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장기채권에 돈이 몰리는 이유
지난해 ‘역대급 손실’을 낸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올 들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중략)

단기채는 중앙은행 기준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장기채는 경기 전망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정점을 지나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과 함께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개미들도 장기채에 주목하고 있다.(중략)

그러나 ‘국채=안전자산’이란 고정관념으로 장기채 ETF를 무턱대고 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돈을 떼일 위험이 없다는 뜻이지 변동성이 낮다는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상무는 “금리 하락 방향성에 자신감이 있는 투자자는 장기채 ETF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면서도 “듀레이션(duration)이 긴 만큼 가격 변동성도 매우 커 자신의 투자 성향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 2023년 2월 3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 -

만기가 긴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의 인기가 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오늘은 이 시점에 만기가 긴 채권 상품에 왜 돈이 몰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채권은 금리가 떨어질 때 수익이 납니다. 금리가 높은 시기에 채권을 사서 들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 시장에 새로 돌아다니는 채권은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금리가 낮을 겁니다. 그러니 내가 가진 채권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기존 시장에 돌아다니던 채권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기준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지금이 산꼭대기에 다 왔거나, 아니면 한 걸음만 더 올라가면 꼭대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둘 중 어느 쪽이든 꼭대기쯤 왔으니 이제는 기준금리가 올라갈 일보다는 내려갈 일이 더 많이 남았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이미 예상에 맞춰서 금리를 내리면서 돈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금리가 내리면 모든 채권의 가격이 올라가는데, 유독 만기가 긴 채권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겁니다.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가 움직일 때 가격이 더 크게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두 명에게 100만원을 빌려줍니다. 한 명에게는 1년 뒤 갚으라고 하고, 다른 한 명에게는 5년 뒤 갚으라고 합니다. 빌려줄 당시엔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를 연 1%밖에 안 줘서 연 2%의 이율로 빌려주기로 하죠.

그런데 갑자기 은행 이자가 연 5%로 오릅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빌려준 돈이 더 아까울까요? 5년 뒤에 갚으라고 한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생각하면 더 배가 아플 겁니다. 지금 시장 금리보다 싼 가격으로, 더 긴 기간 돈을 빌려줘야 하는 거니까요.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만기가 긴 채권의 가격이 좀 더 빨리 떨어집니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가격이 빠르게 올라오겠죠.

주의할 점은 10년 만기 채권, 30년 만기 채권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더라도, 모든 채권의 만기가 똑같지 않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 채권에 투자하더라도 발행하자마자 사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채권에 투자하는 시점의 만기는 다를 겁니다. 또 중간중간 이자가 나오는 채권이라면 내가 투자한 돈을 중간에 조금씩 회수하게 되니까, 내가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금리 떨어지는 시기에는 채권값 빠르게 올라
는 기간이 평균으로 따지면 좀 더 짧아지겠죠. 이렇게 실제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을 듀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정확히는 듀레이션이 길수록 채권 가격이 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폭이 커집니다. 요즘은 채권에서도 이렇게 ‘매운맛’ 상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펀드를 만드는 자산운용사에서도 똑같은 30년 만기 채권을 담더라도 듀레이션이 더 길게, 그러니까 더 ‘맵게’ 만드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1. 요즘 채권시장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 듀레이션은 어떤 개념인가요?

3. 듀레이션에 따라 채권 가격은 어떻게 움직이나요?