다. 모든 노조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예산으로 노조 본래의, 고유의 활동을 하면 된다. 그게 노동운동 혁신을 내건 젊고 새로운 노동운동 그룹의 올바른 모습이다. 노조비가 적다면 그에 맞춰 ‘저비용 활동’을 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조합원에게 양해를 구해 노조비를 올리는 게 맞다. 조합 전임자만 줄이거나 없애도 지출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 노조 활동의 거품을 빼는 것만도 개혁이다. √ 생각하기 - 2016~2022년 NGO에 간 보조금 31조…정부 돈 안 받아야 '독립' 10개가량 개별 노조 연합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 내부 토론을 진지하게 했다고 한다. 빠듯한 새 출발 노조의 재정 형편에서 통상 ‘눈먼 돈’ 정도로 여기는 보조금에 대한 유혹이 컸을 것이다. 그래도 정부 예산을 받게 되면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보조금을 안 받기로 했을 것이다. 바람직하다. 다소 힘들어도 멀리 갈 수 있는 길을 택한 셈이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각종 사회단체와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 NGO(비영리 민간단체)에 총 31조4000억 원의 정부 보조금이 나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많이 늘었다. 서울시에서만 한때 연간 보조금 예산이 1조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 결과 NGO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퇴색하고 특정 정치색만 짙어졌다. 정부나 지자체 예산을 넘보게 되면 ‘어용’으로 전락할 공산도 크다. 보조금은 노조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