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지의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을 보면 한국 행정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프랑스 같은 곳에는 간단한 행정도 하세월로 길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국 풍토는 거의 ‘민원인은 왕’ 수준이어서 너무 많은 것을 공무원에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점심시간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무슨 창의적 행정을 기대하겠나. 더구나 일선 지자체로 가면 창구 공무원의 급여는 여전히 열악하다. 월급도 적은 판에 점심도 제시간에 먹지 못하면 좋은 인재들은 공무원 근무를 기피할 것이다. 공직의 수준이 떨어지면 이용자인 국민 손해다. 근로 휴식권 같은 작은 권한은 당사자 요구가 없어도 시민사회가 확보해주자고 해야 정상이다. [반대] 점심시간은 민원인이 더 몰리는 때 휴무 확대가 아니라 전부 되돌려야공무원을 왜 공직자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곰곰이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민·관 할 것 없이 모두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고, 잘하는 게 공공의 선에 부합하고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민간과 공직 사이에 어떤 우열이나 우선도 없는 다원화된 사회다. 그렇다 해도 각각의 특징과 지향점은 엄연히 있다. 공무원이 국가 사회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유지되고 나아지는 데 좀 더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다. 사회에 대한 직접 책임의식도 공무원이 더 가지는 게 바람직하다. 어떤 나라를 봐도 그게 보편적 가치다.
그런데도 공무원도 똑같이 12시~1시 점심시간을 이용하겠다며 민원인 방문이 많은 이 시간에 관공서 문을 닫는다는 게 말이 되나. 점심식사를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30분 일찍 시작하거나 그 정도 늦춰 하면 된다. 담당 업무가 있다지만 당번제로 점심시간을 조금씩 변형하면 된다. 무인 민원 발급기가 많이 보급되고는 있어도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증, 여권, 본인서명사실확인서 같은 것은 창구에서 대면 업무로만 가능하다. 또 전국 각 지자체에는 고령자가 많은데 이들은 무인 발급기 이용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민원인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행정은 곤란하다.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시·군·구) 가운데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 중인 곳이 64곳에 달한다. 더 확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곳의 점심시간 문 닫기를 중지해야 정상이다. 대구지역 8개 기초 지자체는 4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범 시행한 뒤 10월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가 도입을 아예 중단했다. 이게 바람직하다. 반대 여론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시간을 쪼개 점심시간에 행정 관련 용무를 처리하겠다는 게 민원인의 입장이다. 이들의 불편을 보완할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휴무제를 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일 뿐이다.√ 생각하기 - 공기업에 파급효과도 감안해야 … 요구 주장 일리 있으나 소탐대실할 수도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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