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최보람 집토스 쌍문점 지점장 단일 자격증 시험 중 응시자가 가장 많은 공인중개사 시험은 수학능력시험과 토익, 9급 공무원 시험과 더불어 '4대 시험'으로 불린다. 공인중개사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이들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4050세대의 수능이라 불렸지만 20~30대 응시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공인중개사는 기획 부동산, 전세 사기 등 나쁜 뉴스의 중심에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2020년 공인중개사에 도전해 5개월 만에 1·2차 모두 합격하고 활동 중인 최보람 집토스 쌍문점 지점장을 만났다.
[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 "하루 15시간 울며 공부해 5개월 만에 합격했어요"
▶공인중개사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공인중개사는 인간 생활의 3대 필수 요소인 의·식·주 중 주거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습니다. 예비 임차인의 예산에 맞는 집을 설계 및 탐색해 주는 일을 하죠. 집을 구하는 분들 중에서도 본인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 분들과 함께 실제 매물을 확인하고 최종 계약까지 마무리짓는 일입니다. 덧붙인다면 신규 매물 확보를 위한 온·오프라인 임장 활동, 임대인·임차인 간의 계약 조율 및 관리, 임대 관리, 광고 플랫폼 관리 등의 일을 하는 직업입니다.”

▶집토스 쌍문점 지점장이신데,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희 지점은 쌍문3동에 있는데, 이 동네 자체가 인프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에요. 교통이 편리하고 지역이 한적해 주거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죠. 다른 지역에 비해 신축 건물이 많고, 주변에 고려대 성신여대 등이 있어 젊은층의 유입도 꽤 있습니다.”

▶쌍문동은 드라마에 나온 동네로도 유명하잖아요.

“맞아요. ‘응답하라 1988’을 이곳에서 촬영했죠. 쌍문동은 아기 공룡 둘리의 고향이기도 해요. 여기서 조금만 가면 우이천 앞에 둘리 벽화 거리가 있어요. 둘리가 빙하를 타고 내려오다 영희에게 발견된 곳이 이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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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화 50통 이상 받으며 고객 상담"▶쌍문동에 있으면 쌍문동과 그 일대 매물만 취급하는 건가요.

“그렇진 않아요. 주변 창동을 비롯해 서울 전 지역을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원룸은 주변을 많이 알아보시지만 빌라 아파트 상가는 지역 구분이 없거든요.”

▶인터뷰 중간에도 전화가 쉴 새 없이 오네요. 보통 하루에 전화가 몇 통이나 오나요.

“핸드폰을 개인용, 업무용으로 두 대를 사용하는데 하루에 보통 50통 이상 오는 것 같아요. 업무용 휴대폰에 회사 대표 전화번호를 연결해 놔서 더 많이 와요.”

▶주로 어떤 내용의 전화인가요.

“방을 찾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대부분이에요. 그 중에서는 민원콜도 오는데 그래도 다행히 악성 민원은 없어요.”

▶공인중개사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저희는 오전 10시까지 출근하는데 다른 직원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 하루를 준비해요. 전날 공지사항과 고객 문의사항을 체크하죠. 요즘엔 부동산 정책이 급변하다 보니 매일 상황을 체크하고 있어요. 종종 본사에 보고해야 할 서류와 데이터를 정리하고, 틈틈이 임장을 다니면서 신규 매물을 확보하고 고객 미팅을 하다 보면 퇴근시간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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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은 가장 중요한 업무, 수시로 나가야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임장이란 무엇인가요.

“임장은 고객이 오기 전 공인중개사가 먼저 매물을 확인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공인중개사라고 하더라도 처음 가는 집의 상태를 잘 알진 못하거든요. 그래서 몇 번 방문해 어떤 상황인지를 체크하고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해 드리는 거죠. 임장은 공인중개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예요.”

▶최근 ‘구해줘 홈즈’ 등 집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졌어요. 그만큼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관련 프로그램이 영업에 도움 되나요.

“그럼요. 공인중개사 입장에선 ‘구해줘 홈즈’ 같은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좋아요. 왜냐하면 집을 보러 오는 고객들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본인이 원하는 집의 형태를 알아갈 수 있으니 많아지면 좋겠죠.”

▶공인중개사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2020년 11월 시작했으니 햇수로 4년 됐네요. 그해 10월 응시해서 합격하고 바로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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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명품 매장에 10여년 근무... 5개월간 하루 15시간 공부하며 시험 준비"▶공인중개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20대 초반부터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일했어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화장품을 판매했었는데 아침 일찍 출근해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도 거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나를 소비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주변 인간관계도 좁아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나를 좀 더 발전시키는 일을 해 보자는 생각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했어요.”

▶수많은 직업 중 공인중개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대면 영업이 저에게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유지하면서 나를 좀 더 발전시키는 일을 찾다가 공인중개사라는 목표를 세웠죠.”

▶시험이 어려웠을 텐데 준비하는 데 어렵진 않았나요.

“너무 힘들었죠. 특히 암기 과목은 너무 안 외워져 울면서 외우다시피 공부했어요. 시험을 준비한 5개월 간은 집밖에 나가질 않고 하루 15시간 이상 공부했어요.”

▶합격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끈기와 주변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굳센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요. 주변에서 정말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꿋꿋이 참아냈죠.”

▶일반 부동산이 아니라 ‘집토스’에서 시작하셨어요. 집토스에 지원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걱정이 앞섰어요. 뉴스에서 ‘부동산이 10만 개 이상 생겨났다’, ‘치킨집보다 부동산이 많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과연 시험에 합격은 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죠. 당시 기획 부동산이 문제가 되면서 제대로된 직장을 어떻게 찾을지가 고민이었고, 시험 공부만큼이나 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직장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집토스를 알게 됐는데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스타트업이 무섭게 성장하는 걸 지켜봤죠. 집토스에 대해 조사하면서 더욱 매력을 느껴 바로 지원하게 됐어요.”
[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 "하루 15시간 울며 공부해 5개월 만에 합격했어요"
"학원 가는 시간 아끼려 인강으로 공부... 부동산 정책, 경제 흐름도 알아야"▶하루 15시간 이상 공부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우선 자격증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을 알아봤어요. 처음엔 오프라인 학원을 알아봤는데 시험 준비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온라인 강의로 준비했어요. 학원 가는 시간이나 진도율 조절을 위해 온라인 강의를 들었는데 결론적으로 아주 잘한 선택이었죠. 공인중개사가 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그 이후였어요. 눈 뜨면 바뀌는 부동산 정책이나 부동산의 흐름을 꿰뚫기 위해서 늘 뉴스를 체크하고, 관련 책을 보면서 공부해야 했죠. 지금도 뉴스는 습관처럼 찾아보고 있어요.”

▶공인중개사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부지런함과 끈기는 꼭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인중개사는 자격증 취득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현장에서 더욱 깊은 공부가 필요한 직업이죠. 말씀드린 정부 정책이나 각종 은행 대출과 보증보험,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 계속 공부해야만 고객을 상대할 수 있어요. 그리고 조건이 까다로운 고객이 왔을 때 금방 포기해 버린다면 공인중개사 스스로 성장하기 어려워요. 임장이나 고객 응대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 더 꼽자면 ‘멘털’인데요. 고객에게 성심성의껏 대했는데 다음 날 다른 부동산에 가서 계약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땐 회의감이 들지만 털어내고 일어설 수 있는 멘털이 아주 중요합니다.”

▶열심히 상담하고 발품 팔아 집을 소개했는데, 막상 다른 부동산을 통해 계약하면 멘털이 흔들리기도 하겠어요.

“속상하죠. 최선을 다했는데 다른 부동산에서 계약했다는 건 저희보다 더 좋은 매물이 있었을 수도 있고, 제가 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순간 주저앉는다면 발전은 없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야죠”
[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 "하루 15시간 울며 공부해 5개월 만에 합격했어요"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배움에 끝이 없다는 점 아닐까요. 자격증을 취득해도 배워야 할 분야가 너무 많아 매너리즘에 빠질 여유조차 없다는 게 장점이 아닐까 해요. 그리고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늘 새롭다는 점, 정년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죠.”

▶단점은요.

“집을 계속 보러 다녀야 하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외근을 나가야 한다는 점, 체력적으로 부담되기도 해요.”

▶공인중개사의 수입은 어떤가요.

“소득이 꽤 높은 편이에요. 처음 시작했을 땐 대기업 사원 이상으로 벌었어요. 기혼 여성 입장에선 이 정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높은 소득을 절대 얻을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공인중개사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중개업은 점점 더 고도화할 겁니다. 포털사이트나 유튜브, 방송 등 수많은 매체를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정보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어 일반인들에겐 공인중개사와 같은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다만, 집토스와 비슷한 형태의 법인 부동산들이 생겨나면서 1인 부동산은 매물의 양, 업무용 전산, 활용할 수 있는 광고 플랫폼, 심지어 근무 환경까지 비교될 수밖에 없어 개인 부동산과 법인 부동산 간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봅니다.”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